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지의 그림자

PTSD 환자의 일기

by 지로 Giro


나는 우리 가족의 몸에 흐르는 통증을 오래도록 저주라 여겼다. 외할머니의 손가락은 옹이처럼 굳어 있었고, 작은 이모와 엄마의 몸은 마치 버려진 악기처럼 아픈 음을 내며 삐걱거렸다. 병원은 언제나 “정상”이라 했다. 몸이 아프다며 내민 손에 붙여진 건 진단서가 아니라 침묵이었다.


그러나 나는 알았다. 이건 단순한 몸의 문제가 아니었다.


어느 날 새벽, 꿈속에서 내 몸이 돌처럼 굳는 느낌을 느꼈다. 숨을 쉴 수도,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도 없었다. 눈을 뜨자 허리는 무겁고, 통증은 파도처럼 몸 구석구석을 휘감았다. 마사지를 받으면 잠시나마 통증이 잦아들지만, 금세 다시 고요한 절망이 밀려왔다.


엄마는 말했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묘를 파야겠어. 조상이 불편하면 이런 벌을 내린다더라.”


그 말은 오래도록 귓가에 맴돌았다. 나는 고개를 숙였지만 마음속 어딘가에서 비명이 울렸다.


나는 책을 읽고, 논문을 찾아 읽고, 끝없이 질문을 던졌다. 5년 전, 처음으로 이 병이 섬유근육통이라는 걸 의심했고, 지난겨울에야 비로소 그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생물학에 관심이 많은 큰 아이는 내게 물었다.

“엄마, 이건 섬유근육통이에요. 유전적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엄마는 PTSD 환자예요. 자주 꾸는 악몽도, 몸의 통증도 다 그 때문이에요.”


그 순간, 나는 오래도록 묻어둔 기억의 방을 열어젖혔다.

어릴 적, 나는 몰래 수술실 문틈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그곳에서 나는 피투성이 머리를 열어젖히는 의사의 손을 보았다. 죽음과 삶의 경계선 위에서 흔들리는 시신을 보았다. 나는 그 후로 며칠 밤을 칼을 베고, 성경을 끌어안은 채 잠들었다. 그 기억은 긴 그림자가 되어 나를 따라다녔다.


어쩌면, 내 몸의 통증은 유전이 아니라 과거의 그림자가 몸속에 스며든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이제야 안다.

우리 가족의 통증은, 단순한 유전의 결과물이 아니라 기억의 무게였다. 엄마가 말하던 파묘의 필요성은 어쩌면 몸과 마음의 균형을 찾으려는 몸부림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이 통증은 나를 파괴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고통이야말로 내 몸과 마음이 잊히지 않으려는 몸부림이다.


어느 날, 꿈에서 나는 다시 수술실 앞에 섰다.

하지만 이번엔 문을 열지 않았다.

문틈 사이로 까만 정적만 보였다.나는 그 자리에 조용히 앉았다.

그리고 속삭였다.

“괜찮아. 적당한 운동을 하고 마음이 치유되면 정상으로 올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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