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 뇌 때문이었어
‘프로테우스 효과’를 통해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 말고도, 작심삼일을 바꿔주는 다른 연구도 있다.
한창 ‘내일의 나'야 부탁해~라는 표현이 유행이었다. ‘에라,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를 한 단계 뛰어넘어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를 다른 사람처럼 분리시켰다.
오늘 내가 한 행동이 내일 어떤 결과를 일으키건 뒷수습은 내일의 ‘나'에게 미뤄버린다.
어찌 보면 무슨 유체이탈, 다중인격 같은 사고방식인가 싶지만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샀다. 한 연구에 따르면 뇌과학적으로 틀린 말도 아닌가 보다.
‘내일'을 ‘미래'라고 정의했을 때 우리의 뇌는 ‘미래의 나’는 나 자신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나'를 떠올릴 때는 뇌가 밝게 빛나는 반면 ‘남(특히 모르는 사람)’을 떠올릴 때는 그렇지 않았다.
그런데 미래의 나를 생각하라고 하자 마치 ‘남'을 떠올릴 때처럼 뇌는 ‘신경 쓰지 않았다(didn’t care)’고 한다. [1]
즉, 우리는 마치 모르는 행인을 대하듯이 미래의 자신을 길가며 스치는 이들처럼 여겨 관심도 없고 신경도 안 쓴다는 뜻이다.
그래서 먼 미래를 위해 지금 현실에서 하는 고생을 참기 힘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힘든 걸 참고 미래를 위해 지금 투자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는 모두 ‘카푸어족'이나 ‘명품족'을 비난한다. 가까운 미래에 어떻게 될지 빤히 보이는데 지금 당장의 ‘오늘의 나'를 위해 욕망을 참지 않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 몇 달뒤 건강한 몸을 바라면서도 지금 당장 내 앞의 떡볶이를 참기 힘들다.
그래서 위의 연구진들은 ‘프로테우스 효과'를 활용해 재밌는 실험을 진행했다. VR을 이용해 실험 참가자들에게 ‘늙은 나'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랬더니 ‘늙은 나'를 바라본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은퇴자금에 더 많은 저축(실험에서 툴을 사용)을 했다고 한다.
비밀은 이전에도 소개한 프로테우스 효과.
프로테우스효과란
디지털에서 본 자신의 아바타로 인해 사용자의 행동이 영향을 받고 그 영향이 오프라인에도 지속되는 현상.
이전에는 키 큰 아바타를 사용한 실험자가 자신감 있게 행동하는 현상이 관찰되었는데 이번 실험에서는 나이든 자신의 아바타를 보고 미래의 자신에 대한 생각이 현실로도 (진지하게) 이어진 것이다.
연구에 의하면 잠깐 자신의 늙은 모습을 본 것으로도 행동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brief exposure to aged images of the self can change that behavior[2])
굳이 연구에 참가하지 않더라도 요즘은 간단하게 내 미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래처럼 '에이징'기술로 앱을 통해 간단하게 나이 든 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허쉬필드에 의하면 미래의 자신에게 편지를 쓰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시각적인 요소는 더 몰입감이 있고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했다.
아니면 비전보드 활용은 어떨까.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내가 원하는 미래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볼 수 있게 해보는 건?(내 셀카사진 필수)
오늘 내가 망친 일로 내일도 망한 내 모습을 자꾸 상상하는 것보다는 오늘의 내가 미래를 위한 결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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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rsner-Hershfield, H., Wimmer, G. E., & Knutson, B. (2009). Saving for the future self: Neural measures of future self-continuity predict temporal discounting. Social Cognitive and Affective Neuroscience, 4(1), 85-92. https://doi.org/10.1093/scan/nsn042
[2] You Make Better Decisions If You “See” Your Senior Se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