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 훑어보기
이 날은 다행히도 하늘이 쾌청하고 파랬다. 아침도 역시 호텔 조식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스칸딕 스펙트럼 호텔에서 마지막 날을 마쳤다. 잠시 짐을 보관하고 코펜하겐 도심을 훑기로 했다. 유럽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대성당과 블랙다이아몬드, 그리고 오페라하우스를 짧게 둘러보기로 했다.
호텔 건너편에서 늘 타던 버스를 탔다. 어제 커넬투어 때 암흑 속에서 보았던 크리스티안보리 궁정의 첨탑이 뚜렷하게 보였다. 다행히도 파란 하늘 아래 코펜하겐을 훑을 수 있게 된 날이라 행복했다. 버스에 내려 코펜하겐 대성당까지 걸어가면서 하얀 건물 안에 있는 조앤더주스를 만나니 반가웠다. 처음 코펜하겐에 왔을 때 조앤더주스에서 주스를 만들어주는 데니쉬미남들을 보고 엄청난 문화충격을 받았는데 몇 년 전 우리나라에 조앤더주스가 들어왔을 때는 일하시는 분들을 보고 다소 실망한 기억이 있다. 주스를 만들어 주는 미남도 같이 수입해야 진정 조앤더주스를 경험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흠
농담 같은 주저리 수다는 접어두고, 아무튼 헬싱키 대성당에 도착했다. 오슬로에서도 현대건축 위주로 구경했던 터라 아이들은 책에서만 보던 고딕양식 성당의 내부를 보고 적잖이 놀란 듯했다. 역사만화나 교과서에 나오는 사진이 아니라 정교한 건축을 직접 보면서 아마도 역사와 건축에 대한 무언가는 느꼈을 것이다.
고요한 성당 내부를 구경하고 왕립 도서관- 블랙다이아몬드가 있는 곳으로 걸어 이동했다. 이동 중에 여행 전 호텔을 알아보다가 하룻밤 묵고 싶었으나 가격이 조금 높고 우리에겐 좁았던 호텔에 잠시 들어갔다. 코펜하겐 에드미럴 호텔이었는데 지은 지 100년이 넘은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호텔로 사용하고 있는 곳이었다. 옛 목구조는 그대로 살리면서 현대적으로 리모델링 한 호텔은 덴마크 특유의 감성과 전통을 지니고 있었다. 로비의 가구들과 창문들은 전통과 현대가 만나 아늑하고 편안한 장소를 제공해주고 있었다. 호텔 화장실을 잠시 빌려 쓰고 다시 블랙다이아몬드로 가는 길을 걸었다.
블랙 다이아몬드로 가기 위해 수상택시를 타기 전 코펜하겐 플레이 하우스 앞에도 잠시 들렀다. 2014년이 왔을 당시 블랙다이아몬드에서 남편과 둘이 시간을 많이 보내고 바로 건너편에 위치한 코펜하겐 플레이 하우스 레스토랑에서 커피도 마셨었다. 그때는 시간과 지루함의 압박 없이 자유롭게 반나절을 그곳에서 보냈었다.
코펜하겐 플레이하우스는 바다 바로 앞에 지어져 있는데 바다와 접한 데크에는 프라이빗 사우나 시설도 있었다. 오늘 같은 날씨에 수영을 하다가 들어가면 안성맞춤 일듯 싶었다. 저 멀리 왕립 오페라 하우스도 보였다.
건너편에는 주거와 상업시설로 지어진 크레예르츠 플라츠가 보였다. 기존 항만 창고의 형태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지붕 모양과 목재 외장, 지속 가능성을 강조한 설계로 유명한 건물이다.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덴마크 시리즈 [우리가 숨겨온 비밀]을 보다가 여자 주인공 사무실 뒤편 유리 너머로 보이는 크레예르츠 플라츠가 반가웠다. 아마 위치 상으로 플레이하우스 위층 사무실에서 촬영한 것 같았다. 나도 저기 가봤었는데 하며 기분 좋게 드라마를 시청했었던 기억이 있다.
플레이하우스 주변 구경을 마치고 바로 앞에 있는 수상택시 선착장에서 331번을 타고 건너편 블랙다이아몬드로 갔다. 며칠 전 저녁에 타 본 수상택시와는 또 기분이 달랐다. 하늘이 파랗고 맑아서 커넬투어보다 더 나은 운하 투어를 하는 것 같았다. 5분 정도 지나 며칠 전 수상택시를 탔던 BLOX 정류장에 내렸다. 블랙다이아몬드는 BLOX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 BLOX 근처에 간 김에 아이들이 다시 한번 미끄럼틀을 타보고 싶어 했지만 코펜하겐 카드로 두 번 입장은 불가했기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블랙다이이몬드로 향했다.
다시 블랙다이아몬드 건물에 들어서니 여전히 멋졌다. 건물 중앙 내부에 위치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넓은 커튼홀로 보이는 코펜하겐 전경과 블랙다이아몬드 내부 공간을 보는 그 느낌은 변함없이 설레었다. 정돈된 서가와 구석구석에 보이는 다른 층들의 공간을 보는 재미도 여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