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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레브 Oct 28. 2022

요즘 한국형 번아웃이 번지고 있는 이유

한국 부모 vs. 미국 부모

하나 틀려서 96점을 받아왔다. 

미국 엄마, 아빠의 반응은?


"Good for you!"

잘됐다! (성과를 칭찬하는 "잘했다"와 다르다. 너, 참 좋겠다! '너'에게 잘됐다라는 뜻이다.)



한국 부모의 반응은?

"넌 왜 노력을 안 하니? 정신차리고 다음엔 100점 맞자."


평균 95점 받은 아이에게 한국엄마의 반응




그래서 이 아이가 다음 시험에는 만점을 받아왔다. 

여기서 한국 부모의 반응은?


"거봐, 내가 뭐랬어. 노력하니까 되잖아."


"방심하지 마. 그러다 실수하는 거야." 


라며 저주를 내리거나

"너네 반 만점 몇 명인데?"

라며 비교를 한다.



당연히 노력해서 장하다고 멋지다고 하는 부모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피해 갈 수 있었을까? 불행하게도 대부분은 (혹은 우리의 부모세대들은) 이런 어른들의 반응 속에서 자랐다. 나도 감사하게 위의 예시같은 말은 부모님께 한번도 듣지 않았다. 하지만 학원에서 학교에서 지겹게 들었다.  



자만하지 마, 방심하지 마, 정신 차려

꼭 성적뿐만이 아니다. 한국에서 무언가 잘 하고 있으면 '방심하지 마', '자만하지 마', '거봐, 하면 잘하는데 대체 왜 노력을 안 하는 거야?', '풀어지면 삐끗해서 (점수) 내려가는 건 한 순간이다?'라는 반응들도 쉽게 한다. (남의 일에 사사건건 초치는 인간들 대응법)



한국, 부동의 1위

딱히 통계에 관심이 없어도 이제는 일반 상식처럼 다들 아는 사실이 될 정도로 한국이 오랜 기간 동안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것이 있다. 


80세 이상도 OECD 국 1위이다.


인간이 자살하는 이유는 절망감보다는 무망감(Hopelessness)이 크다고 한다. (나는 '창피함'도 하나의 이유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망감(Hopelessness): 앞으로 더 나아질 수 없을 것 같은 절망감, 의욕 없음



결과만 평가하는 사회

현재가 많이 힘들어도 딱히 성과가 없는 사람들에게도 성장감과 희망은 버팀목이 된다. 그러나 결과 위주로만 얘기하는 시스템 안에서 인간은 성장감을 느끼기 어렵다.



노력하면 안 되는 게 어딨어?

초년생들은 당연히 성과가 없거나 형편없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어쩌면 초년생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에게 세상 대부분의 일들은 열심히 해도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는 태초부터 지금까지 너무 많다.

열심히 하는 만큼 결과가 나온다는 것은 거짓이다.




성과가 전부

생각해보면 열심히 한다고 결과가 '잘'나오는 일이 얼마나 되는가? 그런데도 한국에서는 특히 중간 피드백이 없이 결과적 성과로만 평가하는 분위기가 있어서 더 우리가 힘든 것은 아닐까?


이런 결과 위주, 성과위주의 시스템 안에서는 어렵고 재미없는 일을 버텨내는 동력을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번아웃이 상대적으로 빨리 오기 쉽다.


한국의 특징은 이 무망감을 젊은 사람들이 많이 겪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사회 시스템을 다 바꾸는 것은 힘들다. 

적어도 당장은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버틸 수 있을까?

스스로 내 발전을 느껴 나에게 피드백을 주기. 
그 자체로 ‘뇌’가 보상을 받으면 심리적으로 보상이 가능하다.


혹은 정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그런데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싫은 일들 때문에 성취감을 느끼기가 어렵다면?

예) 요리를 좋아하는 데 설거지가 너무 싫다.


꿈의 직장에 들어와서 일은 좋은데 OOO이 싫다.

사회초년생들이 오래 소망하던 꿈의 직장에 들어갔을 때 번아웃이 오히려 쉽게 올 수도 있다고 한다. 바로 불행한 선배, 워라벨이 무너진 선배를 보면서 번아웃이 온다고 한다.


열심히 하면 좋은 열매가 따라온다고 해서 열심히 했는데,
그 결과가 희망이 없다? 절박해 보인다? 


선배들을 통해 상상해본 내 미래 모습에서 희망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워라밸이 무너진 선배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리더로서의 영향력도 위협받게 된다. 그런 선배는 어떤 후배도 따라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팀에서 유달리 팀원들이 지쳐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볼 때이다. 그래야 팀원들이 더 창의적인 일을 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 여러 연구와 사례로 밝혀졌다고 한다.



