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위에서 웃고 있는 남자

귀신 트라우마

by 지로 Giro

지붕 위에서 웃던 그 남자

나는 어릴 적, 몸이 약해서 자주 아팠다. 감기, 열감기, 수수께끼 감기까지… 감기 백화점이었다. 몸이 아플 때마다 이상하게도 같은 꿈을 꿨다. 지붕 위에 어떤 남자가 앉아 있었다. 입꼬리를 올리고 나를 내려다보며 웃고 있었는데, 왼쪽 입가엔 커다란 기미가 콕 박혀 있었다. 이게 웃는 건지, 나를 조롱하는 건지… 어쨌든 좀 무서웠다. 그 남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웃는 기술자였다.


문제는 그 남자가 내가 중년이 될 때까지 꿈에 주기적으로 ‘출근’했다는 거다. 가끔은 너무 자주 봐서 "아저씨 오늘은 좀 쉬자"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러다 작년 말, 한국 출장을 핑계 삼아 내가 어렸을 때 살았던 마을을 찾아가 보게 됐다. 혹시나 그 지붕, 그 남자를 다시 볼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 반, 무모함 반. 그런데… 마을은 사라지고 없었다. 몽땅 밀려 평지가 돼 있었고, 새 건물들이 올라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가 어렸을 때는 마을이 한없이 넓어 보였는데, 다시 가보니 진짜 손바닥만 했다. 아니, 이게 진짜 이렇게 작았다고? 기억 속에서는 뉴욕이었는데?


친정엄마가 기를 쓰고 옛집 터를 찾아주셨다. “여기쯤이었지… 그때 그 장독대 옆에 니가 엉덩이 박고 울던 데!” 하며. 나는 그 자리에 조용히 섰다. 어릴 적, 열이 오르던 밤마다 그 남자가 앉아 있던 지붕은 이제 먼지 속에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이후로 그는 다시는 꿈에 나타나지 않았다. 출근 종료인가 보다.


사람들은 말한다. “영이 맑은 사람만 귀신을 본다”고. 그렇다면 지금 내 영은 많이 탁해진 걸까? 커피, 야근, 육아에 절여져서? 아니면, 그 남자가 '은퇴'했을지도 모르겠다.


그 남자의 마지막 웃음이 아직도 기억난다. 어쩌면 그 웃음은 말했는지도 모른다.

"이제 너도 나 없이 잘 살아야지."


그래도 가끔, 지붕을 보면 괜히 한 번 쳐다본다. 혹시 그 아저씨가 다시 출근했을까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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