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 처방전

얼얼하게 위로받은 날

by 지로 Giro


어제, 눈물이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멈추지 않았다. 말수도 줄고, 머리는 지끈지끈, 이마 한가운데서 북을 치는 듯한 두통이 올라왔다. 이렇게 하루를 통째로 눈물에 담가버린 날, 어제는 그렇게 지났고 오늘 친한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어제 대충 내 상항은 알고있었지만 어제는 나를 혼자 울게 내버려 뒀다.


“어디야? 점심 내가 살게. 나와.”


그 말 한 마디가 참 고맙더라. 괜찮냐는 말보다, 괜찮아질 때까지 같이 있어주겠다는 뉘앙스. 나가보니 친구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내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줬다. 중간에 끼어들지도 않고, 어설픈 조언도 없었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마음이 고장 난 라디오처럼 튀고 끊겨도 끝까지 들어줬다.


그러곤 이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자, 이제 맛있는 거 다 시키자. 우울할 땐 무조건 잘 먹어야 해. 매운 게 최고야. 정신이 확 돌아.”


그렇게 처방된 오늘의 특효약: 혀끝이 마비될 만큼 매운 쓰촨 요리.


산처럼 쌓인 고추, 알 수 없는 향신료, 기름 위에 뜬 정체불명의 빨간 방울들. 한 입 넣는 순간, 혀가 얼얼해지면서 뇌가 깨어났다. 아픔 위에 얹은 새로운 아픔. 그 얼얼한 맛이 신기하게도 속을 풀었다. 감정이 밀려올 틈도 없이, 너무 매워서 눈물이 다시 흘렀다. 이번엔 슬퍼서가 아니라 진짜 너무 매워서.


“기운 좀 나?” 친구가 웃으며 묻는다.

“응, 콧물도 같이 나고 있어.” 나도 웃었다.


그 순간, 어제의 슬픔이 아주 조금씩 웃음 속으로 녹아들었다. 위로는 거창한 말에서 오는 게 아니었다. 무심한 듯 진심으로 건넨 한 끼,그리고 묵묵히 내말을 들어주는 친구가 필요하다.

끝으로 친구가 한 말을 여기 맨 마지막에 적는다." 넌 몇십년동안 나쁜사람들 안 만난게 얼마나 행운이야? 좋은 사람들끼리 어울 린거 다행으로 생각해야 해." 이게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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