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닿지 않은 파도
한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서운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집에 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서운해요, 라는 말은
그 말을 하는 사람의 삶에
상대가 훌쩍 들어와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게도 밀착되게 느껴지는 그 사람이
무언가 멀게 느껴지는 말이나 행동을 했을 때 느껴지는
슬프면서도 섭섭하면서도
이상하게 묘한 억울함이 혼합된
특유의 감정.
상대에게 묻지도 허락을 구하지도 않고
어쩌면 저절로
그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속에 상대에 대한 마음이 커져 갔는데
그 마음을 키운 것은 자신이지만
상대에게도 자꾸만 응답을 기대하게 되고
둘의 마음의 격차가 커질수록 더, 더 서운해진다.
마음이 커지는 걸음이 상대보다 지나치게 빨라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었으면 하고 기대해도
그 마음은 점점 불어만 가고.
어딘지 불편한 마음에 상대와 멀어지기도 한다.
그렇게도 가까워지고 싶던 그였는데.
그런데 어쩌면
실은 상대를 잘 모르고 있었던 것 아닐까.
마음대로 짐작하고 상상하다가
그 마음이 다친 것은 아닐까.
우리는 감미로운 꿈에서 갑자기 깨어날 때 옅은 불쾌감을 느낀다.
그러므로 서운해요,라고 말할 때
실은 나는 상대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그 억울함의 감정은
나 자신과 상대 모두에게서 비롯되는지도 모른다.
물론 정말 서운하게 느껴질 만한 상황도 있다.
그럴 때는 말해주세요.
서운해요,라고.
'당신을 이만큼 생각했는데...'라고
고쳐 듣겠습니다.
text by 엘렌의 가을
image thanks to Chelsea Aar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