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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현 Jun 26. 2019

주말마다 스콘을 굽는 7가지 이유

카페 덕후의 카페 사용 설명서

조금 촌스러울 수는 있겠지만 소소한 수수께끼 하나 내며 시작. 한국에선 하지 않았지만 미국에선 꼬박꼬박 하고 있는 것은? 상당 시간 멈춰있던   하나 '운동하기'? 아쉽지만 !... 그렇다면 결혼 3년차 주부답게 '요리하기'? 비슷하기는 한데 일단은 !... 이쯤에서 정답을 공개해볼까. 주말마다 꼬박꼬박 거르지 않고 시도하고 있는, 나에겐 마치 하나의 '의식'과도 같은 이것은 바로 Baking_베이킹. 매번 비슷한 시각, 아주 심각하고도 경건한 표정으로 오븐 앞에 서고 있다. 토요일 아침 10시쯤이 되면 또로롱 오븐을 켠다.

모양도 크기도 제각각일 때가 있지만 서툰 손놀림에도 힐링효과는 때때로 놀라움 그 자체


주로 Scone_스콘을 굽는다. 수많은 종류의 홈베이킹 디저트 가운데, 스콘은 그나마 성공 가능성이 꽤나 높은 조금은 만만한 녀석. 적당히 따라 하면 웬만해선 실패하지 않는다. 토요일 아침, 늦잠자도 되는데 일찍 눈이 떠졌다면 망설이지 않고 부엌으로 가서 냉장고 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어디 보자... 계란 있고, 버터 있고, 밀가루도 넉넉히 있고..." 대강의 주재료들이 잘 자리 잡고 있는 걸 확인했다면 잠이 덜 깨 눈이 반밖에 안 떠졌더라도 작업판을 '휙' 꺼내 깔고 저울로 손을 뻗친다. 삼계탕을 끓이고 몇 첩 반상을 완성해내야 할 정도로 큰 품이 들어가는 건 아닐지라도 꽤나 여러 절차를 꼼꼼하게 거쳐야 완성해낼 수 있다. 정확한 계량이 필요하고, 모양을 가다듬는 섬세한 감각도 중요하다. 준비한 재료를 적절히 잘 치대고 섞어낼 수 있는 단단한 팔힘도 필수!


베이킹 작업이 품고 있는
본연의 힐링효과 


이러저러한 조금의 수고로움을 감수하고서라도 '홈베이킹' 꼬박꼬박 이행하려는 이유. 어떤 종목의 스포츠를 즐기든, 혹은 특정 장르의 영화를 몰아 챙겨보든 각각의 활동마다 스트레스를 풀게 해주는 치유의 효과라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독서도 마찬가지 아니던가.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나에게 울림 주는 글귀를 마주치면 마음에 분수가 터져 오르는 느낌, 아는 사람은 안다.  누군가는 쇼핑 아이템을 선별하며 아드레날린이 '쏴아' 퍼져나가는 기분을 즐길 테고, 명랑 발랄한 파티 피플들은  어떤 불빛 번쩍번쩍하게 도는 화려한 파티 장소에 가서 파티 파티하며 스트레스를 풀어내겠지.


그렇다면 빵, 과자를 굽는다는 것엔 어떤 치유의 힘이 숨어 있을까. 한 가지 습관을 만든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진대 미국 유학을 오고 나서, 꽤나 정기적으로 한 가지 활동에 몰입해나가는 내 모습에 스스로 일단 한번 감탄해주기. 그리고 그 치유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 더듬더듬 찾아보았다. 나는 왜 베이킹에 '홀딱' 빠져 있을까.



