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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월화 May 22. 2022

아기에게 없는 감정

갑상선암의 외부 방사선 치료


방사성과 방사선의 발음이 유사하기 때문에 자주 혼동되지만, 두 치료는 엄연히 다른 치료이다.

방사성 요오드를 섭취해서 치료하는 방법을 방사성 요오드 치료라고 하고, 고에너지의 방사선을 기계로 몸에 조사해서 치료하는 방법을 외부 방사선 치료라고 한다.

외부 방사선 치료는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방사성 요오드 섭취능이 없거나, 분화도가 나쁜 암이거나, 주요 기관(뇌, 척추, 골반, 임파선 등)에 전이가 있을 때 고려한다.

갑상선 암뿐만 아니라 많은 다른 암에서 치료로 사용하는 방사선 치료가 바로 이 외부 방사선 조사 치료이다.

치료의 효과는 종양 부하(Tumor burden)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부작용은 조사 부위에 따라 다른데, 갑상선에 조사하는 경우 연하곤란, 식도 협착, 후두 협착, 부종 등이 발생할 수 있다.



고백하건대, 나는 사실 혐오하는 것이 많은 사람이다.

직장에서 서로 미루던 일이 결국 나에게 왔을 때,

오래 볼 사이가 아니라고 차문 밖으로 욕을 하는 운전자를 볼 때,

금전적인 이유나 개인적인 욕심으로 다른 사람에게 사기 치는 사람들을 만날 때,

사람이 싫다 못해 세상이 꼴 보기 싫어졌다.

처음에는 슬픔 정도였던 것 같은데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혐오하게 되었다.

다만 혐오를 표현하지는 못해서,  서로 미루던 일은 그냥 내가 하기도 하고, 욕하는 운전자를 보지 못한 채 하고, 사기 치는 사람에게는 눈치 못 챈 척 빠져나오기도 했다.

겉으로 보기엔 꽤나 나이스 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마음 깊은 곳에는 상대방에 대한 경멸감, 배신감, 회피 본능이 자라나고 있었다.



최근에 딸아이를 관찰하다가 알게 된 것인데, 아기에게는 혐오라는 감정이 없다.

부끄러움, 무서움 등의 감정은 있지만 이것은 혐오와 확실히 구분되는 감정이다.

혐오하는 것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 혐오하게 되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불안감도 없다.

놀이터에서 처음 보는 언니를 따라다니고, 부딪혀서 다치더라도 언제 그랬냐는 듯 다음 놀이기구로 달려간다.

보통의 어른이 상대방에게 실망했을 때 지어지는 지긋지긋하다는 듯한 표정과 말투가 전혀 없다.

나는 늘 딸에게 엄마처럼 바르게 이야기해야지, 엄마처럼 조용히 기다려야지 하며 예의라는 것을 가르쳤는데,

사실 내가 딸아이처럼 두려워하지 말고, 아기처럼 혐오하는 마음 없이 세상을 대해야 했던 것은 아닐까.



혐오의 이유는 자기 방어일 것이다.

나에게 피해가 될 것 같은 상황, 나에게 피해를 줄 것 같은 사람을 마주할 때 혐오라는 경험의 산물이 수면위로 떠오르며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이다.

하지만 혐오라는 것을 모르는 어린아이가, 때론 어른보다 더욱 단단하고 건강해 보인다.



방사선 치료는 수술로 암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을 때 고려하는 2차 치료 개념이기 때문에, 치료의 과정이 희망적이지만은 않아 많은 환자들이 힘들어한다.

때로는 본인의 처지나 치료과정, 의료기관에 대한 혐오감을 표현하는 분들도 있다.

먼저, 우리의 혐오감을 인정하자.

우리는 아기와 달리 너무 많은 시간을 살았고 너무 많은 피해를 당했고 너무 많은 혐오대상이 있다.

하지만 그래도, 아기처럼 편견 없고 싶고 두려워하지 않고 싶고 혐오를 모르고 싶다.

그 편이 훨씬 즐겁고 행복해 보이기 때문이다.



싫어하는 말투를 들을 때, 싫어하는 유형의 사람이나 상황을 마주할 때

혐오를 모르는 아기의 맑디 맑은 표정을 떠올리며, 더 이상 내 마음속의 혐오 나무에 물을 주지 않을 것을 다짐한다.

대신 아기가 선물해 준 도전과 희망, 기쁨의 씨앗을 심는다.

오늘도, 내일도 무럭무럭 자라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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