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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레브 Sep 09. 2020

딸 덕에 갑질 하면서 사는 게 소원이에요

관찰일지: 안경과장 03




기분 좋은 회식 자리는 안경과장의 한마디로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 안경과장과 같은 또래의 딸을 키우고 있는 정훈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때 지혜가 말했다.


"전 학자금 대출 아직도 갚고 있다고요. 대학 다니면서도 알바하느라 진짜 너무 힘들었어요.

저야 남동생도 있고 형편 뻔하니까 이해했지만, 부모님이 흥청망청 쓰느라 제 대학 학비가 없었다면 정말 평생 원망할 것 같아요.”


눈치가 없는 건지 안경과장은 획기적인 신사업 발표를 하는 사람처럼 열정적으로 말을 이어갔다.


"거 봐요. 돈도 없는데 괜히 대학 보내서 다 고생이잖아요. 서울대 갈 실력이 아니면 공부시켜서 딸 덕 보기는 글렀다니깐요. 그리고 요즘에 서울대 나와서 ‘사’ 자 직업 가져도 본전 뽑으려면 한참 걸려요. 차라리 대학 학비로 전신성형 쫙시켜서 클럽 맨날 보내는 게 이득이에요. 가서 남자 하나 잘 물어오면 저랑 와이프도 팔자 피는데?"


모두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정훈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그렇게 결혼을 해요.

서로서로 맞춰서 하지."


"에헤이, 뭘 모르시네. 아, 외국에서 너무 오래 생활하셔서 잘 모르는구나. 한국에서 여자는 그저 예쁜 게 장땡이에요. 그냥 남자 하나 잘 물어오는 게 나아요. 그러다 금잔디처럼 재벌집 하나 물어와 봐요. 한 밑천 당겨서 갑질 하면서 살 수 있다니까요!"


모두의 침묵을 자신의 논리에 설득되었다고 생각하는지 안경과장의 얼굴은 상기되고 말은 점점 빨라졌다.


“지금부터 아예 새뇌시키고 있어요. ‘서아야, 골고루 먹어야 예뻐지지. 그래야 돈 많은 남자랑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겠지? 나중에 엄마 아빠 늙어서 돈 못 벌면 네가 책임져야 되는데 못 생겼다고 아무도 결혼 안 하려고 하면 어떡해? 그럼 우리 셋다 집도 없이 길에서 자고 막 그래야 돼.’

이렇게 말하면 막 눈이 똥그래져서 질색하는 브로콜리도 얼마나 열심히 먹는 다구요. 하하하!”




| 안경과장

협력사 과장

입버릇: 에헤이, 뭘 모르시네.

취미: 주변 사람들 집 시세 알아보기


와이프가 결혼 전 들고 다니던 화려한 짝퉁 명품백에 속아 처가덕 볼 생각에 결혼했으나 실패.

현재는 자식 덕이라도 보기 위해 매일 궁리 중.

커피 한 잔을 주문하더라도 소소한 갑질을 해야만 속이 개운한 '소갑행' 타입.


https://brunch.co.kr/@ellev/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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