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엘리 Feb 22. 2024

되찾은 리토의 평화

젤다의 전설 -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50)


리발 광장에서 잠시 서 있는 사이, 허리춤에 찬 시커 스톤에 알림이 들어왔다. 시커 스톤을 켜 보니 '영걸 리발의 용맹'을 사용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떴다.



상승 기류를 사용해 하늘로 높이 날아오를 수 있는 힘.... 연속 3번까지 발동할 수 있으며, 그 이후에는 일정 시간이 지나야 다시 사용할 수 있다...


어쨌거나 이 능력, 앞으로 나의 모험에 정말 요긴하게 활용될 것 같다. 무엇보다 산을 많이 올라야 하는 하이랄 지형의 특징상... 어쩔땐 지루하고 힘들기만 한 등반을 대폭 줄일 수 있는 능력이 될 거다.


나는 바로 부족장 칸을 만나러 갔다. 메도가 이제 돌아왔으니 그에게 보고를 해야지.



그런데 칸이 머물고 있는 집에 들어가려다, 바로 옆집인 테바의 집을 흘끗 보았다. 마침 테바가 보이기에 그에게 말을 걸려고 집으로 들어갔다. 그의 상처가 걱정되기도 해서였는데... 집에 들어서자마자 테바가 반갑게 나를 맞아주었다.


"너로군... 이번 일로 신세를 많이 졌다."

"많이 다쳤어?"



"괜찮아. 아내 덕분에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됐어. 그런데.. 아내한테 듣자하니... 네가 영걸님의 후예라고 하던데?"


메도의 베리어를 없앴던 그때는 테바가 날 수 있는 상태였어서 몰랐는데, 걸을 수 없을 정도였다니 좀 놀랐다.. 큰 상처였다 싶었지만 나는 바로 이어진 테바의 질문에 말이 막혔다. 영걸님의 후예… 뭐라고 대답할까.. 맞다고 할까?



내가 망설이고 있는데, 테바는 그런 날 보고 웃으며, 그게 뭐 대단한 비밀이냐는 듯 말했다.


"하핫! 숨길 필요 있나? 활솜씨도 그렇고 공중에서 몸놀림도 그렇고 너는 영걸님의 피를 물려 받은 것이 틀림없다. "


젤다 공주 이름을 기억하기에 나는, 테바가 그래도 나를 영걸로 생각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뭐... 사실, 상관없기는 하다만... 이걸 그냥 말해 줘, 말어?



떨떠름하게 고민하고 있는데 테바가 다시 말을 걸었다. 눈치는 백단인 테바다.


"뭐지? 할 말이 있는 것 같군..."

하지만.. 이걸 어떻게 말하나.. 흠..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는데...


"실은...."



그런데 테바는 내 이야기를 듣지 않고 이렇게 말하는 거였다.


"설마 네가... 하일리아의 영걸님 본인인 것 아냐?"

휴..  이제서야 알아챈건가? 하고 생각하는데 테바는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하핫! 그럴 리가 없지. 영걸님은 모두 재앙 가논에게 당하고 말았다. 100년도 전에 말이야. 설령 살아있다 해도 100살이 넘은 노인이겠지."


그래. 테바의 말도 틀린 건 아니지. 하지만.... 겉모습이 이럴 뿐, 나는 100살이 넘는걸?


나는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내가 뭐라 한들 테바는 자기 식대로 생각할 것 같아 더 말을 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게다가 뭐, 내가 영걸인 건 맞지만 그게 꼭 알려지는 건 중요한 일이 아니니까 말이다.



테바는 거기까지 이야기하더니 자신이 너무 말이 많았다며, 신수 바. 메도에 대해서는 좀 더 자세히 족장님께 말씀드리라고 했다.


"신수 바.메도에 대해 족장님께 보고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네가 말씀드려."



나는 칸 족장을 찾아갔다. 그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를 보자마자 그는 기쁜 얼굴을 감추지 않았다.


"신수 바.메도의 본 모습을 찾아주셨더군요! 마을 정상에 자리잡은 저 모습이 그 증거지요.. 정녕 신성한 모습이군요... "



이어서 그는 내게 100년 그 이전의 전설에 대해 이야기했다.


"전설이 맞다면 [신수가 내뿜는 빛, 재앙을 봉인하리라] 라고 하니, 신수 바.메도는 앞으로 이 마을의 수호신이 되어 당신과 함께 오래도록 전해져 내려갈 것입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한켠에 있는 보물상자를 가리키며 내게 조심스레 말했다.


