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by 지로 Giro


큰아이는 나에게 기적과도 같은 존재였다. 몇 번의 계류 유산을 겪은 끝에 얻은, 그래서 더더욱 간절히 바랐던 생명이었다. 임신을 유지하기 위해 4개월 동안 호르몬 주사를 맞으면서 나는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렇게 35주가 되었을 때, 나는 이미 102킬로그램이라는 몸무게를 지니고 있었다. 평소보다 무려 45킬로그램이나 더 나가는 몸으로 나는 걷기조차 힘들었고, 눕는 것은 고통스러워 앉은 채 잠을 청해야 했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왜 뚱뚱한 사람들에게 호흡 곤란이 찾아오는지, 그 절박함을 몸소 체험했다.


35주째 되는 날, 나는 산부인과를 찾아갔다. 태아의 위치도 좋지 않고, 모든 상황이 나에게 불리했다. 다행히도 아이는 우량아였다. 결국 다음 날 제왕절개 수술을 받기로 하고, 그 날의 혼란스러운 계획 속에서 원장님이 집도해주셨다. 수술 도중 몸무게가 가늠이 되지 않아서인지, 아이를 꺼내고 꿰매는 동안 나는 아찔한 고통을 견뎌야 했다. 급히 마취약을 더 주사했지만, 그날은 정말 미칠 듯한 하루였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는 키 56cm에 몸무게 4kg, 머리카락도 숱이 많아 갓 태어난 아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렇게 무사히 태어난 딸은 잘 자랐다. 나는 배내머리조차 밀지 않고 길게 길렀다. 통통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결코 뚱뚱하다고 느껴지지 않게 키웠다. 그러나 우리가 싱가포르로 이주한 뒤 딸은 무릎을 다치는 바람에 체중이 25킬로그램 가까이 늘어났다. 그때 딸의 자신감은 바닥까지 내려앉았다.


그러던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딸은 비장한 결심을 했다. "엄마, 나 다이어트 할래요. 생선, 옥수수, 삶은 계란만 먹을 거예요." 그렇게 시작된 다이어트는 3개월 만에 15킬로그램을 감량했고, 6개월이 되었을 때는 무려 23킬로그램을 줄였다. 지금도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을 병행하고 음식을 조절하며 노력하고 있다.


나는 13살짜리 아이의 결심과 행동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는 어른으로서, 뭘 배워야 하는 걸까?


우리는 종종 실패와 두려움을 핑계 삼아 변화를 주저하고, "내일, 언젠가"를 되뇌며 현실에 안주한다. 그러나 딸은 어린 나이에 무릎을 다치는 아픔과 체중 증가로 인한 좌절을 극복하고, 스스로 해답을 찾았다. 비록 단순한 식단과 운동이었지만, 그것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돌보는 일의 시작이었다.


딸의 결심은 단순히 살을 빼겠다는 의지가 아니라, "나는 내 삶을 바꿀 수 있어"라는 선언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나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다. 우리는 어른이라고 해서 언제나 정답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니다. 때론 아이의 결심과 행동에서 삶을 다시 돌아보고, 자신을 바꾸는 용기를 배워야 한다.


큰아이의 다이어트는 단순한 체중 감량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자기 자신과의 화해, 그리고 더 나은 나를 향한 여정의 시작이었다. 나는 이제 딸을 보며, 그리고 그 딸을 낳기 위해 앉아 잠을 자던 나날들을 떠올리며, 다시 다짐한다. 나도 내 삶을 변화시킬 용기를 가져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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