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엘레브 Sep 20. 2022

(D39)제안 거절 이후 상사의 반응

상사의 제안을 까고 살아남는 법(2)


이전글: https://brunch.co.kr/@ellev/372



당연히 최악의 경우를 상상하며

거절 의사를 이메일로 전달 후 또다시 끙끙 앓았다.

그러다 언제나 그렇듯이 '에라, 모르겠다~' 의 멘탈 상태에 들어갔다.



나는 나의 역할과 할바를 최선을 다해서 전달했으니 이제 최대한 나의 상사(지도교수)가 너무 기분 상하거나 자존심 상하지 않게 내 의도가 잘 전달되었기를 기도하는 수 밖에 없다. 즉, 이 일은 내 손을 떠난 것. (내가 블레어 위치'완다'도 아니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컨트롤하는 능력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므로.)



그날 밤 늦게 답장이 왔다.

이 프로젝트를 고려해서 고마워. 이건 우리가 함께 일하면서 할 수 있는 많은 것들 중 하나일 뿐이야. 이것이 우리가 지도교수-지도학생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하지마.

곧 만나서 당신의 관심사에 더 잘 맞고 좋은 첫 번째 연구 단계가 될 수 있는 다른 프로젝트 아이디어에 대해 이야기하는게 어떠니?



진심은 그렇지 않더라도 그것도 괜찮다. 삐진걸 온몸으로 드러내는 상사도 얼마나 많은데!




'귀인이다! 귀인이 나타났다!'



그리고 이틀 후에 시작된 우리의 첫 아이디어 회의.

회의는 내내 내가 관심있는 연구주제를 어떻게 하면 '논문에 걸맞는 질문'으로 연결시킬 것인가에 관한 브레인스토밍이 이어졌다. 지도 교수와 이야기하는 동안 뭔가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을 받았다.



'천재다! 천재가 나타났다!'



내가 어떤 정신 빠진 질문을 내놓아도 그것이 '논문'과 '펀딩'에 적합한 질문으로 살살 잘 틀어준다고 해야될까? 역시 경력은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지도교수와 내가 '와, 짝짝맞아 짝짝맞아!'이런 생각이 들진 않지만, 괜찮다.

많은 사람들이 박사과정에서 지도교수-지도학생의 관계를 '결혼생활'에 빚대어 이야기 했다. 내 결혼생활에 비추어 봤을 때(한번밖에 안 해봤지만) 이 세상에 내 배우자로서 100% 완벽한 사람도 없고, 나와 100% 딱 맞는 짝도 없다.



이것만큼은 절대!라고 생각하는 중심 가치가 잘 통한다면 살다가 신뢰가 쌓이게 되고, 비록 안 맞는 부분이 (많~~~~~~이) 있어도 쌓여진 신뢰로 그 관계는 평생 유지되는 것이다. 지도교수를 포함한, 직장 상사 및 동료, 회사와의 관계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프로젝트도 그렇다.

이 교수가 다시 제안한 프로젝트의 큰 틀을 보자면 완전히 나에게 꼭 맞는 주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혀 관심 없는 분야도 아니다. (지난번 거절한 프로젝트는 중심 가치가 완전히 나와 상관없었다.)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에게 맞는 속도 고려

이제 시작하는 새내기 박사 과정생인 나에게 딱 맞는 속도인 것 같다.


박사생활 동안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연구주제를 변경한다고 한다. 그래서 오히려 시작포인트로는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한 발 떨어져서 '웜업'하고, 배우고, 스킬을 익힌 후 내가 지이이인짜로 파고 싶은 주제를 하면 된다. (어차피 지금은 '논문스러운' 연구주제도 정할 줄 모르는데 뭐)




당시에는 '엥?'하던 결과들이 결국에는 '아하!'하는 결과물을 주었다.

그리고 또 다른 멋진 선택지를 열어주는 디딤돌이 되어주는 것을 많이 겪었기 때문이다. 여태 지나온 나의 삶을 보면 대부분 이런 편이다.


그래서 나는 어떤 모양의 길로 가든 어떤 시작을 하든 결국에는 나에게 가장 좋은 최선의 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튜브: https://youtube.com/@phdcomic

엘렙툰: https://youtube.com/@ellev

이전 28화 미국에서 '김서방' 찾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