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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Ellie Feb 21. 2021

필라테스 왜 하세요?

필라테스 강사로 살아가기 02. 필라테스가 가져다준 내 삶의 변화

센터에 상담하러 오시는 분들이 필라테스를 통해 얻고자 하는 니즈는 정말 다양하다. 자세 교정, 다이어트, 운동능력 향상, 근육통 완화 등등 심지어는 기재된 운동 목적의 모든 항목에 체크하는 분들도 있다. 필라테스 강사로 이런 니즈를 가진 고객들을 대할 때면 늘 조심스럽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전부 해결해 주는 강사가 되고 싶지만 어디에서부터 이야기를 풀어가야 할지 답답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필라테스를 경험해 보지 않은 고객에게 내 눈높이의 생각을 강요할 수는 없다. 고객이 그런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필라테스가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을 온전히 내 수업에 담아내기 위해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다.



필라테스를 하게 되면서 내가 얻은 가장 큰 이점은 '주도적인 삶'이다


필라테스로 인해 나는 인생이 바뀌었다.




몸을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출산 전부터 꾸준히 요가 수련을 해 오고 있었다. 처음 필라테스를 시작하게 된 것은 2013년 둘째 아이를 출산하고 난 뒤 6개월이 지나서였다. 과하게 유연한 인대를 가지고 있는 몸이라 근력 운동에 집중하고 싶어서 필라테스 센터를 찾게 되었다. 업무를 마치고 정신없이 필라테스 센터에 도착하면 가쁜 호흡을 안정화시키고 긴장된 몸을 이완하는 데에도 한참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 간 잘못된 자세로 오랜 기간의 좌식 생활을 해 왔고 목과 어깨는 늘 과하게 긴장되어 있었다.


필라테스를 시작하면서부터 내 몸을 이해하고 얕게 반복되는 호흡을 다스리고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나를 위해 움직임에 집중하는 1시간이 덧없이 행복했다. 외부로 향해 있던 시선을 돌려 나의 욕구와 내면에 좀 더 집중하기 시작했다.


단조로운 회사 생활도 활력이 넘쳤다. 주변 사람들도 조금 더 여유 있는 마음으로 대할 수 있었고 회사 내에서 새로운 시도도 많이 했다. 내향적인 성향이라 조직 생활을 하며 많은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일은 원래 타고난 기질과는 맞지 않았다. 하지만, 주어진 일을 쉽사리 포기하는 것은 '나답지 않다'라는 이상한(?) 오기 덕에 17년 이란 긴 시간 동안 묵묵히 회사 생활을 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회사란 내게 재정적 안정과 마음의 평화를 주는 '삶의 터전'이었기에 챌린지 한 회사 생활과 삶의 밸런스를 잡아주던 필라테스는 내게 찾아온 선물 같았다.


그렇게 필라테스 러버가 된 나는 이후 내가 살고 있는 지역 권 안에 있는 필라테스 센터를 두루두루 경험하기 시작했다. 2016년 자격증 과정을 진행하게 되기까지 소위 국제 자격증으로 명망 있는 밸런스드 바디 (Balanced body), 스탓(STOTT), 바시(BASI), 국내는 모던, 머슬케어 등등 협회 출신의 강사님들을 두루두루 만나게 되었다. 몸으로 경험한 느낌과 생각들을 토대로 내가 취득하게 될 자격증을 고르기 위해 고심하며 하나씩 가지치기해 나갔다.


어떤 기준으로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협회를 선택했고 이후 2년의 시간 동안 어떻게 자격증 공부를 해 왔는가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작성하려 한다.


필라테스 강사로 일하게 된 지금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자격증을 취득할 당시에는 강사로 일해야겠다는 포부는 없었다. 그저 필라테스가 너무 좋아서 자격증을 따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자격증 도전이 노후에 나와 내 가족의 건강을 책임져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 무렵의 나는 로먼 크르즈나릭 인생 학교-일(일에서 충만함을 찾는 법)을 읽으며 버틀란트 러셀, 하루 4 시간만 일하기 콘셉트에 심취해 있었다.


대부분 천직은 이렇게 나타난다. 간혹 폭발적인 깨달음의 순간으로 천직을 찾는 사람들도 있지만 보통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천천히 확고해진다.

결론적으로 내가 전해줄 대단한 비결이란 건 없다. 천직이라고 할 만한 직업을 찾고 싶다면 가만히 앉아서 혜성처럼 나타나기만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 마리 퀴리처럼 행동을 취하고 천직을 키워나가려고 노력해야 한다. 어떻게? 의미와 몰입, 자유라는 세 가지 요소가 충족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에 헌신하면 된다.

로먼 크르즈나릭 인생학교 - 일, 일에서 충만함을 찾는 법


나는 언제가 될지 모를 '퇴사'의 순간을 위해 위험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측면에서 '제2의 삶'을 준비해 나가기 시작했다.


단, 퇴사란 선택을 하기까지 내 밥벌이를 충분히 해야 했다. 당장 수입이 없더라도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할 수 있을 만큼의 경제적 여유가 없다고 판단했기에 회사에서 내 가치와 존재를 입증하기 위해 충실한 시간을 보내려고 했다.


