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y Winehouse의 음악에 대하여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 그녀의 이름 뒤에 긴 문장을 썼다가 모두 지워버렸다. 그런 사람이 있다. 무슨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는 사람. 낮고 무거운 목소리. 짙은 아이라인과 부풀린 머리, 독특한 스타일. 무엇보다 잊을 수 없는 것은 그녀만의 목소리다. 정말로, 그녀만의, 그녀에게서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 그 목소리는 날 것이어서 거칠게 느껴지지만 그 거침없음이, 솔직함이 뿜어내는 아름다움이 있다. 그녀는 사람들 앞에서 더없이 솔직했고, 나는 그녀를 통해 무방비한 솔직함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두려움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는 단 두 장의 앨범으로 더없이 화려한 이력을 만들어갔다. 그녀가 만든 모든 노래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 한다. 그녀는 자신의 삶에 대한 것이 아니면, 어떻게 진실하게 노래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자기 자신을 재료로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랬기에, 그녀의 노래와 공연에는 그녀 삶의 쇠락과 몰락이 모두 담겨졌다. 특히 세상을 떠나기 직전의 공연들은 무대 위의 그녀를 도저히 쳐다볼 수 없을 정도이다. 가슴이 아파서. 세상에 하나뿐인 음악이, 저렇게도 뛰어난 재능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차마 바라볼 수가 없어서.
그녀의 노래를 들으면, 정말로 그녀의 몸속에 음악이 흐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무대 위에서 박자를 놓치고 그저 흐응, 하고 따라갈 때에도 음악의 결이 느껴진다. 힘들었던 그녀의 삶에 음악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을지 충분히 알 것만 같다. 그녀의 노래는 세련되면서도 클래식하고, 제멋대로인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고전적인 느낌이 든다.
나는 그녀의 무겁고 낮은 목소리의 속살에 여리고 작은 아이가 숨어있다고 느낀다. 그 웅크린 아이는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 할 만큼 강하지만, 그 강함이 아니고서는 이 세상을 도저히 지탱하지 못했을 것 같은 위태로움을, 연약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둘의 조화와 충돌이 그녀의 음악을, 그녀의 무대를, 눈부시게 한다.
‘사랑은 지는 게임(Love is a losing game)’이라는 그녀의 노래가 있다. 나는 그녀를 생각하며 슬퍼지려 할 때마다 그 노래를 떠올린다. 달콤하기만 한 수 없는 사랑 노래 속에서, 그녀는 말한다. 사랑은 지는 게임. 이 게임을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나는 네가 도박꾼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 승산 없는 게임. 지는 게임. 신들의 비웃음을 사는 게임. 그녀는 아주 부드럽게, 감미로운 연주를 두고 노래한다. 그 목소리는 비탄에 빠져있다기 보다는 다소의 느긋함을 품고 있다. 노래를 들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놓인다. 어차피 질 것을 알고 시작하는 게임.
사랑이라 불리는 그 게임에, 계산 없이 자신을 올려놓는 삶을 어떤 이들은 미성숙하고 위험하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그녀와 같은 누군가는 지는 게임임을 알면서도 그 게임 판에 자신을 올려놓고야 만다. 그 절박함이, 지독한 쓸쓸함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결국 그녀는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나는 이 노래에서 그녀가 세상에 대해 가지고 있던 크고, 기묘하게 너그러운 사랑을 느낀다. 모든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 이기고 지는 것은 그다지 중요치 않은. 그것이 비록 지는 게임이어도, 사랑하지 않기보다는 사랑하기에 익숙하고, 한없이 사랑을 찾으며, 그것을 끝까지 원하는.
https://m.youtube.com/watch?v=nMO5Ko_77Hk
bitterSweet life + music
text by 엘렌의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