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_비바람 커넬투어

코펜하겐 크리스마켓과 스트뢰에

by ELLGGOM




이날도 날이 흐리고 비가 왔다 갔다 했다. 가끔 진눈깨비처럼 눈 같은 비가 날리기도 했다. 그래도 9월에는 러키데이가 있었어서 해를 보긴 했었는데 12월 겨울에 코펜하겐에서 해가 쨍쨍한 러키데이를 기대하는 것은 헛된 희망인가 보다는 생각을 했었다.

건축센터에서 나오니 해가 졌다. 또 깜깜한 밤 같은 저녁의 코펜하겐이었다. 뉘하운으로 가서 커넬보트를 타고 이제까지 걸어 다녔던 곳을 보트로 한번 돌아보기로 했다. 처음 커넬투어를 찾아다녔을 때에는 매표소와 타는 곳이 다르다는 것을 몰라서 한참 헤맨 기억이 있다. 두 번째 커텔투어는 자연스럽게 코펜하겐 카드로 티켓을 발급받고 보트를 타는 곳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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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여행을 다니면서 늘 느꼈던 것이지만 이들에게는 강제성이나 안내는 없었다. 그저 개인의 자유와 책임으로 모든 행동은 허락된다. 뉘하운 보트 선착장을 걸으면서 한 발자국만 옆으로 가면 물가로 떨어질 것 같은 펜스 없는 운하를 따라 쭈욱 뻗은 보도는 북유럽의 자유와 책임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 이곳은 보트 선착장과 보도가 연결되어 있는 자유롭게 걷고 배를 탈 수 있는 곳이야, 우리는 펜스 같은 것들은 만들지 않아, 그냥 걷거나 조깅할 때 물가로 떨어지는 일은 없거든. 술을 먹고 뛰거나 넘어져서 물에 빠지는 건 네 개인의 행동에 대한 책임이야. 물에 빠지면 우리가 구해주는 건 해줄 수 있어. 살려달라고 소리치면 말이야.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여행기 마지막에 한 번은 정리할 것이지만 북유럽 사람들의 의식과 생활방식은 우리와 정말 다르면서도 특이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부분들이 많은 것 같다. 물론 좀 납득이 안 가는 것들도 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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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아이들과 함께 커넬보트에 올라탔다. 비가 계속 온 날이라 그런지 창가 좌석에는 모두 빗물이 고여있었다. 가지고 있는 수건으로 창가 좌석 물을 닦고 앉았다. 작은 보트 창문을 열고 깜깜한 저녁 풍겨들을 보기 시작했다. 세찬 비가 창문 안으로 날아들어 창문을 닫았다.


어둡고 비가 오는 저녁이라 조명빨에 기대어 크리스티안보르 궁전, 블랙 다이아몬드, 오페라 하우스도 지나쳤다. 깜깜한 배경에 실루엣만 보이는 인어공주 동상도 보였다. 10년 전 남편과 타코와 맥주를 마셨던 리펜 마켓도 보였다. 그렇게 비바람과 함께한 커넬투어가 1시간 정도로 끝이 났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에서 조금 어려운 점은 아이들 체력과 흥미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에 정작 내가 가보고 싶은 곳들은 포기해야 할 때가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마냥 걸으면서 구경하는 좁은 골목들과 이쁜 소품샵, 모던한 현대 인테리어 소품이나 디자인 요소들을 끝없이 구경할 수 있는 백화점 같은 것들이다. 이 날은 커넬투어까지 마친 상태에서 그냥 숙소로 돌아가기에는 아쉬운 날이었다. 이제 여행이 며칠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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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넬투어에서 내려 걷다 보니 우연히 크리스마스 마켓을 마주치게 되었다. 왕의 광장 크리스마스 마켓인 것 같았다. 추운 날씨에 여행할 때에는 시도 때도 없이 배가 고픈데 잘된 일이었다.

뱅쇼가 파는 집이 있어 너무 따뜻하고 맛난 뱅쇼를 사고, 이은이가 좋아하는 핫초코, 래은이가 좋아하는 회오리 감자, 그리고 따뜻하고 달콤한 호두강정을 사서 쉘터 같은 곳으로 들어갔다.

현지인들이 즐겁게 이야기하며 뱅쇼와 핫초코를 마시고 있었다. 우리도 코펜하겐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느끼기에 너무도 충만한 곳이었다. 크게 만들어 놓은 산타 썰매 앞에서 사진도 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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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마켓은 유럽에서 가장 길다는 보행자 전용 쇼핑거리인 스트뢰에 거리 근처에 있었다. 크리스마스마켓을 한 바퀴 돌고 나와 스트뢰에 거리로 갔다. 아이들의 취향을 저격한 레고매장부터 로열코펜하겐 매장, 조지젠슨과 같은 소품, 의류 모든 브랜드 매장이 있는 곳이다. 먼저 레고 매장으로 들어가 몸을 녹이면서 아이들을 즐겁게 해 주고 일룸스볼리후스로 갔다. 한번 들어가면 나오기 싫은 나의 최애 북유럽 백화점 중에 하나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그곳에서 루이스폴센 PH 조명 포스터도 몇 개 구매하고 너무 사고 싶지만 가격과 수화물의 압박으로 살 수 없는 소품들과 가구들을 구석구석 구경했다. 색감이 미친 몬타나 컬러칩도 보고 미니어처로 만들어진 세븐체어도 보면서 즐겁게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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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은 이것저것 군것질을 많이 해서 저녁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사진도 없고 기억도 없다. 맥주를 마신 사진 하나뿐이다. 아마도 며칠 전에 아시안 마켓에서 사놨던 컵라면을 먹었지 싶다.

이렇게 코펜하겐에서 알찬 4일째 되는 날이 막을 내렸다. 모두 정신없이 골아떨어졌었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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