"후예님... 저기 있는 보물 상자의 내용물을 가져가십시오.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



보물 상자? 뭘 주는 거지? 흠... 잠깐 보물 상자를 흘끗 보는데, 칸 족장이 다시 말을 시작했다.


"그나저나 역시 후예님이십니다. 100년 전 리발님과 함께 싸운 하일리아인 영걸님과 필적할 정도의 실력이라니..."



아마도 테바에게서 메도의 포탄을 폭파시킨 일을 상세히 들은 것 같았다. 멋적어서 나는 그저 가만히 그의 말을 듣고 있었는데, 칸 족장은 내게 잠시 잊고 있었던 일을 상기시켰다.



"후예님이 단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 그건.. 퇴마의 검... 그건 물려받지 않으셨나 봅니다..."



마스터 소드에 대한 무언가를 알고 있는 건가? 나는 칸 족장의 말에 그를 다시 올려다보았다.


"하일리아의 영걸님은 어느 숲에 잠들어 있는 퇴마의 검을 갖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 숲이 어디신지는 모르십니까?"


내가 묻자, 칸 족장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쉽게도 제가 아는 것은 거기까지입니다..아마도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숲은 아니지 싶습니다만..."



나는 보물상자로 다가가 그 안에 들어 있는 보물을 꺼냈다. 그것은 '참수리의 활'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칸 족장에게 그 활에 대해 물어보았다.


"제가 드린 활은 영걸 리발님도 사용하셨던 리토 전통 공법으로 만든 대궁입니다. 그 활은 다루기가 까다로워 부끄럽게도 현재 리토족 중에 쓸 수 있는 자가 없습니다."


칸 족장의 말에 다소 놀랐다. 리토의 전사 중에서는 쓸 수 있는 자가 없다..... 흠.... 나는 그 커다란 활을 들어 한번 시위를 튕겨 보았다. 실제로 사용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다소 무겁긴 한데... 그렇게 힘든 문젠가?



나의 모습을 지켜보던 칸 족장은 말을 이어갔다.


"다행히도 수리 방법은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고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활 장인 하츠에게 물어보십시오."



나는 알겠다고 하고, 선물은 감사히 잘 받겠다고 인사를 하고는 작별을 고했다. 칸 족장은 언제든 다시 마을에 들러달라며 화답했다.

"홋호오..."


그 말을 들은 김에 나는 계단을 따라 내려가다가 하츠의 집에 들렀다. 하츠는 이제 제법 나은 모양이었다. 그는 앉아서 활을 수리하고 있었는데, 나를 보고는 반가워했다.



"너.. 족장님께 참수리의 활 받았지?"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하츠는 수리는 염려 말라고 말했다.



"만약 참수리의 활이 부서지거나 잃어버리면 내가 다시 만들어 줄 테니, 제비의 활과 장작 묶음 5개, 그리고 다이아몬드를 나에게 가져와라."


후아.. 무.. 무려 수리에 다이아몬드가 필요한 거였어? 헉... 그만큼 뭔가 품이 많이 들어가는 활이다 싶어 깜짝 놀랐다. 나는 알겠다고 말하고 일단, 참수리의 활은 소중히 다루겠다고 하고 헤어졌다.



리토의 마을은 안정적인 모습으로 돌아갔다. 리토족들은 다시 하늘을 날아다니기 시작했고, 활기차게 자신의 생업으로 돌아갔는데... 하밀라의 다섯 딸도 노래 연습을 시작했다. 하밀라의 딸들을 마주치다 보니 그 어디에서 노래 연습을 해야 한다고 막내 키르가 투덜거렸던 일이 생각나, 키르를 찾아갔었는데... 그 일 덕에 나는 아주 신기한 사당을 찾아낸 경험을 했다.


그러나 그 사당 챌린지는너무 길어 일기에 이어 쓰기엔 적절치 않은 것 같다. 기회가 되면 따로 적어두어야지...


사당 시련을 마무리하고 다시 리토의 마을로 돌아온 나는, 다음 마을로 떠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떠나기 전에 테바에게 다시 인사를 하기 위해 테바의 집으로 올라갔다가 튤리라고 하는 귀여운 아이를 만났다.



튤리는 테바의 아들이었다. 마침 찾아갔더니 테바와 함께 튤리가 있기에 튤리에게 인사를 했더니... 얘는 영어로 말을 건다?


"굿 애프터눈!!"


테바... 그렇게 안 봤는데 선행을 시켜? 크… (아닌가, 사키가 시키는 건가???) 하이랄 왕국에서 영어 쓸 일이 ...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여하간 나는 웃으며 인사를 받아주었다.


