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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렌의 가을 Dec 18. 2017

집에만 있는 친구에게

오늘은 기쁜 날이야. 네게 문자가 왔거든.

- 잘 지내?

나는 답을 하려다가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 잠시 고민을 했어.

- 반가워!

빠른 속도로 다음 문자를 입력했어. 네가 답장하기 전에 내가 먼저 하고 싶어서.

- 응. 잘 지내. 너는? 어떻게 지내?


너와 나는 간단하게 안부를 주고받았지.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몇 마디. 가족들의 안부도 물었어.


너와 내가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너는 내게 말했었지.

언젠가부터 거의 집에만 있다고.

그 말을 하는 네 목소리가 너무 가라앉아 있어서

걱정이 됐지만

더 묻지 않았어. 네게 캐묻는다는 느낌을 주고 싶지 않아서.


집에만 있을 수도 있지!

나는 말했지. 나는 네게 전하고 싶었던 거야.

네가 이상한 것이 아냐.


너는 꼭 상처 입은 동물 같았어.

도대체 누가, 무엇이 너를 이렇게 상처 입게 한 것일까?

그것이 얼마나 깊기에

네가 이렇게 너를 쾅 닫아버린 것일까.


너는 밝게 웃었고

정말 재미있는 사람이었지.

누가 무엇이라 말하건 나는 그때의 너를 기억해.

때로 마음이 너무 여려서 조마조마할 때도 있었고

힘든 상황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너를 보며

내 마음속에서 조용히 번져나가던 감동을 기억하지.


그래도 내가 더 물어봤어야 했을까.

너에게.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했을까.


너무 지나친 나의 예의가

오히려 너를 혼자 있게 두는 것일까.


아니 어쩌면


내가 너의 이야기를

마주할 수 없었던 것 아닐까.

너의 삶이 힘들 때 네 곁에 있고 싶었지만

나는 두려웠던 거야.


너의 깊은 마음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내게도 그만큼의 무게추가 필요할 것만 같았고

내가, 그것을 감당할 만큼의 사람일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던 것인지도.


이런 나의 부족함을

용서해 주겠니.


......


지금 네게 이 말이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할게.


네 마음 깊은 곳으로 너를 끌고 들어갔던

그 기묘한 추진력을

반대로 비춰봐.

새로 닦은 로켓처럼 다른 우주를 향해 봐.

아주 무겁고 오래된 철 덩어리를

컴컴한 암흑 속에서 혼자서 움직이는 것 같겠지만


나는 네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믿어.


힘을 내줘.


너의 소원들을 위해서. 나의 소원들을 위해서.


새벽에 조용히 내리던 어제의 눈을

너도 집에서 보았다면

좋겠다.




letter by 엘렌의 가을

image thanks to Chloe Ridg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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