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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월화 Mar 27. 2022

왼손잡이

갑상선암 환자의 약물 복용


갑상선암을 진단받았을 때는 별말이 없으셨던 어머니에게 카톡이 왔다.


'사람들이 갑상선암 수술하면 평생 약 먹어야 한다는데 약 안 먹어도 돼? 걱정이 되어서'


나는 대답했다.


'안 먹는 사람도 있고 먹다 마는 사람도 있고 평생 먹는 사람도 있는데, 한쪽만 떼면 보통 안 먹어. 걱정 마.'



갑상선 환자뿐만 아니라 당뇨환자, 고지혈증 환자 등 많은 환자들이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가 약을 평생 먹어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다들 약을 오래 먹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것이다.

이 거부감은 어디로부터 오는 걸까?



약을 먹는 순간 우리는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낀다.

정상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정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약을 먹는다고 생각한다.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면, 내가 평생 비정상이라는 것 같아 기분이 찝찝하다.

실제로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질환이 있는 사람의 경우, 안전상의 이유로 복무나 임용 등에서 배제되는 경우도 있으니, 단순히 기분 탓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다.



갑상선암 환자가 복약에서 주의해야 할 점을 몇 가지 언급하고자 한다.

수술 일주일 전에는 지혈을 방해하는 아스피린, 와파린 계열 약물이나 당뇨약은 주치의와 상의하여 복약을 결정해야 한다.

혈관 어딘가가 막혀서 시술을 받은 과거력이 있는(Ex.: 급성심근경색으로 관상동맥 스텐트 삽입술을 받음) 환자의 경우, 득실을 따져서 항응고제를 수술 직전까지 유지할 수도 있으니 환자 차원에서 일괄적으로 끊거나 먹지 말고 반드시 주치의와 내과의가 협진하여 약물 중단 필요성을 점검해야 한다.



수술 후 혈액검사에는 갑상선의 기능을 확인하는 갑상선 기능 검사와 재발을 예측하는 글로불린 검사가 포함되어있다.

갑상선 기능 검사상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감소하면 갑상선 호르몬제를 먹게 되는데, 이것은 단순히 보충 목적은 아니고 재발방지의 목적도 있다.

갑상선 전체를 절제한 전절제 환자는 장기 복용하지만, 반절만 절제한 반절제 환자는 추적검사 결과에 따라 감량하거나 중단하기도 한다.

갑상선 호르몬제는 다른 약이나 음식과 상호작용이 많은 약으로 아침 식전에 물과 함께 복용해야 한다.



나는 가수 '패닉'을 좋아해서 1,2,3집 CD를 가지고 있다.

4집부터는 특유의 반항기가 약해져서 아쉬웠던 기억이 있다.

'이적'이나 '김진표'가 아닌 '패닉'을 좋아했다고 말하는 나의 심정을 팬들은 이해하리라.

그때의 그들만이 가진 '세상 따위 될 대로 되라지' 하는 듯한 느낌이 소심한 나에게 큰 대리만족이 되었다.

가장 좋아했던 앨범은 1집인데, 그중에 가장 많이 들었던 곡은 아마도 '왼손잡이'일 것이다.

이런 가사가 있다.


'너라도 날 보고 한 번쯤 그냥 모른 척해 줄 순 없겠니

모두가 똑같은 손을 들어야 한다고 그런 눈으로 욕하지 마

난 아무것도 망치지 않아

난 왼손잡이야'



약을 먹는다는 것은 아무래도 안 먹는 사람보다는 덜 건강한 느낌이 든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래도 잘 먹고 별 탈없이 잘 살아있다면 뭐, 손해 볼 것 없지.

늦은 나이에 왼손잡이가 된 것 정도로 생각하려 한다.

아무것도 망치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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