(1) 차가운 버터를 썬다
뭉텅진 걱정들을 댕강댕강 토막 내듯이


가장  번째로 착수해야 하는 절차, 동시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미션  하나. 냉장고에서  꺼낸 무염버터 100g 스크래퍼로 썰어낸다.  덩어리였던 버터를 크게  동강 내고 각각의 토막  부분을 또다시 잘게 나누고 나누고  나누고. 이렇게 버터 썰기 무한 반복. 집에 푸드프로세서가 있다면  덩어리들만 적당히 썰어두고 밀가루 계량을 마친  기계에 넣어 한번  돌리기만 하면  테니 힘들여 거치지 않아도  과정이다. 굳이 기계부터 사고 싶지 않아서 일단 구매욕구를 참아두었던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버터 쪼개기' 미션에 중독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언젠가 사려고 장바구니 고이 모셔두었던 푸드프로세서 모델은 이미 삭제 버튼이 눌려진  오래. 기계를 장만하는 대신  힘으로 힐링 효과를 건졌다.


 대개 마트에서 구매한 무염버터,  조각은 대략 113그램 정도 나간다. 뭉텅진 덩어리를 최대한 냉정하게 툭툭 썰어낸다. 냉장고에서  꺼낸 버터에 성격을 부여할  있다면 고것  앙칼질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만큼 끈덕지거나 질척거림 없이 단정하게 딱딱하기만 해서 칼질을  때마다 깨끗하게 똑똑 떨어지는 맛이 있다. 이때다 싶어  안에 쌓여있던 걱정과 스트레스 뭉텅이를 같이 얹어 도려낸다. 버터 써는 몸짓, 속도가 아쉬운  사실이지만 '나누고, 자르고, 썰고'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크게 응어리진 무언가를 스스로 잘라낼  있다는 진취적인 움직임을 선물 받는다.


원하는 스콘의 자태를 얻어내기 위한 첫 단추. 마음 깊은 구석에 쌓인 짐을 덜어내 듯, 댕강댕강 버터 썰어내기


(2) 변색된 바나나
다시 태어날 기회를 부여하는 작업 


쓸모 없어진 무언가를 다시 쓸모 좋게 만들  있다는   다행인 포인트. 어릴 때부터 엄마가 한결같이  해온 말씀 " 익은 바나나가 맛있는 거야. 색깔이 어두울수록  익었다는 뜻이야." 살아오면서 엄마 말이 무조건 정답인 순간들이 많았지만 이건 예외. 바나나만큼은 점박이가 싫었다. 약간  익었나 싶을 정도로 연둣빛이 도는, 그러니까 라임색과 레몬색,   중간 빛깔을 띠고 있는 바나나가  좋았다. 점점 어두운 색깔로 변해가고 있는 바나나가 집에 놓여있다면 아무리 배가 고파도 외면했다. 바나나는 노랑노랑 하지 않으면 절대 껍질을 까지 않겠어. 색깔 변한 못난 바나나만큼이나 못난 고집을 부렸다. 이러나저러나 바나나는 바나나인 .


까매진 반점 바나나는 핸드메이드 스콘에서 제법 똑똑한 역할을 수행한다. 반죽이 부드러워지도록 자연스럽게 수분을 첨가해내고 조금은 심심할 수 있는 식감에 말캉하게 조물조물 씹히는 알맹이를 덧댄다. 크렌베리나 아몬드를 씹을 때와는 또 다른 매력포인트. 딱딱 끊어지지는 않으면서도 또 마냥 흐느적거리만은 않는 식감, 적당히 쫄깃하게 밀도를 유지하고 있는 바나나 특유의 알맹이는 스콘이 바스러질 때 좀 더 재밌게 씹힐 수 있게 리듬을 더하는 것 같다. 게다가 말해 무엇하리. 바나나의 향은 그야말로 반하는 향. 오븐에 들어가서 스팀샤워를 하는 내내 집 안 가득 달콤한 냄새를 부풀린다. 대충만 꼽아봐도 세 가지 역할. 이거 다 수행해 내느라 바쁘고 귀한 몸이 되었다. 기특하네. 모른 척 음식물쓰레기로 보내지 않았음이 다행이다. 한번 더 신중하길 잘했지. 까매진 반점 바나나는 싫기만 했지만 '살강살강' 아삭하게 씹히지 않아도 스콘 반죽과 만나면 또 다른 변신을 시도한다.


