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는 없어요.
아침에 조식을 먹으면서 우연히 호텔에서 일하시는 한국인분을 만나게 되었다.
우리가 한국인 가족들로 보여서인지 친절히 말을 먼저 걸어주셨다. 코펜하겐에서 일하시며 생활하시는 분이라고 자신을 소개하셨다. 그리고는 아이들과 함께 갈 수 있는 좋은 곳을 소개해 주셨다.
메모지가 없어 냅킨에 볼펜으로 몇몇 장소를 적어주셨다. 그중 하나가 MVRDV 가 설계한 KUBE라는 지역 커뮤니티 건물 및 키즈카페였다. 아이들이 즐거운 것이 여행의 목적 중에 하나였기에 우리는 큐브에 가보기로 했다.
코펜하겐은 10년 전에 남편과 둘이 왔을 때부터 장기적인 도시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있었다. 인구가 줄어들어 할램화가 되어가는 지역의 재개발, 도심과 근접한 피요르드의 활성화와 개발, 디자인과 건축의 특성화였다. 2023년 우리가 아이들과 온 그 시점에 10년 동안 진행했던 도시 프로젝트들이 거의 완성단계에 접어들고 있었다. 덴마크 건축센터나 큐브 건물도 도시 프로젝트에 포함되는 것들이었다.
뇌레포트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프레데릭스베르라는 지역으로 이동했다. 이 날은 비가 추적추적 계속 내렸다. 우산이 없었던 우리는 지하철에서 내려 비를 맞으며 걸었다. 10분 정도 걸었을까 큐브처럼 생긴 건물이 보였다. 동네 작은 아파트들 사이에 있는 크지 않은 건물이었다. 우리나라 지역 동사무소 같은 느낌이었다.
큐브 건물의 입구는 평범했다. 하지만 몇 걸음 들어가 내부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엄청난 공간들이 눈에 들어왔다. 단순히 건물 내부를 평범하게 분리시킨 문화시설과 키즈카페가 있을 거라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입구에서부터 안내라는 것은 없었다. 적당히 눈치껏 내가 원하는 공간으로 알아서 가면 된다. 입장료도 없었다. 내부는 굉장히 어두운 편이었다. 곡선으로 이루어진 중앙 공간에서 여러 갈래로 길이 나누어져 있었다. 가방과 옷을 보관하는 공간, 화장실, 카페테리아. 놀이공간, 다른 층으로 갈 수 있는 계단 공간 이렇게 나누어져 있었다. 중앙 로비와 짐보관 공간에는 신발과 옷이 말 그대로 널 부러져 있었다.
주인을 찾기도 힘들 정도로 신발과 옷, 가방이 널브러져 있었다.
화장실로 가는 다른 길목에는 아이들이 누워서 쉬거나 화장실로 가고 있었고 카페테리아에는 부모와 아이들이 앉아서 삼삼오오 식사를 하고 있었다. 놀이공간을 향하는 길을 따라가보니 콘크리트로 높은 언덕을 만들어 놓았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시설이었다. 낮은 암벽클라이밍과 미끄럼틀 놀이를 할 수 있는 콘크리트 언덕은 문화적 충격이 컸다. 안전불감증과 안전책임감에 걸리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면 기겁을 하고 아이를 놀지 못하게 할 공간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하지만 그곳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었다. 안전요원도 없었지만 알아서 차례를 기다리고 모르는 아이들끼리도 이야기하면 순서를 정하고 게임을 만들어 내 함께 놀고 있었다. 우리 아이들도 그중에 한 무리였다. 언어적 소통도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지만 피부가 까맣고 눈이 파란 아이들과 재미있게 놀았다. 아이들은 그 공간에서 떠날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았다. 우리도 덴마크 부모들처럼 아이들을 그곳에 알아서 놀게 두고 건물 내부를 구경하기로 했다. 1층부터 천천히 돌아보았다.
형형색색의 네모 공간으로 이루어진 2층은 큐브 모듈을 연상하게 했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라는 이미지가 단번에 인지 되었다. 아이들의 감성 같은 컬러와 거친 콘크리트와 철들 이 한 공간에 함께 있었다. 계단실에는 두세 겹으로 막아놓은 난간은 없고 철망 한 겹으로 가려진 천장까지 통하는 난간 하나뿐이었다. 계단을 오르면 오를수록 다음 층의 공간이 기대되는 건물이었다.
2층에도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있었다. 미끄럼틀과 다양한 놀이기구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쉴 수 있는 공간들도 있었다. 누구 하나의 제재나 안내 없이 자유롭게 노는 아이들과 엄마 아빠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