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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주스와 쌀국수

그리움이 예상되는 것 들(1)

by Ella Song


백석은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했다.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 전등이 불빛을 내어던지고,

다 낡은 무명샤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에 차디찬 물에 손은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었다 했다.


또 흰 바람벽엔 글자들이 지나갔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 찬다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프랑시쓰 쨈과 도연명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요즘 잠들기 전 흰 천장을 바라보면

뉴질랜드를 떠나면 반드시 그리워하게 되고 말 것들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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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서 육아 하며 글 쓰는 내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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