못난 재료를 맛난 요소로 바꿔내는 마법. 베이킹에서는 충분히 가능해. 변신의 반전을 꾀하는 힐링 포인트


쓸모 없어졌다고 짐짓 포기해두었던 지점에서  다른 부활을 해내려 자기 몸을 다르게   아는 영리함. 새까만 반점 바나나의 변신을 보며 생각해본다. 세상 모든 소잿거리에는 반전이 있구나. 누군가 연구하고 있는 학문에 있어서든, 먹을거리에든,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관계의 문제에서든, 멈춰있던 모양새, 퇴색되어가고 있던 무언가가 다시 생기를 얻고 꿈틀거릴  있게 다독거리는 지점. 예기치 못한 형태의 반전은 당황스럽지만 밑으로 떨어져 있던 무언가를 끌어올릴  있는 '상승' 모양새가 담긴 반전은 인생의 맛을 알게 한다. 반죽에 바나나향이 미끈하게  때마다 나도  언젠가 바나나 같은 반전을 꾀하리라 소소하게 믿어본다. 상상만으로도 힐링이 되네.


(3) 주변의 향을 잔뜩 머금고 고와진 자태
베리베리 크렌베리


좋아하는 크렌베리 스콘에 풍미를 더하려면 럼주 안에서 무르익는 시간도 충분히 들여야지. 초조해하지 말고 느긋하게


럼주에 가득히 담가 뒀던 크렌베리, 오랫동안 반신욕하고 있던 크렌베리 단지를 짠 개봉. 매끈하고 윤기 나는 표면에 저절로 미소가 떠오른다. 내가 사우나하고 나온 것도 아닌데 너희들, 제법 고와진 살결을 내보이니 주인마저도 뿌듯하구나. 럼주에 다 같이 들어가기 전 각각의 알갱이는 딱딱하고 몇몇은 거칠기까지 했던 걸 기억한다. 크렌베리 특유의 새콤함은 품고 있으나 다들 새초롬히 떨어져서 낯을 가리는 듯했다. 스콘 반죽과 섞이면 보드랍던 반죽마저 망칠 것 같아서 조심스럽게 다뤄야 했던 자태. 탕 안에 들어가서 몸을 담갔다가 빠져나오면 딱딱하게 굳어졌던 각질이 자연스럽게 불려져 부드럽게 풀려나오듯이, 건과일도 다를 것이 없었다. 럼주에 잘 무르익어 향이 그득히 밴 그대들이 좋다. 잔뜩 긴장했던 자태를 풀고 몸을 근육을 느긋하게 내버려 둘 줄 아는 여유가 마음에 든다.


시간이 지나길 기다리며 가만가만히 놔두면 부드럽게 풀리는 일들이 있다. 딱딱해서 씹기 힘들던 크렌베리가 럼주에서 본연의 촉감을 다르게 풀어내는 것처럼. 크리스마스 빵이라 불리는 '슈톨렌' 만들기 위해서도 절인 과일이 무르익기를 기다리는 작업은 필수다.  안에 들어가는 건과일의 풍미를 최대화하기 위해 내년 크리스마스쯤을 기다려야 한다. 건과일을 럼주에 절일  빵을 완성하고자 하는 시점보다 훨씬 일찍 서둘러,  1 남짓의 시간을 인내심으로 채운다. 만들기 바로 직전  시간,  시간 혹은 하루 이틀 정도만 들여서는 건과일이 충분히 보송해지지 않으니까.


잠깐의 요령과 꼼수가 결코 통하지 않는 지점이 있다는  건과일마저 말해주고 있다. 살결이 제법 부드러워진 베리베리들을 섞어내고, 또한 씹어보며 생각한다. 시간의 힘이라는 것을. 기다리면 해결된다는 것을. 마음도 몸도 잔뜩 굳어있어서 일이  풀리지 않는  어떤 하루가 찾아왔을  럼주에 절인 크렌베리를 떠올려야겠다고 문득 생각한다. 먹으면서 이토록  지혜를 얻었다니, 이보다  좋은 힐링이 어디 있을까.


