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환자의 운동
나도 암 진단을 받고 나서야 운동을 시작했으니, 내가 운동에 대해 언급할 자격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냥 이렇게 하는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만 봐주시면 좋겠다.
운동이 질병예방 및 호전에 도움이 된다는 무수히 많은 연구들이 있다.
연구는 보통 해부학적인 측면과 내분비적인 측면으로 나뉜다.
해부학적인 측면에서, 운동은 근육량 증가를 일으키고 이로 인해 심뇌혈관질환 등 많은 질환들을 예방한다.
내분비적인 측면에서, 운동은 다양한 호르몬 상호작용을 일으키고 특히 인슐린 저항성에 관여하여 만성질환을 포함한 많은 대사질환들을 예방한다.
이게 내가 10년 넘게 배운 내용들인데 그동안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았으니 정말 배우기만 했다.
유년기에는 무용이나 농구, 수영 같은 운동을 했었는데, 그 덕에 키가 많이 컸다.
중학교 때 공부를 시작하면서 공부시간을 늘리는 것만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 외의 시간은 전부 줄여갔다.
줄여진 시간에는 운동시간 외에도 식사시간, 수면시간,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이나 영화를 보는 시간,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시간, 친구와 이야기를 하는 시간, 조용히 글을 쓰는 시간 같은 꽤 중요한 것들이 포함되어있었다.
이렇게 중요한 것들이 빠진 20여 년의 시간이 지나자, 이 시간들을 되찾는 것이 꽤나 어색해졌다.
출산 후 체력을 늘리기 위해 개인 PT를 받았는데, 누군가가 지도해주며 운동을 받는 것이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PT선생님이 약속시간을 잘 지키지 않거나 수업을 취소하는 일이 잦아서 역시 사람과 하는 일은 쉬운 게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하여 최근 내가 정착한 운동은 홈트와 걷기이다.
홈트는 꼭 집에서 뿐만 아니라 진료실에서도, 수술을 위해 입원을 했을 때도 가능했기 때문에 참 좋은 운동이다.
나는 주로 Youtube 홈트 채널을 틀어놓고 하루 한 시간씩 따라 했는데, 요즘은 TV나 다른 OTT 플랫폼에도 홈트 영상이 많으니 선호하는 선생님이나 운동 유형을 선택하기 좋다.
유튜브 선생님은 설명도 잘해주고 짜증도 내지 않고 내 여가시간에 딱 맞춰주니 나처럼 내향적인 사람에게 최고다.
걷기는 공기 맑은 곳에 가서 빠르게 걸으며 숨 쉬는 것이 가슴속까지 시원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최근에 남양주나 가평, 제주 등을 방문했다.
수술 후에는 수술별로 손상되는 근육이나 조직이 다르기 때문에, 보통 병원에서 환자가 받은 수술에 맞는 운동방법을 추천해준다.
갑상선 수술의 경우는 목 주변 근육의 이완과 유착방지를 위해 아래와 같은 목 운동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 목과 어깨를 이완한다.
2. 어깨는 고정한 채로 고개를 숙인다.
3. 고개를 우로 기울인다. 4. 좌로 기울인다.
5. 어깨는 고정한 채로 우측을 본다. 6. 좌측을 본다.
7. 팔을 위아래로 부드럽게 움직인다.
8. 어깨를 앞뒤로 돌린다.
이상화 시인은 빼앗긴 들에도 봄이 오는가 그리워했다.
공부할게 많아서, 먹고살기 바빠서, 몸이 온전치 않아서 빼앗긴 건강한 시간들을 되찾아 오는 내일이 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