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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봄 Jan 23. 2024

6. 늙어가는 나, self 돌봄

나는 내가 챙긴다.

누가 그랬다. 이제 암 말고는 전부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의 일종이라고.


1년 전부터 무릎이 이상했다. 걸어가는데 갑자기 뚝, 무릎 뒤가 아프기도 했고 갑자기 소스라치게 놀랄 만큼 통증이 느껴져서 그 자리에 멈췄다가 다기 걷기도 했다. 갱년기가 오는지 살이 찌나 싶어 난생 처음 비싼 돈 내고 pt라는 것도 받아봤다. 8번의 pt 후 혼자 러닝머신 위에서 걷기를 열심히 했는데, 단지 걷기였는데 그것도 욕심을 내 걸었더니 또 무릎이 아파왔다. 정형외과는 늘 환자가 넘쳐나고 한번 들락거리는 거 자체가 일이다. 물리치료만 한두 번 하고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곤 한 달 반 정도 안 하던 일을 했다. 단순 포장 아르바이트라고 해서 갔는데 생각보다 중노동이었다. 가만히 앉아서 포장만 하는 게 아니라 박스를 올려서 물건을 풀어놓고 다시 재포장해서 옮겨 놓고. 몸을 쓰는 동안 마음은 즐거웠으나 몸에 심한 무리가 갔다. 쪼그려 앉는 게 몹시 두려워졌다. 또다시 휴식기, 한 달을 쉬었더니 또 나아지나 싶었는데 어느 날 쇼핑한다고 좀 돌아다가 심각한 현상이 벌어졌다.  이제 돌려 앉거나 일어설 때, 몸의 방향을 틀 때나 다리를 들어 올릴 때 '뻑!' 소리가 난다. 동시에 통증으로 소스라치게 놀란다. 앉은 상태에서 일어나는 게 두렵고 차에서 내려 다리에 힘을 주는 것도 무서워졌다.


집 바로 앞에 웬만한 병원은 다 있는데 왜 하필 정형외과만 한참을 가야 하는지. 또 귀찮고 두려운 마음에 가까운 병원을 찾아 약을 처방받고, 아쉬운 물리치료는 바로 옆 한의원에서 받았다. 마음 한편에서 '그래도 정형외과를 가봐야'하는 생각이 계속 올라왔지만 아직은 귀찮음이 통증을 이기나 보다. 한편으로 이 미련함과 고집을 내 가족이 안다면 화를 내겠지? 싶었다. 내가 우리 엄마에게 느끼듯이.

 

몸을 생각하지 않고 편한 대로 편리대로 또 늘 마음에 휘둘리느라, 몸은 뒷전이라 맞은 결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제 오십이지만 나는 이미 고혈압약은 3년째,  고지혈도 이미 경계를 한참 넘었다. 여성호르몬 검사를 통해 호르몬치료제도 받아왔다. 6시 30분 알람 소리에 일어나면 혈압약을 먹고 매일 3~4잔의 커피는 이제 하루 1잔으로 줄었다. 커피를 대신할 마실거리로 향긋한 내가 올라오는 각종 티백을 준비하고, 나또도 약을 먹듯 한 번씩 챙긴다. 밥을 거친 잡곡밥으로 바꾸고 샐러드는 혼자만 먹지만 그래도 나를 위해 장을 봐온다.  빵, 떡부터 끊으라는 의사의 단호한 경고에 빵을 거친 바케트, 호밀빵 등으로 바꾸고 한두 조각만. 그래도 당기는 달달함은 생과일과 꿀고구마로 대신해 본다. 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스스로 위로하면서.


마흔이 갓 넘은 막내 동생은 자궁적출에 장기유착으로 지난주 큰 수술을 받아야 했다. 막내는 제왕절개 두 번에 갑상선암 수술, 부인과 개복 수술 두 번, 지금까지 전신마취를 하는 큰 수술만 5번을 했다. 이번에도 막내가 고통으로 생사를 헤매는 동안 조카 둘을 내가 봤다. 그 와중에 일흔여덟 인 친정 엄마는 몇 년 전에 했던 심장 스텐스 시술을 다시 받아야 한다고 입원했다. 조카들 핑계로 가보지 못하고 있는데 스텐스가 문제가 아니라 어쩌면 심장에 제세동기를 삽입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한다. 고령인 엄마를 생각하면 심란한 일이다. 그런데 아직은 젊은 막냇동생을 생각하면 이제 엄마의 일이 아주 큰 일 같지 않고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래서 나이 들수록 의연해지고 수용의 폭이 넓어지는 걸까? 생로병사희로애락의 경험치만큼 사람은 담대해지는 것 같다. 


그럴 수도 있어.

다 그런 거야.

그런 거지.


영혼 없이 하는 말이라 생각했던 이 짧은 말 한마디. 초월한 듯 가볍게 들리지만 뿌리 깊은 삶의 애환과 무게를 본다. 이렇게 흘러가고 이렇게 늙어가는 거겠지. 우리 엄마의 시간은 앞으로 몇 년이 남았을까? 암환자로 뼈에 전이까지 일어난 우리 아버지의 시간은 또 몇 년이 남았을까. 나는 앞으로 20년을 건강히 살 수나 있을까? 나를 위한 삶으로 딱 10년을 건강히, 느끼고 누리며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아보고 싶다. 그리고 그 후의 10년은 신앙생활과 소소한 모임을 낙으로, 기회가 된다면 봉사도 하면서 지내고 싶다. 내게 앞으로 20년의 생이 주어진다면, 그렇게 살고 싶다. 오래 살고픈 게 아니라 질적 퀄리티가 있는 삶. 오늘을 느끼고 누리고 감사하며. 오늘을 경험하며!


그러기 위해 나는 오늘도 나를 돌본다. 무릎을 위한 치료도 다녀와야 겠다.

 

#자기돌봄 #50부터 #자기관리 #건강관리 #노후준비 #남은생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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