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미킴의 시 "Food, shelter, clothing"
시 『의식주』 에는 억압과 폭력적 분위기가 감돈다. 첫 구절인 “그리고 고립, 암염, 병조림”(1)이 제목과 연결된 문장처럼 보이는 구조 또한 시 전체에 감도는 억압적 분위기 속에서 겨우 생존을 이어가는 화자의 상황을 암시한다. 시의 이미지 구조 또한 고립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듯, 한 페이지당 평균 4~6줄의 내용을 작성하여 의도적으로 행과 행 간의 서술이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도록 이루어진다.
시의 내용은 자신의 상황과 근방의 풍경을 서술하던 긴 문장에서 후반부로 이를수록 단어와 단어의 모음, 파편화된 문장으로 변화를 거듭한다. 이에 따라 화자가 바라보던 풍경 또한 관찰에 이르던 망상적, 은유적 표현에서 직접적, 현실적 이미지로 이어진다. “길을 되돌아 오는 황소떼”(2)로 표현되던 ‘그들’이 “모국의 전달자”(13)로 바뀌고, “수륙양용(14)”, “애국가(17)”의 단어를 통해 직접적으로 군대와 전쟁의 이미지를 전달한다.
다만 작품 속 전쟁의 이미지는 적이 되는 대상을 명확하게 하지 않는다. 국가가 울려퍼지고 억압과 두려움, 후퇴와 고요함이 반복되면서 화자를 비롯한 은둔자들에게 두려움을 심어주고 이들로 하여금 고립으로 내몬다. 그럼에도 고립된 이들은 명확한 적을 규정지을 수 없고, 그저 전쟁이 이루어지는 상황을 관찰하며 소통되지 않는 파편화된 언어로써 상황을 묘사할 뿐이다.
파편화된 문장이 이미지로써 독자에게 다가간다면, 내용 또한 지속적으로 ‘언어’를 언급한다. 고립된 이들이 적을 명확하게 규정할 수 없는 상황에 언어 또한 큰 역할을 한다. “그녀는 타인의 입을 보지 않고서는 말할 수 없다. (무슨 언어일까?)”(9)를 통해 그녀라는 명시되지 않은 인물이 처한 한정된 소통의 상황, 완전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소통의 과정을 보여준다. 이어 전체적 내용에서 인물들은 소통보다 욕설, 내지르는 소리, 울려퍼지는 국가, 찬양 등의 음성적 표현에 가까운 것으로 목소리를 토해낼 뿐, 실로 자신의 의도나 말하고자 하는 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어 “deciphering(44)”을 사용해 은둔자들이 숨은 장소를 찾아낸다는 상황을 서술하면서 동시에 단어가 가진 암호 해독, 복호화의 이중적 의미를 담아낸다. 이후의 “욕설을 내뱉는다/ 가 가 가 가”(47-48)을 통해 이들의 소통이 욕설, 소리, 비명의 폭력적 한정적 이미지로 이루어지고, 내뱉은 소통 그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해 해독을 거쳐야하는 상황을 표출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화자와 인물들의 소통의 부재는 파편화된 문장 구조로 이미지화 된다. 시의 내용 또한 문장의 서술에서 단어 간의 연결로 바뀜으로써 독자에게 전달되는 의미 또한 명확한 의미전달, 작가의 의도, 상황의 서술의 초반부에서 단어가 가지는 최소한의 의미, 직접적인 상황으로 바뀐다.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화자는 서술자의 역할을 상실하고 단어를 내뱉는, 국가를 노래하는 이들과 욕설을 내뱉는 인물들과 같은 역할이 된다.
화자는 내뱉고, 그 의미를 주어담아 의미화 하는 것은 독자의 역할이다. 독자는 파편화된 단어와 문장을 읽음으로써 이를 자신의 언어로 번역하고 받아들임으로써 시가 완성된다. “deciphering(44)”과 마찬가지로 화자는 상황을 말하고 소통을 시도하지만 이는 독자와 대상에게 불완전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혈통 불분명한 발음 모음”(37)을 통해 이들은 분명 소통이 가능하며, 그 소통의 근원은 비슷한 혈통, 또는 상황이 존재함을 암시한다. 그러나 이들이 전하고자 하는 불분명한 발음과 웅얼거리는 소리에 불과하다. 작가는 폭력과 공포로 감싸진 억압적 상황을 분열된 언어과 문장을 통해 이미지화 하며, 독자가 그 의미를 연결짓는 과정을 통해 화자의 상황을 전달하고자 한다.
2020.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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