덕분에 회사라는 조직을 바라보는 관점도 많이 변화했고, 주변 사람이 아닌 스스로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면서 긴장으로 여유 없이 쫓기던 마음 상태도 편해졌다. 그즈음엔 배우자도 안정적 위치에서 조직 내에서 자리를 자리 잡게 되면서 나는 '삶의 변화'를 위한 선택과 집중의 시기를 보낼 수 있었다.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며 생활 전반의 패턴을 조금씩 바꾸어 나가기 시작했다. 퇴사라는 선택과 프리랜서라는 삶을 택하기까지 과정은 적절한 시기에 다시 글로 정리하려 한다.


마침내 2019년 7월에 나는 다니던 직장을 퇴사하는 인생 최대의 결단을 내리게 된다.


17년 다닌 회사를 박차고 나간다(?)라는 표현이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의외로 나의 용기를 부러워하던 동료 다수가 내게 격려와 지지를 보내주었다. 물론, 현재 프리랜서 지위의 나의 수입은 17년 근속하던 회사원으로 일하는 이전과는 비할 바가 못 된다.


하지만, 위험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면서 준비해 온 시간 덕분에 코로나로 체육시설 집합 금지 명령이 떨어진 기간 동안 강사 일을 쉬고 있는 동안에도 내가 해야 할 일들에 보다 집중하면서 어려운 시기를 보낼 수 있었다. 좋아하는 해부학 공부도 깊이 있게 정리하며 NCPT(National Certification Pilates Teacher) 자격증을 추가로 취득했다.


코로나로 힘든 한 해를 보낸 많은 동료 강사들이 정체성에 혼란을 겪으면서 이 직업이 아닌 다른 직업을 찾아야 하나 고민을 토로하는 모습을 종종 접하게 된다. 일부 단 기간에 발급되는 자격증 과정에 진입장벽이 낮다 생각하고 도전하는 분들이 다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고객을 지도해 보면 이내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깨닫게 된다.


얼마나 깊은 책임감을 가지고 고객을 대해야 하는지,

그렇게 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공부를 필요로 하는지 말이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부서에 몸담았지만  나는 외국계 생보사에서 보험 계약의 계약 인수/거절 유무를 결정하는 계약심사 부서, Underwriting 업무 경력을 가지고 있다. 당시 질병과 인체에 대한 공부를 심도 있게 해 왔던 터라 의학용어로 범벅된 APS, 의무 기록 사본을 읽어내는데도 내겐 큰 어려움이 없다. 업무와 유관된 ALU(미국 언더라이터 자격증)도 취득했고 회사 생활 중 가장 즐겁게 일했던 시기이다. 이런 연결고리 덕에 인체에 대해 공부하는 일이 너무나도 즐겁고 어려운 해부학을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는 것 같다.

필라테스란 Joshep H. Pilates의 창시자의 이름이다. 그의 저서 <Return to Life Through Contrology>에도 언급된 바와 같이 그가 전파하고자 했던 필라테스의 철학은 '균형 잡힌 몸과 마음의 조화'이다. 1 세대 엘더들에게 도제식으로 전파한 조셉의 운동방법과 사상이 이후 세대를 거쳐오면서 바라보는 관점과 해석에 따라 일부 사람에겐 다른 의미로 전달되기도 한다.


하지만, 내게는 일과 시간 이후를 채워주던 삶의 활력, 균형 잡힌 밸런스로 내 삶의 주도권을 갖게 되면서 찾아온 변화들이 필라테스를 통해 얻게 된 가장 큰 수혜이다.


With body, mind, and spirit functioning perfectly as a coordinated whole, what else could reasonably be expected other than an active, alert, disciplined person? Moreover, such a body freed from nervous tension and over-fatigue is the ideal shelter provided by nature for housing a well-balanced mind that is always fully capable of successfully meeting all the complex problems of modern living. Personal problems are clearly thought out and calmly met. The acquirement and enjoyment of physical well-being, mental such so fortunate living among us today. However, it is the ideal to strive for, and in my opinion, it is only through Contrology that this unique trinity of a balanced body, mind, and spirit can ever be attained. Self-confidence follows.

P.41, Results of Contrology, Pilates' Return to Life Through Contrology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필라테스로 다이어트를 하고, 인스타에 나오는 필라테스 강사들의 화려한 외형만을 쫓으며 필라테스를 하면 그런 아름다운 몸을 갖게 된다는 착각에 빠진다.


미적으로 누가 봐도 아름다운 몸매를 가지고 계신 인플루언서 강사들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며 어떻게 자기 관리를 하고 있는가? 에 대한 방법론과 필라테스라는 메소드를 통해 얻고자 하는 본질적인 목적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필라테스를 꾸준히 하며 바른 정렬로 내 몸의 근육을 조화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곧은 자세와 운동 능력 향상이라는 부차적인 가치들도 따라오기 마련이다. 불필요한 보상에 의해 사용하던 근육들도 제 자리를 잡아가게 되니 근육통에 시달리던 후진 몸이 변화하게 되는 것은 부차적인 덤이다. 하지만 다이어트, 재활, 자세 교정 등을 목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한국 사회에서 필라테스를 바라보는 편견을 낫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런 맥을 잘 잡고 필라테스를 바라볼 수 있다면 소비자 입장에서 필라테스 강사와 센터를 선택하는 기준도 바로 자리를 잡아나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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