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기쁜 날이야. 네게 문자가 왔거든.
- 잘 지내?
나는 답을 하려다가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 잠시 고민을 했어.
- 반가워!
빠른 속도로 다음 문자를 입력했어. 네가 답장하기 전에 내가 먼저 하고 싶어서.
- 응. 잘 지내. 너는? 어떻게 지내?
너와 나는 간단하게 안부를 주고받았지.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몇 마디. 가족들의 안부도 물었어.
너와 내가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너는 내게 말했었지.
언젠가부터 거의 집에만 있다고.
그 말을 하는 네 목소리가 너무 가라앉아 있어서
걱정이 됐지만
더 묻지 않았어. 네게 캐묻는다는 느낌을 주고 싶지 않아서.
집에만 있을 수도 있지!
나는 말했지. 나는 네게 전하고 싶었던 거야.
네가 이상한 것이 아냐.
너는 꼭 상처 입은 동물 같았어.
도대체 누가, 무엇이 너를 이렇게 상처 입게 한 것일까?
그것이 얼마나 깊기에
네가 이렇게 너를 쾅 닫아버린 것일까.
너는 밝게 웃었고
정말 재미있는 사람이었지.
누가 무엇이라 말하건 나는 그때의 너를 기억해.
때로 마음이 너무 여려서 조마조마할 때도 있었고
힘든 상황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너를 보며
내 마음속에서 조용히 번져나가던 감동을 기억하지.
그래도 내가 더 물어봤어야 했을까.
너에게.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했을까.
너무 지나친 나의 예의가
오히려 너를 혼자 있게 두는 것일까.
아니 어쩌면
내가 너의 이야기를
마주할 수 없었던 것 아닐까.
너의 삶이 힘들 때 네 곁에 있고 싶었지만
나는 두려웠던 거야.
너의 깊은 마음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내게도 그만큼의 무게추가 필요할 것만 같았고
내가, 그것을 감당할 만큼의 사람일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던 것인지도.
이런 나의 부족함을
용서해 주겠니.
......
지금 네게 이 말이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할게.
네 마음 깊은 곳으로 너를 끌고 들어갔던
그 기묘한 추진력을
반대로 비춰봐.
새로 닦은 로켓처럼 다른 우주를 향해 봐.
아주 무겁고 오래된 철 덩어리를
컴컴한 암흑 속에서 혼자서 움직이는 것 같겠지만
나는 네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믿어.
힘을 내줘.
너의 소원들을 위해서. 나의 소원들을 위해서.
새벽에 조용히 내리던 어제의 눈을
너도 집에서 보았다면
좋겠다.
letter by 엘렌의 가을
image thanks to Chloe Ridgw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