(4) 탁탁 털어 가루류  치기
마음속 불순물도 알알이 걸러지길 


베이킹 클래스에 갈 때마다 질문했다. "가루는 꼭 체에 쳐야 하는 건가요. 안 치면 어떻게 되는 건데요?" 적힌 레시피에 나와있는 대로 그 지시사항을 고분고분 따랐으면 되었을 것을, 꼭 한 반에 한 명쯤 있을 것 같은 괴짜 학생의 눈빛을 하고선 꼬박꼬박 묻곤 했다. 체에 거르나 그러지 않거나 내 눈에는 똑같은 '가루'로만 보일 뿐인데 굳이 한번 더 귀한 노동의 시간을 들여야만 하는 건가. 체를 탁탁 치는 동작이 좀 더 프로페셔널한 파티셰 같아 보이는 건 인정하겠다. '체에 한번 친다'는 것의 기본 취지가 좀 더 고운 가루 상태를 지향하기 위한 필수과정이라는 것, 머리로는 충분히 이해하겠다. 하지만 혹시라도 이 절차를 거른다고 해서 내 소중한 빵, 과자를 망칠 것 같지는 않잖아. 다시 한번 볼멘소리로 혼잣말을 웅얼거린다. "쓰앵님, 체를 치면 뭐가 달라지는 거예요?"


귀찮다고 생각하면서도 하라는 건 또 보란 듯이 잘 따라 하는 평범한 모범생. 베이킹 클래스에 가서 선생님이 쥐어준 스테인리스 체를 단단히 쥐고 '탁탁탁' 리듬감 있게 털어내던 그 순간을 또렷하게 기억해 낸다. 더듬더듬 그때의 자태를 따라 한다. 알알이 굵게 뭉쳐진 가루는 조금 느리게 빠져나가고 애초에 둥글게 몸집을 부풀리지 않고 있던 아이들은 가볍게 촘촘한 망을 통과해 커다란 보울에 착지. 고르지 않은 순수하지 못한 알갱이 부분이 체에 부분 부분 얹히는 자태를 보며 생각한다. "아, 얘네들도 소화라는 걸 해내고 있는 거구나." 같은 음식을 먹어도 최대한 천천히 소화시키려 애쓸 때 기분 좋게 흡수되는 느낌이었다.


허겁지겁,  안에 풍덩 쏟아 넣기 바쁠  체하기 쉽고 기분도 엉망이긴 하지. 스콘을 완성시킬  재료 가루도 천천히 질서 있게 흡수되어야 기분 좋은 에너지로 뭉쳐지고 반죽될  같다. 이왕 가루들 탁탁탁 체에 걸러내는 김에,  안의 불순물까지도 덩달아 털어내는 심정으로 힘을 가한다. 부정적으로 뭉쳐진 감정과  어떤 것에도 낙관하지 못했던 비극적인 상상력마저   걸러내준다면 좋겠네. "굳이 체를 쳐야 하는 건가" 귀찮았던 표정은 잠시 접어두고 체치기에 밀도 있게 집중!


내 안에 불순물을 탁탁 걸어내고 예쁜 에너지만 고이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 담아서 그렇게 조금씩 스콘을 완성해가기


(5) 휘휘 섞어내기
너와 나의 어우러짐을 꿈꾸며


나와 너의 식욕 충족을 위하여 어쩌다 마주친 그대들. 이질적인 재료들은 도무지 섞이지 않을  같기만 하다. 딱딱한 버터에 계란이 어우러지도록 푸는 것도 어색했고, 물컹한 재료들에 가루를 뒤섞는 것도  순간엔 어색했다. 녹아들지 않을  같던 개체들은 서로의 몸에 기운을 더하며 짐짓 환상의 콜라보레이션을 자아내기 위해 애써 협조하기 시작한다. 뭉쳐지지 않을  같던 요소들이 중간의 색깔을 빚어내며 서로의 개성을 덜고 공통의 영역을 공유하려 애쓸 때면 비로소 생각한다. "Cheer up baby, Cheer up baby,   힘을 "  먹을  있겠어.


