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본 조선말기 신부
자신의 결혼식 날, 분으로 얼굴을 뒤덮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며,
눈에는 꿀을 발라
뜨지도 못하는 모습이 애처로워 보였다.
영국출신 화가 엘리자베스 키스가 조선 말기 신부에 대해 이렇게 회고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가장 비극적인 존재!
<키스 동양의 창을 열다>에서 엘리자베스 키스는 한국의 신부를 가장 비극적인 존재라고 말했다. 외국인의 시선이기에 100년 전 한국의 이 풍습이 더 날것으로 기록된 것이리라.
(대부분의 자료에서 '파란눈의 외국인이..'로 시작했는데 이 화가가 눈동자가 녹색일지 밤색일지 어떻게 알고 단정한다지?)
한국인이 기록했다면 이렇게 세세한 차별을 잡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고행하는 이 신부의 모습을 다소곳한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으로 그려냈을 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현대의 한국인이라 해도!)
하루 종일 신부는 안방에 앉아서 마치 그림자처럼 눈 감은 채 아무 말 없이 모든 칭찬과 품평을 견뎌내야 한다.
하루종일 눈을 감고 있어야 해 눈에 꿀을 바르거나 한지를 붙이기도 했다고 한다. 그렇게 방문을 활짝 열어놓은 채고 눈을 감고 앉아 손님들의 품평을 하루종일 들어야 했다.
잔치가 벌어져 모든 사람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즐기지만 신부는 온갖 먹음직한 음식을 절대로 먹어서는 안 된다.
반면에 신랑은 다른 별채에서 온종일 친구들과 즐겁게 먹고 마시며 논다.
장소는 호텔이나 웨딩홀로, 복식은 웨딩드레스로 바뀌었지만 신부는 여전히 신부대기실에 조신히 전시되어야 한다.
신랑이 주인공답게 가족, 친지들과 인사하는 동안 신부는 인형처럼 지정된 방에 앉아 있다가 놀이동산 공주님 역을 맡은 배우처럼 포토존의 역할을 해야 한다.
웨딩드레스의 거추장스러움 때문인 줄 알았다. 아니였다. 이건 요즘 세대를 설득하기 위해 갖다 붙여진 변명이었다.
웨딩드레스를 입고 100m 전력 질주는 좀 어렵겠지만 손님들과 웃고 떠들며 내 결혼식을 즐기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난 결혼식날 가만히 앉아서 크게 웃지도 말고 먹지도 말라 길래
'이 무슨 해괴망칙한 풍습?!' 하고 따지고 들다 어디 신부가 결혼식날 다소곳하지 못하게 그러냐며 욕 먹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유교문화란다.
빌어먹을.
혹여 기회가 남으신 분들은 생애 가장 아름답고 즐거운 날,
신부 대기실을 탈출해서 맛있는 것도 먹고 와인도 한잔씩 하면서 신나게 깨방정 떨며
주인공답게 잔칫날을 즐기시길.
@솔립님의 댓글을 보고 리서치를 해 이 글을 작성했습니다.
감사해용~
https://brunch.co.kr/@ellev/248/
참고자료: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nNewsNumb=002593100022&ctcd=C09
https://artlecture.com/article/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