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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Brain D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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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ie Dec 25. 2020

스파르타쿠스는 도대체 왜!! 도중에 계획을 바꾸었나

말을 하다가 뒤졌나 왜 다음 말이 없니


어제저녁, 한 지인과 통화를 하다가 보통 일주일에 몇 권 정도의 책을 읽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리 어려운 질문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대답이 쉬이 뱉어지지 않아 당혹스러웠다.


"한... 음... 글쎄요... 무슨 책을 읽느냐에 따라 속도가 천차만별이라."


여기서 '무슨 책'의 기준은 처음 접하는 관념이나 어휘에 따라 갈릴 수도 있지만 보통은 내용에 따라 갈린다. 그러니까 본문을 읽다가 내가 얼마나 자주 물음표를 제기하게 되는가 그 빈도수에 따라 책을 1~2시간 만에 읽을 수도 혹은 일주일에 걸려 읽게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왜 물음표는 나의 독서 시간을 늘어진 테이프처럼 길게 연장하는가? 궁금증과 호기심을 충족시키느라 이것저것 검색을 하는 탓이다. 때로 그 궁금증은 마인드 맵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없이 번져나가 종국에는 어떤 키워드로 검색하고 있었는지조차 까먹게 만들기도 한다. 요새는 그렇게 끝없이 파고드는 버릇을 좀 고쳐놓고 있다지만.


이와 같은 상황을 설명할 가장 적절한 예가 오늘 다시 등장했다. 카뮈가 반항 정신을 설명하며 기원전 73년 발발한 스파르타쿠스의 반란을 예로 든 구문에서였다. 그중 한 대목이 유독 눈길을 끌었는데, 바로 로마군을 상대로 연전연승을 거듭하던 스파르타쿠스 군대가(중간에 크릭수스가 이끄는 군대가 겔리우스에게 패배한 적이 있긴 하다만서도) 자유를 바로 코 앞에 놔두고 갑작스럽게 북진을 포기했다는 부분에서였다. 여기서 더 나를 미치게 만드는 것은 다음과 같은 구문이었다.



자유를 찾아간다는 희망으로 전쟁을 했던 스파르타쿠스가 목표를 이루려던 찰나
다시 남하한 이유는 확실치 않다.



이유가 확실치 않다고...?

왜지...?

왜?

도대체 왜?

.

.

.


마치 지인과 카톡을 주고받던 중 "야야, 진짜 큰일 났다."라고 시작한 문장이 다음 카톡으로 이어지지 않는 듯한 답답함이 유발되는 것이었다.


뭐?

뭔데?

왜 그러는데?

.

.

아, 그래서 무슨 일이냐고!!!

왜 말을 하다 말어!!!



결론적으로 이러한 심리적 과정을 거쳐 마침내 두 팔 걷고 직접 그 사유를 찾아보기 시작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터넷 검색되시겠다.






스파르타쿠스가 북진을 포기한 이유가 상세히 기록되지 않은 이유?

(1). 스파르타쿠스 반란이 일어난 지 약 35년 뒤에 기록된 살루스티우스의 글은 대부분 소실되었다.

(2). 2세기에 기록된 플루타르코스와 아피아누스의 글은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많다.


북진 포기 사유?

Because he had been doing so well, a lot of his army wanted to stay in Italy and loot and pillage some more, reaping the sweet rewards of victory. In Plutarch's Life of Crassus says that Spartacus "began to lead his army toward the Alps, thinking it necessary for them to cross the mountains and go to their respective homes, some to Thrace, and some to Gaul. But his men were now strong in numbers and full of confidence, and would not listen to him, but went ravaging over Italy", giving the impression that his men did not wish to flee over the Alps, but instead continue pillaging in Italy, such as a can be seen in the case of Crixus who split from Spartacus's main group with 30,000 men. As for why Spartacus himself didn't just flee, but turned back to Italy with his men, there is no definitive answer. One possibility would be that he became overconfident as well, but there's no proof. In Appian's The Civil Wars, he describes how upon hearing of Crixus's defeat and death at the hand Consul Lucius Gellius Publicola, Spartacus forced 300 captured Romans to fight to the death in gladiatoral combat, which might suggest an element of revenge in Spartacus's decision to turn back.

-Source: Plutarch Life of Crassus, Appian The Civil Wars, Barry Strauss The Spartacus War


진군 중 합류한 수많은 병력이-대부분 검투사, 탈영병, 목동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자유를 위한 탈출 대신 이탈리아에 머무는 것을 선택하고 싶어 했기 때문이라는 추측, 알프스를 넘는 것에 대한 거부감과 이탈리아에서 계속된 승리 및 그에 따른 약탈에서 오는 성취감에 도취되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대표적인 것으로 보였다.


한 마디로 아래 놈들이 숫자로 우세해지니 상관의 말을 처안들었다가 되시겠다. 스파르타쿠스는 이탈리아를 벗어나 자유인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처음 탈출을 감행했던 만큼 이러한 선택은(실수라고 하는 게 더 적절한) 후대의 저술가들에게도 완벽히 납득하기 어려웠던 것이 분명하다.


아아, 그리하여 세네카는 대중을 멀리해야 한다고 그리 힘주어 역설을 했던 것일까... 다수의 말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쉽사리 방향성과 정체성을 혼동하고 상실하기 마련이다. 뛰어난 검투사였을 뿐아니라 전략가였던 스파르타쿠스도 결국 자신의 뜻을 끝까지 고집하지 않은 탓에 로마군에 대참패하고 만다.






어쨌거나 요지는 이런 식으로 drill down하며 독서를 하다보면 한 두시간은 우습게 흘러가게 되고... 완독까지 걸리는 날짜는 늘어만 가게 된다... 하지만 뭐 어떤가? 어차피 재밌으려고 하는 독서인데, 그 과정 중에 또 다른 재미가 추가되었다고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도 앞으로는 1차 검색까지만 하자... 절대 절대 2차 3차 검색까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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