냉장고에서  나온 버터는 딱딱했고, 준비해둔 계란은 흐물거리는 몸짓으로 촉촉함을 품고 있었다.  익은 바나나는 진한 향을 섞어낼 준비를 하고 있었고 몸을 불린 크렌베리는 이미 흥건히 취해서 "뭐라도 좋으니 어디에라도 넣어다오." 술주정하듯이 한껏 긴장 풀린 너그러 자태로  모든 과정을 기다려줬다. 그리고 여기저기 콕콕 코를 박고 다이빙 성공. 체에 쳐진 가루들은 춤을 추듯 내려와  모든 요소들을 사뿐히 감싸 안고야 말겠다고 욕심을 부리는 듯했고, 설탕을 도도하게  구석에서 자기 영역을 지키고 있다가 마지막 순간에는 결국 휘휘 섞여 완벽하게 피처링 완성.  섞일 것만 같았던 애초의 자태가 천천히 영역의 벽을 허물었다. 결국엔 하나로 뭉뚱그려지는 반죽 덩어리를 보며 세상에서 가장 힘들  같던 협업도 못할  없다는 용기를 얻는다.  언젠가 너와 내가 힘을 합쳐 공동작업을 해야  날이 온다면 스콘 반죽처럼 어우러져야지. 도무지 섞이지 않을  같아서 신경이  쓰이더라도 , 과자 반죽하듯 치대고 치대 보아야지. 너무 질척이지 않게 적당한 지점까지. 하지만 공들여서 충분히.


(6) 차곡차곡  쌓기 
마음의 결을 가다듬는 작업

반죽이 어느 정도  섞인 자태를 내보인다 싶을  밀대를 꺼낸다. 울퉁불퉁하던 반죽의 표면을 있는 힘껏 평평하고 납작하게 정돈해야  타이밍. 종이접기   접어야  부분을 손톱 끝까지 힘을 줘가면서 꽉꽉 눌렀던 것처럼 그와 닮은 기분으로 반죽을 납작하게 민다. 피자 도우처럼 꽤나 커다랗게 밀렸다 싶으면 '' 절반을 잘라서 쌓고  밀고,  접고 밀고 접고 밀고, 탑을 쌓아가듯이 잘라서 얹고 밀고,  과정을 충분히 반복한다. 마음이 되는 효과가 있다. 혹여 반죽이 고르지 못했던 부분은  과정을 겪으며 차차 안정되어 가는 거겠지.  쌓기 놀이를 하면서   반복하면서 오늘은 결국 어떤 모양새의 스콘으로 오븐에 정렬해 넣을지도 고민한다.


평소 팔힘은 약하지만 이때만큼은 초능력 투입. 울퉁불퉁 내 위를 규칙 없이 감싸고돌던 걱정과 스트레스마저 꽉꽉 눌러 모두 납작하게 굴복시킨다는 느낌 담아 꾹꾹 눌러 밀어내기


마음이 모가   같은 날은 반대로 원형  끝부분을 이용해 동그란 스콘을 찍어낸다. 둥글둥글하게 한쪽  부분을 가다듬다 보면 마음의 뾰쪽함도 조금은 굴려지는  같은 효과가 있으므로. 마음이 너무 연해서 이미 이런저런 상처로 허덕거리던  어느 날엔 모양새만이라도 뾰족뾰족하게 강력 무장해본다. 아무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할  같은 세모와 네모로 모양을 찍어내고 끝에 날이 서서 거칠거칠해도 내버려 둔다. (가끔은 가다듬어지지 않은 끝부분의 빵조각이  맛있기도 하더라) 마음의 모양에 따라 스콘의 모양도 조금씩 달리해 가며 오븐 판에 가지런히 담아본다. 계란 물칠까지 반지르르하게 하고 나면 까칠해졌던 마음결이 온화하고 편안하게 진정된다. 반죽을 매만지며 마음을 정리한다. 빵의 완성이 머지않았다는  마음이 좋게 힐링되어 가는 작업도  마무리될 거라는 암시.


