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무섭다.
이 길의 끝이 어디일지,
내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를 때가 있다.
밤늦게 과제를 하다 문득 화면을 닫고
“이게 다 무슨 의미일까”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아이의 눈을 본다.
아직 말은 서툴지만, 그 눈은 모든 걸 안다.
내가 피곤해도 웃으려는 이유,
혼잣말처럼 “괜찮아”를 반복하는 이유.
아이의 눈엔 그게 다 남는다.
아이가 나를 바라볼 때
나는 단순히 엄마가 아니라 ‘세상의 첫 모델’이 된다.
그래서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그 시선을 떠올린다.
누군가 나를 믿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두려움의 무게가 조금 가벼워진다.
어떤 날은 아이가 내 책상 위에 기어 올라와
노트북 자판을 두드린다.
지우고, 엉망으로 만들고, 저장도 안 된 채 프로그램이 꺼진다.
그런데 이상하게 화가 나지 않는다.
그 순간만큼은 그 손길이 내 인생을 흔드는 게 아니라
‘같이 써 내려가는 중’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여전히 두렵다.
미래도, 언어도, 역할도.
하지만 두려움보다 더 큰 게 있다.
아이의 눈 속에서 비치는 ‘나’다.
그 눈에 나는 언제나 다시 일어서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아이를 키우며 배운 가장 큰 교훈은 이것이다.
사랑은 이유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것.
그래서 나는 오늘도 그 방향으로 걸어간다.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