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환자의 식단
갑상선암이 진단된 환자들의 반응은 참 다양하다.
보통 젊은 환자의 경우, 예후가 좋은 암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비교적 담담하게 진료실을 나간다.
하지만 그 뒷모습이 많은 걱정과 두려움을 끌어안고 나가는 것임을, 내가 갑상선 암을 진단을 받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물론, 펑펑 우시는 분도 있었다.
그럴 때면 내심, 겨우 갑상선 암인데 왜 저렇게나 슬퍼하실까, 하고 교만한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암이란, 그것으로 인해 가까운 시일에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진단 후 5년 동안 사망하지 않으면 생존했다는 훈장도 달아준다.
이러나저러나 기분은 께름칙하다.
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저 미역 먹으면 안 되나요?"
이다.
정답을 먼저 말하자면, 나는
"먹고 싶을 때에는 일주일에 한두 번씩 드실 수는 있지만, 일부러 찾아드시지는 마세요."
라고 대답했다.
오늘은 그 근거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본 에세이의 의학적 근거는 상당 부분 '임상 갑상선학 제4판'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일단 이런 질문이 나온 배경에는, 요오드가 갑상선 호르몬의 재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요오드는 김, 미역, 다시마와 같은 해조류와 소금, 우유, 계란 등에 많이 포함되어 있고, 약제나 조영제에도 포함되어 있다.
없으면 결핍이, 많으면 과잉이 일어나므로 1일 권장 섭취량이 정해져 있다. (성인 기준 150ug)
문제는 성인의 요오드 섭취량은 지역에 따른 차이가 너무 커서(10ug이하부터 수십mg까지) 일괄적으로 많이 드세요, 드시지 마세요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뭐든지 우리나라 기준이 중요해진다.
한국 성인의 1일 평균 요오드 섭취량은 479ug로, 권장 섭취량을 훌쩍 뛰어넘는다.
즉, 남들 먹는 대로 먹으면 과하다는 뜻이다.
요오드의 결핍이나 과잉은 갑상선 기능 이상, 갑상선종 등을 일으키므로, 우리나라 기준으로는 남들보다 적게 먹는 것이 좋지만 그렇다고 일절 먹지 않을 필요는 없다.
암 환자가 궁금한 것은 요오드 섭취가 재발과 상관있을까 하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 불명확하여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요오드 섭취가 부족한 지역에서 20년 이상 자란 사람은 갑상선암(특히 여포암과 역형성암) 발생률이 높다는 보고가 있다.
반대로 요오드 섭취가 풍부한 지역에서는 유두암의 빈도가 높다.
유두암이 여포암과 역형성암에 비해 예후가 더 좋은 암종임은 맞지만, 이것이 요오드 섭취량에 기인한 것인지는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
미역을 먹어도 되냐는 질문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내가 온갖 교과서와 논문들을 뒤지며 답을 찾아가고 있다.
어쩌면 이 병은 나에게 축복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