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곁에서 배운 삶

그 시작은 다섯 살이었다

by 지로 Giro

나는 다섯 살이었다.

유치원에 가야 할 나이였지만, 나는 병원이라는 커다란 감옥에 갇혀 있었다.

감옥이란 표현이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그곳에서는 매일같이 누군가의 생명이 꺼져갔다.

그 울음소리, 처음엔 무서웠다. 내가 죽는 건 아닐까, 밤마다 눈을 감는 것이 두려웠다.


그런데… 며칠, 몇 달이 지나자 그 공포는 내 일상이 되었다.

죽음이 늘 곁에 있었고, 나는 그 문턱을 여러 번 넘나들었다.


엄마는 갓난아기를 등에 업고, 병실로 뛰어오셨다.

산후조리조차 못한 채, 병원과 집을 오가며 두 딸을 돌보셨다.

낮에는 엄마가, 밤에는 아빠가 내 곁을 지켰다.

공무원이던 아빠는 퇴근하자마자 곧장 병원으로 달려오셨고,

내 침대 옆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며 나를 살피셨다.

그분들의 얼굴은 늘 피곤에 젖어 있었지만, 그 속엔 따뜻함이 있었다.


나는 병약한 아이였지만, 마음만큼은 또래보다 더 빨리 자랐다.

유치원에 가는 아이들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창밖을 보며, 그림을 그리듯 상상 속에서 친구들과 뛰놀았다.


그리고 어느 날, 긴 터널 끝에서 한 줄기 빛이 찾아왔다.

“이제 퇴원이 가능하겠어요.”

의사의 말이었다.

그 말에 엄마는 울었고, 나는 웃었다.

하지만 이어진 말은 내 마음을 또 얼어붙게 했다.


“어머님, 아이가 항생제 주사를 많이 맞아서… 앞으로 인지 발달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나는 엉덩이에 벌침처럼 찌르는 주사를 수도 없이 맞았다.

걷는 모습은 우스꽝스러웠고, 아이들은 그런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곤 했다.


그래도 나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작은 기쁨을 찾아냈다.

병원 약국, 그곳에 큰아버지가 약제사로 계셨다.

나는 그 약국 한쪽에서 소일거리 삼아 닥터의 처방전을 따라 그리는 게 좋았다.

날렵한 글씨체, 정갈한 획.

그건 어린 나에게 ‘놀이’였고, ‘예술’이었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글자를 사랑하게 된 건.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진 건.


그렇게 나는 살아남았다.

병실에서 피어난 작고 조용한 문학의 씨앗 하나가

지금 이 순간, 당신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삶은 때때로 너무 아프지만,

그 아픔이 지나가고 나면

우리는 아주 깊고 단단한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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