"기분 좋은 오후야!!"



그랬더니 튤리는 한술 더 떠서 이렇게 말했다.


"좋아! 인사 잘하네! [인사 잘하는 사람은 착한 사람]이라고 아빠가 그랬어!"


음...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나는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는 건가? 또랑또랑 말하는 튤리가 귀여워서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를 지었다.



튤리는 아빠가 정말 좋은 모양이었다. 엄마 사키도 옆에 있는데(!!) 그저 아빠 이야기 뿐이었다.


"우리 아빠 일하러 갔다가 드디어 돌아왔어! 그런데 일하다가 다쳤대... 그래도 많이 괜찮아져서 나중에 비행 훈련장 데리고 가준대!"

"아, 그래? 오~ 좋겠다!"



아이가 이렇게 말할 정도면 테바의 상처도 많이 나았나보다. 안심되어서 나는 튤리에게 좋겠다고 말해주었다. 그러자 튤리가 나를 초대했다.


"형아도 나중에 놀러와!"



튤리에게 알겠다고 하고는 테바에게 인사를 전했다. 테바는 나를 보더니 바로 참수리의 활 이야기를 꺼냈다.


"흠... 족장님께 참수리의 활을 받은 모양이군."



참수리의 활이 쓰기에 까다로운 이유도 들었다.


"그건 공중전에서 쓰기에는 너무 무거워서, 특징인 스피드가 희생되고 말지. 내가 리발님 같은 완력과 민첩함을 함께 갖고 있으면 좋았을텐데...."


음? 그건 훈련하다보면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는 ... 거 아닌가? 란 생각이 들었지만, 말은 하지 않았다. 완력과 민첩함... 완력이라는 것도 어찌보면 타고나야 하는 것이니...



그러나 테바는 나라면 충분히 참수리의 활을 쓸 수 있을 거라고 했다.


"하지만 메도와 싸울 때 네 활솜씨를 보니 너라면 충분히 다룰 수 있을 것 같아. 사실, 참수리의 활을 네게 맡기자고 족장님께 내가 제안했다."



그리고 테바는 이렇게 덧붙였다.


"부디 가져가라... 리토의 혼과 함께...."


나는 고맙다고 말하며 테바를 바라보았다. 그의 진지한 눈빛이 나에게 와서 닿았다.



테바는 이제 자신도 가야겠다고 했다.

"상처도 아물었겠다.. 나는 슬슬 튤리를 데리고 비행 훈련장에 가야겠다. 튤리가 리발님 같은 훌륭한 전사가  되길 바라거든.."


나는 테바의 뒤에 서서 테바를 바라보는 사키를 슬쩍 보았다. 사키는 아무 말 없이 그저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테바는 벌떡 일어나 밖을 바라보는 튤리에게 다가갔다.



"자, 튤리! 이제 비행 훈련장에 가자!"



"아빠! 진짜로?!!! 신난다~~~!!"

튤리는 정말 기대하고 있었나보다. 신나서 바로 하늘로 오를 기세였다.



두 부자는 크게 웃으며 서로 사이좋게 주먹을 쥐었다.



테바는 다시 돌아서서 나에게 작별을 고했다.

"그럼, 링크. 다음엔 비행 훈련장에서 만나자."

튤리도 한마디 거들었다.

"형아! 나중에 꼭 놀러와!"



리발 광장 한쪽에서 테바는 아들 튤리를 등에 태우고 날 준비를 했다.


"다녀와!"


나는 날아가려는 그들의 준비를 지켜보며 작별 인사를 했다. 햇살이 눈부시게 비치는 리토의 마을... 온화한  바람을 타고 한순간, 테바가 날아올랐다.



테바와 튤리가 비행 훈련장쪽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오랫동안 그 자리에서 지켜봤다. 언젠가 리토의 마을엔 리발을 능가하는 전사가 나올 거다... 왠지 그런 예감이 들었다.


다음 마을로 이제 떠날 차례다. 이번에는... 어디로 가야 할까? 나는 지도를 다시 켰다. 시커 스톤에 빛이 들어오고 아직 가지 못한 넓은 지역이 눈앞에 펼쳐졌다. 다음 지도를 밝힐 곳부터 찾아야겠다.... 나는 시커 스톤을 다시 집어넣고 돌아섰다. 햇살이 따사롭게 내리쬐고, 내 발 앞을 환하게 비추었다.


이전 19화 바람의 커스 가논과 대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