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_코펜힐과 티볼리

안녕?티볼리!

by ELLGGOM



아쿠아리움을 나와 조금 걸어 지하철 카스트럽역으로 갔다. 오전에는 아쿠아리움에서 아이들을 위한 일정을 보냈으니 어른들을 위한 일정도 가야지. 다음 일정도 BIG 건축물 일정이었다. 잡지에서만 보고 도시재생 프로젝트에서 사례 조사로 빠지지 않는 코펜힐을 가보기로 했다. 도시 외곽지역이라 거리가 꽤 있었지만 안보고 가지 않을 수 없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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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힐은 덴마크어로 아마거 바케(Amager bakke) 라고도 한다. 아마거 섬의 언덕이라는 의미란다.

아마거 섬의 북쪽에 자리잡고 있는 코펜힐은 10여년 전만 해도 쇠락한 공장지대였다. 그도 그럴것이 지하철역에서 코펜힐까지 걸어오는 길이 날씨 탓도 있겠지만 부촌이라는 느낌은 나지 않았다. 예전 공장지대였으니 건물의 대부분은 노동자들을 위한 주거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40년 정도 묵은 쓰레기 소각장 시설을 새롭게 탈바꿈하면서 주변 지역의 주거지도 새롭게 변했다. 아직도 오래된 건물들이 남아있지만 새로 지은 테라스 하우스나 집합주택들도 많았다. 코펜하겐 시의 건축공모전에 당선되어 지어진 코펜힐은 멀리서 걸어오는 길에 보이는 무게감과 스케일이 엄청나게 느껴졌다. 잡시에서 보던 사진 하나에서는 느낄 수 없는 스케일 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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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힐은 옛 쓰레기소각시설을 지역주민들의 여가시설과 에너지 재생산을 위한 시설로 새롭게 바뀐 건축물이다. 코펜하겐의 여느 외곽지역들 처럼 인구가 줄고 쇠락하고 있던 아마거섬 지역에 활기를 불어 넣게 된 것이다.


꼭대기까지 걸어 올라가면서 외부 구조를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경사진 초록 지붕 위로는 산책하는 사람들과 달리는 자전거도 몇몇 보였다. 몇명 되지는 않았지만 스키어들까지 있었다. 겨울시즌이라 모든 시설이 다 문을 열고 있지는 않아서 조용하긴 했다. 1층에 있는 스키렌탈샵도 북적거리지 않았고 카페도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상태였다. 도시의 외곽에서 시작된 이 건축이 코펜하겐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은 걸 눈으로 확인하며, 도시는 정말 끊임없이 진화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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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본격적으로 코펜하겐 시내 구경에 나섰다. 그리고 이 날의 하이라이트, 티볼리공원.
어린 시절 동화 속에나 나올 법한 이곳은 크리스마스 시즌으로 온통 반짝이는 불빛과 화려한 장식으로 물들어 있었다. 티볼리 공원은 디즈니랜드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고 최초의 놀이공원이라고 할 수 있다.


10년 전, 남편과 함께 왔을 때는 아쉽게도 할로윈 준비로 문을 닫아 들어가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소원을 푼 느낌이었다. 아이들은 2층짜리 회전목마를 보고 너무 신기해했고, 천천히 달리는 기차도 탔다. 미친 토끼 범퍼카 운전은 즐거웠고 중국풍의 은 티볼리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었다.

나는 추로스와 아이스크림의 놀라운 맛에 감탄했다. 정말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맛이었다. 티볼리 안에 있는 고급 호텔을 지나며 “언젠가는 여기서 하룻밤 묵어보고 싶다”는 작은 바람도 속으로 빌어보았다.

공원이 너무 좋아 체력만 받쳐줬다면 밤새 구경하고 싶었다. 5가지 놀이기구를 탈 수 있는 티켓을 끊고 본전을 뽑았다. 어느새 코펜하겐 시내는 더 깊은 어둠에 잠겨갔다. 그래도 화려한 불빛으로 가득한 코펜하겐은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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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데리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 한두 정거장만 더 가면 이케아와 대형 쇼핑센터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곳은 BIG가 전체적으로 설계한 자전거 도로가 도심과 구도심을 이어주는 구조로, 도시와 사람, 이동 수단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였다.


쇼핑센터에 들러 첫날 못 먹었던 한국 음식도 챙겼다. 잡채, 비빔밥, 제육볶음. 반가운 맛이었지만,

아무래도 고향의 손맛에는 미치지 못했다. 비싼 한식이었지만 그저 아이들에게 익숙한 음식을 먹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우리는 한식을 먹었다는 것에 만족했다.

쇼핑센터 바로 옆에는 이케아가 자리잡고 있었는데 그 옆에도 BIG가 설계한 아파트가 있었다.

삼각형의 판을 겹겹이 쌓아 놓은 뾰족뾰족한 형태로 학생들 기숙사나 일반 아파트로 사용되고 있는 건물이이었다. 코펜하겐 중심부터 외곽지역까지 BIG 프로젝트들도 구경하고 도심 놀이공원까지 알차게 돌아 본 하루였다. 이렇게 우리 가족의 코펜하겐에서의 하루는 도시, 건축, 맛, 그리고 추억으로 가득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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