또 다른 극복 방법은 나에게 필요한 소통에 선택과 집중

한국에서 단톡방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자 한다. (소외에 대한 두려움일 수도, 남들에게 도태되면 안 된다는 불안일 수도 있다.) 단톡방에서 어떤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소통하지 않더라도 끊임없이 남들의 소통 안에 있으려고 한다. 이것은 끊임없이 소통하는 것과 정신적 소모가 크게 다르지 않다.


외로움을 피해 나쁜 관계로 도피하는 어리석음을 경계해야 한다.

-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박사

(한국인은 타인에게 부정적 평가를 받을까에 대한 두려움이 유독 강하다.)



마찬가지로 직장생활로 번아웃을 겪는 한국인의 특징이 있다.

직장생활, 사회생활, 인간관계 등으로 번아웃을 경험하면서 일의 스트레스를 사람들과 (술 마시고) 먹고 떠드는 것으로 해소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것 또한 사회적 노동!

사회적 노동으로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에 몸도 마음도 지쳐가고 다시 외로워진다.




그렇다면 번아웃이 왔을 때 방법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게 필요하다. 물리적으로 타인의 시선과 소리가 없는 공간과 상황이 필요하다는 것. 바로 모든 것! 모든 것에서부터 완전히 나 자신을 해방시키는 온전한 나 자신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야 번아웃에서부터 심리적 건강을 지킬 수 있다.



김경일 교수 자신도 번아웃을 겪었다고 한다.

심혈을 기울여 쓴 논문 30페이지를 학회에 보낼 때마다 70페이지의 부정적 피드백을 받았다고 한다. 그때는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엉망진창인 논문을 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 더 노력해서 잘하자"라고 생각해서 더더욱 논문에만 몰두하다 보니 에너지는 방전되고 결과도 부정적이었다. 결국에는 이 지구상에서 가장 무능한 심리학자처럼 느껴지고 스스로 세상 무능하다고 느껴졌다.


1년간 전문분야에 매달렸으나

단 한 번의 만족감, 성장감을 얻지 못했다.

이 만족감, 성장감을 다른 데서 빌려와야 한다. 

그러니 내 전문분야와 아무 상관없는 완전히 초보자가 될 수 있는 분야가 필요하다. 취미, 레저, 예술 등 내 생업과 상관없는 공부가 바로 그것이다.


(내 전문분야에서 다음 단계로의 레벨업은 더 힘들다. 게임에서도 초보일 때는 바로바로 레벨업이 가능하지만, 레벨이 높을수록 바로 레벨업을 하려면 더 많은 경험치,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타인의 평가에서 자유로우면서

작은 성장도 기쁨이 되는 일을 하자!

스스로 조금만 해도 무언가 늘었다는 느낌이 들어야 한다. ‘뇌’는 어차피 구분하지 못한다. 우리의 '뇌'에서는 일에서 나온 성취감이나 취미에서 나온 성취감이나 둘 다 같은 것. 


인간의 '뇌'는 한쪽에서 느낀 감정을 다른 쪽으로 전염시킬 수 있다.

따라서 다른 일에서 얻은 행복감, 만족감이 결국 본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것이 일에서 온 번아웃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다. 


알고 나면 너무 쉽고 별거 아닌 방법 같지만 사실 많은 한국인이 그동안 놓친 방법인 것 같다. 공부하면서는 좋아하는 것을 일절 못하게 금지하고, 일을 하면서는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면 철없는 사람 취급을 받기도 한다. 




한국 부모들은 어릴 때부터 내가 누구인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일을 잘하는지에 대한 고민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 어떤 부모들은 자식의 소질과 적성조차 스스로 고민할 기회를 박탈한다.

그대로 어른이 된 우리들은 결과와 성과를 내놓기를 닦달당하니 (그것도 빨리! 빨리!) 막상 좋아하는 일을 찾고 싶어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좋을지, 대체 어떻게 하는 것인지 막막하기도 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다.
집안에서, 직장에서 워라벨을 맞추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한 두 가지 찾자.

일주일에 단 1시간이면 어때?
온전히 나에게 열중할 시간을 만들 것!



경로를 이탈해도, 길을 잃어도, 괜챃다고 우리 스스로에게도, 다음 세대에게 알려주자.

https://brunch.co.kr/@ellev/344



                    


이 글은 김경일 교수님의 아래 동영상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https://youtu.be/xdeGgRdgKmw


Cover: Photo by Isabella and Zsa Fische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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