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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ie Nov 12. 2019

COWS_01화

01.

 그곳에서 동료들은 나를 Coward라고 불렀어. 웃기지 않아? 소 농장에서 일하는 놈 별칭이 《소처럼 겁 많은 자식》이라니. 한국인들은 다 너처럼 소심하냐며 호주 슈퍼바이저들이 빈정거릴 때마다, 그래 홍인놈들아 너희는 지껄여라, 내가 너그들처럼 제국주의 살인 죄인들의 핏줄로 태어났으면 이런 분뇨 냄새 진동하는 곳에서 뒹굴지도 않았을 거다, 속으로만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겉으로는 웃어 넘기기 일쑤였지. 좆같았지만 그래도 나름 버틸만했어. 다음 달이면 진급 대상자가 되기도 했고, 한국인 워커들과는 사이가 꽤 돈독했거든. 

 

「W, What do you want?」 


 정말로 버틸만했다니까? 어느 새벽녘, 내 침대 발치에서 서성거리는 Jason과 Danial의 실루엣을 목격하기 전까지는 말이야.

 

「Get up, retard. It’s time to go to work.」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내가 허둥거리며 안경을 찾으려 더듬거리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던지 그놈들 사이에서 킬킬거리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지.

 

「It’s 2 am, what the fuck!」 


 그들의 기행에 신물이 나서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렸지만, 그 둘은 조금도 개의치 않아했어. 왜 뜬금없이 오밤중에 들이닥쳤는지 그 경위를 설명해줄 것 같은 호의적인 분위기도 아니었어. 대답 대신 그들은 푸른 핏줄이 툭툭 불거진 커다란 손으로 내 목덜미를 움켜쥐고 무지막지하게 침상에서 끌어내렸지. 이 와중에 같은 벙커 침대 위층을 쓰고 있던 한국인 워홀러는 뒤척임 한번 없더군. 수년간 쌓아온 정을 봐서라도 무슨 일이냐 물으며 상황에 개입할 만도 하건만, 그놈의 몸은 사후 경직이라도 온 것처럼 침대 매트리스에 붙어서 꼼짝도 안 하더라니까. 그놈의 주둥이, 뒤지면 조동아리만 물 위에 동동 뜰 거라고 농담으로 얘기하던 그 가벼운 조동아리가 지금만큼은 천금 같은 무게로 굳게 닫혀있었어. 하지만 나는 누군가를 원망할 충분한 여유조차 제대로 가질 수 없었지. 소 새끼들처럼 무기력하고 손쉽게 도축장으로 질질 끌려가야 했으니까.


 내 기억은 거기까지야. 한밤중에 환하게 불이 켜진 도축장 안, 재미난 구경거리라도 생겼단 듯 잠옷 바람으로 몰려나온 팜 워커들. 그중에 드문드문 섞여 있는 한국인 동료들……. 나는 울렁거리는 혼란 속에 맥을 못 추고 이리저리로 휘청거렸지. 무리 지어서 모여 있는 사람들의 숨소리, 질겅질겅 여물 되새김질하는 수소들의 이빨 부딪치는 소리만 후텁지근하게 공기를 데우고 있었어.


 무언가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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