마음이 모가 난 것 같은 날엔 최대한 둥글게 둥글게


(7) 시식자의 한입 
 자신을 향해 토닥거림 


'삑삐빅' 요란한 오븐의 알림을 듣고 한달음에 375 오븐 곁으로 달려간다.  15 남짓의 시간, 뜨겁게 몸을 데우며 창작자의 설렘을 부풀린 기특한 아이들. 납작했던 반죽이 오동통하게 몸집을 불려낸 모습을 보며 한두 번도 아닌데 한결같이 신기하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가라앉았을  오븐에 들어간 빵이 부풀어오르듯 기분까지 절로 부풀게 만들어주는 기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도  되는 상상력을 발휘해본다. 노릇노릇하게  원하는  빛깔로 스콘이 구워져 나왔을 , 날씨에  맞는 옷차림을  골라 입고 나간 하루만큼이나 안성맞춤이라고 생각이 들어 기분이  들뜨기 마련.


오븐에서 갓 태어난 자태. 적당한 빛깔로 노릇노릇한 자태를 자랑할 때면 회샛빛이었던 울적함도 환하게 염색하는 느낌

 

와아, 오늘은  맛있네


시식하는 로구터 스콘 칭찬을 덧입으면 그날의 베이킹은 힐링효과는 최고점을 찍는다. 반죽을 치대고 재료를 섞고 가루를 걸러내며, 각각의 힐링 효과를 몸과 마음으로 체득하지만 결국엔 베이킹의 최종 목적은 먹는 것이 팔할 아니던가.  구워진 스콘을 오렌지 마멀레이드 잼까지 가득 찍어 입안 가득 베어  느낌?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윤기 나는 잼이 발리면 환상 궁합이듯,  구운 빵이 칭찬까지 바르면 그날 베이킹은 그야말로 환상적. 수용자의 칭찬까지 입으면  꺼져 있던 납작했던 마음은 한껏 부풀고, 잼을 바른  윤기를 누린. 이쯤 하면 베이킹 힐링효과 제대로라 하겠다. 일주일 치유의 방법을 상실한  덩그러니 내던져져 있던 마음은 스콘을 드는 일곱 가지의 단계를 거쳐 차근차근 회복해 간다.


오늘의 힐링. 갓 구워진 스콘의 자태에 무한 설렘 모드


요즘따라
왜 이렇게 베이킹 홀릭이야


언젠가, 한창 베이킹 클래스를 열심히 신청해 듣고 또 들었던 시절 한 친구가 돌연 물었다. "예쁜 디저트가 그렇게 좋아?", "맛있으니까 직접 만들어 먹으려고?" 아마도 보기 좋은 맛과 먹기 좋은 맛만을 채우려고 반죽을 치대고 오븐을 예열시킨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좀처럼 모아지지 않을 것 같은 각각의 요소를 조합해서 뭉쳐내고 때로는 지체 없이 잘라내고 분해하고 망설임 없이 털어내고 쳐내면서 내 볼품없던 '마음'도 성형한다. 응고되어가는 걱정덩어리와 고뇌 뭉치를 풀고, 긍정적인 기운을 섞어 최대한 매끈하게 반죽하기. 안 될 것 같던 재료도 부활시켜내는 재미, 때론 기다림이라는 무기로 빵에 맛을 더하듯 삶에 풍미를 더해가기.


토요일 아침마다 스콘을 굽는다. 일곱 단계의 힐링, 이번 주도 적잖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  마음부터가 어쩌면 베이킹 힐링을 향한 준비운동일지도. 좋아하는 커피  잔과 냠냠하면 완벽한 힐링이 따로 없지 않을까. 당신이 카페 덕후와 빵순이, 빵돌이 캐릭터 사이를 오고가고 있다면 이는 바로 최적의 치유 코스.


보스턴 인기 빵집 중 하나 'Flour Bakery'. 누군가도 무언가를 구우며 '힐링 포인트'를 체감했겠지
이질적인 재료들이 한 데 뭉쳐져 맛을 빚어내듯, 이리저리 헝클어진 마음도 단정하게, 가지런히 다듬어지길
스콘의 자매품. 그 어느 주말의 '애플 크럼블 타르트'와 '마차 마들렌'. 또 다른 힐링에 또 다른 감사를 품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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