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월화 May 29. 2022

나에게 착한 사람

갑상선암의 항암 치료


외부 방사선 치료와 마찬가지로, 수술이나 방사성 요오드 치료가 어렵거나 병변의 진행이 빠른 경우 항암 약물 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항암제에는 기존의 화학요법(Doxorubicin)과 티로신 키나제 억제제(Sorafenib, Lenvatinib 등), 면역항암제(Pembrolizumab) 등이 있다.

기존의 화학요법(Doxorubicin)은 미국 FDA에서 인정한 최초의 화학요법이지만, 부작용에 비해 효과가 낮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추천되지는 않는다.

티로신 키나제 억제제(Sorafenib, Lenvatinib 등)는 주로 경구약으로 복약이 쉽다는 이점이 있고, 암의 진행을 억제한다는 많은 보고가 있다. (Hoftijzer H, et.al, Beneficial effects of sorafenib on tumor progression, but not on radioiodine uptake, in patient with differentiated thyroid carcinoma, Eur J Endocrinol 161:923-931, 2009. Ahmed M, et.al, Analysis of the efficacy and toxicity of sorafenib in thyroid cancer: a phase II study in UK based population, Eur J Endocrinol 165:313-322, 2011. 외 다수)

하지만 피부 부작용(Hand-foot skin reaction), 고혈압, 설사 등의 부작용이 30~50% 정도로 높게 나타났고, 10~20%에서는 투약을 중단했다.

이외에도 면역항암제(Pembrolizumab)의 효과가 입증되었지만, 적용대상이 한정적이고 국내에서는 아직 보험적용이 되지 않아 재정적인 문제가 뒤따른다.



임상강사가 끝나갈 무렵, 근무 중이던 병원에서 승급 제안을 해주었고, 외국계 제약회사 최종면접을 통과하고 Offer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다른 병원에서 내분비내과 과장직을 제안받았는데, 조건이 재직 중인 병원이나 제약회사보다 좀 더 나아서 고민 끝에 가겠다고 답했다.

재직 중이던 병원도, 제약회사도 다른 경쟁자를 두고 나에게 먼저 제안을 해준 터라 경쟁자에게 피해를 입히고 싶지 않은 마음에 바로 다른 병원으로 가게 되었다고 알렸다.

그런데 그날 밤 돌연 가기로 했던 병원에서 TO가 줄어 임용을 못해주겠다고 말을 바꿨다.

제약회사도, 재직 중이던 병원도 2순위 경쟁자를 채용하기로 한 후였다.

나는 순식간에 실직자가 되었다.



제안들을 받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모두 날리는 데에는 하루면 충분했다.

베란다에서 미안하다는 전화를 받았는데, 끊고 나서 한동안 안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오라는 곳이 많다며 신난 가족들에게 뭐라고 하지.

남편은 군인 신분이고 아이는 어리기 때문에 우리 집에서 나의 수입은 절대적으로 중요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한답시고 우리 가족을 전혀 보호하지 못한 것 같아 자괴감이 들었다.

창문 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끊었던 우울증 약을 다시 먹기 시작했다.



흔히들 '나에게 착한 사람'이 되라고 한다.

내가 나에게 좀 더 착한 사람이었다면, 이직할 병원과 최종 계약서를 쓰기 전까지는 다른 제안들은 보류 상태로 두는 것이 맞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나를 채용하지 못하게 되면 곤란해질 기관들, 나로 인해 채용되지 못해 낙담할 경쟁자들을 지나치게 먼저 신경 썼다.

다른 사람들은 비슷한 경험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글을 쓴다.

내 것을 안전하게 챙길 줄 알아야 다른 사람도 챙겨줄 수 있는 것이다.



항암 치료를 하는 게 좋겠다고 권고받은 갑상선 암 환자가 있다면, 일단 시도해 보았으면 한다.

아마도 티로신 키나제 억제제를 권고받았을 텐데, 부작용이 두렵더라도 용기 내주었으면 한다.

투약을 중단할 정도의 부작용이 있다면, 다른 항암 옵션이 있는지 주치의에게 적극적으로 물어보았으면 좋겠다.

비용이 부담된다면, 사보험의 보장은 어디까지 받을 수 있는지, 사회사업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잘 따져보면 좋겠다.

다른 사람은 너무 고려하지 않고, 온전히 나에게 착한 결정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다행히도 시간이 흐른 뒤 한두 군데의 병원에서 추가 제안을 받았고, 현재의 직장으로 이직했다.

나는 지금 직장이 마음에 든다.

모든 게 끝난 줄 알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당신에게 항암치료도 그랬으면 좋겠다.



이전 12화 아기에게 없는 감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