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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월화 May 15. 2022

이어달리기

갑상선암 수술 후 방사성 요오드 치료


방사성 요오드란 흔히 음식에서 섭취할 수 있는 일반 요오드와 달리 방사능이 있는 요오드로써, 물약이나 알약 형태로 복용한다.

일반 요오드와 경쟁적으로 갑상선에 흡수되어 수술 후 남아있는 갑상선 조직을 파괴한다.

4cm 이상의 종양을 가진 45세 이상의 환자나, 전이가 있는 환자에서는 방사성 요오드 치료가 사망률을 낮춘다고 많은 연구에서 보고했지만, 이외의 경우에서는 아직 논란이 있다.

다만 저위험 분화암 환자에서도 방사성 요오드 치료 이후에 재발률은 69% 감소되고, 원격전이 발생률도 5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awka AM, et, al., A systematic review and meta analysis of the effectivness of radioactive iodine remnant ablation for well-differentiated thyroid cancer, J Clin Endocrinol Metab 89:3668-3676, 2004)

요오드 치료는 비교적 안전한 치료이지만 침샘 손상, 눈물관 폐쇄, 이차성 암 발생 등 합병증이 적게나마 보고되었기 때문에, 저 위험군에서는 수술 후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선택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수술 후 환자에게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는 게 좋겠다고 말하면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수술로써 치료가 끝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외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일을 끝냈을 때 보다, 그다지 중요치 않다고 생각한 일을 해냈을 때 더 큰 성취감을 느낀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내가 가장 큰 성취감을 느낀 수업은 수학이나 과학이 아닌, 중학교 2학년 체육수업이었다.

그때 당시 체육 선생님은 여자중학교의 몇 안 되는 남자 선생님이었기 때문에 아이돌을 방불케 하는 인기가 있었다.

하지만 유난히 1학년, 3학년도 아닌 2학년 때 체육선생님을 특정한 이유는, 선생님이 특별히 교육적이셨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항상 실기 시험에서 학생별로 개별화된 목표치를 정해주고, 그 기준을 달성하면 만점을 주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실기 항목은 이어달리기였다.

100미터 달리기가 빠른 순서대로 1번부터 44번까지 나열한 뒤, 네 명씩 조편성이 되었다.

나는 달리기가 빠른 편으로 2조였고, 우리 조는 다른 조보다 더 단시간 내에 완주해야 만점을 받을 수 있었다.

기회는 각 조별로 세 번씩 있었는데, 우리 조는 첫 번째에도 두 번째에도 목표시간 내에 완주하지 못했다.

이어달리기에서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바통터치다.

조금이라도 버벅대면 바로 목표시간을 넘어갔다.

조원들은 그동안 연습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좀 더 집중하기로 심기일전했다.

(사실 목표시간을 너무 타이트하게 설정해놓은 선생님을 잠깐 욕했다.)



마지막 시도를 남기고 레이스에 서있었다.

다른 조 친구들은 구령대 위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가슴이 쿵쿵 뛰었다.

나는 세 번째 주자였다.

첫 주자가 두 번째 주자에게 바통을 넘겨주는 것을 지켜보았다.

전혀 버벅거림이 없고 한 사람이 뛰듯이 전달되어서, 속으로 '그렇지!'하고 외쳤다.

두 번째 주자가 나에게 바통을 넘길 때도 실수 없이 부드럽게 전달되었다.

마지막 친구에게 달려가면서 나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시원한 바람이 온 힘 다해 나를 밀어주고 있었다.

바통을 넘기면서 나는 외쳤다.


"이번엔 될 거 같아!"


순간 바통을 이어받은 친구의 눈빛이 변하는 것을 보았다.

마지막 친구는 바통을 꽉 쥐고 전력 질주를 해 주었다.

우리는 근소한 차이로 목표시간 내에 완주했고, 얼싸안고 소리를 질렀다.

흐뭇하게 바라보던 선생님의 표정을 기억한다.



국가고시나 전문의 시험처럼 잘못되면 큰일이 나는 시험을 끝내고 났을 때에는, 의외로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안도감이야 당연히 들었지만, 긴장이 풀려서인지 묘하게 허무하고 우울하기도 했다.

하지만 잘못돼도 큰 상관은 없는 작은 도전들은, 많으면 많을수록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삶에서 작은 도전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중학교 체육수업의 이어달리기를 떠올렸다.

그때 품었던 의구심, 떨림, 함성을 기억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요오드 치료라는 바통을 이어받아야 한다면,

바통을 꽉 쥐고 전력 질주해 주었으면 좋겠다.

레이스의 끝에서 나는 마음으로나마 당신을 얼싸안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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