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여전히 일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을 하고, 정해진 시간 동안 맡은 역할을 수행하고, 퇴근을 한다. 겉으로 보면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다. 그런데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예전보다 마음이 먼저 지쳐 있다는 걸 느낀다.
처음에는 이유를 잘 몰랐다.
일이 과도하게 힘든 것도 아니고,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받은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가 묘하게무거웠다. 계속해서 마음 어딘가가 긴장된 상태로 유지되는느낌이었다.
같은 공간에서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중요한 이야기들은 늘 나를 비켜갔다.
회의가 끝난 뒤에야 결정된 내용을 전해 듣거나, 다들 알고 있는 상황을 나만 알고 있지 못한 채 일이 진행되는 경우가 반복됐다. 이런 방식이 업무에 혼선을 만든다는 점을 알고 있었고, 그 사실을 관리자에게도 직접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형식적인 반응은 있었지만, 실제로 바뀐 건 없었다.
그때부터 조금씩 알게 됐다. 이건 설명하면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걸.
식사 자리에서도 비슷했다.
같이 앉아 있지만 대화는 자연스럽게 나를 지나쳤다.
모두에게 묻는 질문에서만 내 이름이 빠지고, 이미 공유된 소식은 굳이 나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누군가의 임신 소식도 모두가 알고 난 뒤에야 따로 전해 들었다. 축하 인사를 건네면서도 마음 한쪽이 텅 빈 느낌이 남았다.
처음에는 계속 나 자신을 돌아봤다.
내가 예민한 건지, 괜히 크게 받아들이는 건지.
말투나 태도에 문제가 있지는 않았는지, 괜히 스스로를 점검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알게 됐다.
이건 개인의 성향이나 노력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걸.
더 힘들었던 건, 이 상황을 알고 있는 관리자의 태도였다.
중재하려 하거나 조율하려는 움직임은 없었다.
설명하려 하면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듣기보다는 이미 정해진 판단만 되풀이됐다. 그럴수록 말은 줄어들었고, 설명하려는 마음도 서서히 닫혔다.
나는 사회생활을 오래 해왔다.
몸이 힘든 일도 겪었고, 버텨야 했던 순간들도 많았다.
하지만 이렇게 이유 없이 고립되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몸이 힘든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다고.
몸의 피로는 쉬면 회복되지만, 이런 종류의 피로는 설명할 곳이 없었으니까.
결국 방향을 바꿨다.
상황을 바로잡으려 애쓰기보다, 나를 지키는 쪽으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필요한 말만 하고, 맡은 일만 정확히 한다. 관계를 회복하려 애쓰지도 않고, 나를 증명하려 들지도 않는다.
정해진 시간에 퇴근하고, 그 이후의 시간은 나에게 돌려준다
지금의 나는 이곳에서 인정받기 위해 머물러 있지 않다.
조용히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떠나고 싶다는 마음은 도망이 아니다.
이 환경이 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이제는 분명히 알기 때문이다.
말이 줄어든 대신, 방향은 또렷해졌다.
나는 지금도 내 삶을 책임지고 있고,
지금의 시간을 견디며 다음을 준비하고 있다.
이건 포기가 아니라,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