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 다시 일할 수 있을까?

by 김혜원
경력 단절된 3,40대 전업주부는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얼마 전 김미경 강사가 청년들에게 하는 강연을 보았다. "여자가 결혼 후에도 일을 하면, 그 돈은 다 도우미 한테 갖다 주고, 내 손에 남는 게 하나도 없는 게 정상이에요. 그래서 여자는 남자보다 오래 일해야 본전을 찾습니다. 적어도 50살은 되어야 이제야 좀 남아요. 그때까지 버텨야 합니다. 직업에서 떨어져 나가 객사하지 말고 거기서 버텨야 하는 겁니다...." 나는 그 말이 이제야 처절하게 가슴에 와닿는다. 무 늦었지만...


전업주부가 다시 일하려면...

여자가 일을 하며 산다는 게 세상의 논리, 경제의 논리와는 다른 게 현실이라면

다시 일하는데에 늘 마음에 걸리던 '내가 나가서 얼마나 벌겠나'라는 생각도 아마 고쳐야 할 것이었다.


알아보니 경력이 리셋된 상태에서 "재취업"을 하자면, 전업주부만 하던 여성이 바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정해져 있었다. 마트. 학습지 교사. 유치원이나 학교 주방 보조. 자격증 있으면 사무직 보조. 콜센터. 자격증 따서 한의원이나 약국 취업...... 또는 각종 주부 알바라고 접근해오는 다단계. 다단계 비슷한 일. 알고 보면 다단계인 일.


'일은 돈을 버는게 아니다'마인드를 새롭게 장착했지만 낯가리고 수줍음 많고 사회성이 퇴화된 나로서는 의 일 엇하나도 만만치 않 보인다. 말 이게 다인걸까?

주식. 경매. 부동산 같은 재테크에 도전해볼까? 책을 몇 권 사보다 깨닫는다. 퇴화한 건 사회성뿐이 아니구나.....


이렇게 현타가 온다


남편의 아내로 '사모님'인 줄 알고 살았는데 '재취업'을 생각하고 보니 '나 자신'의 사회적 위치의 현실이 선명히 보였다. 내 이름 석자가 참 초라했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시 제자리였다.

체력 때문에. 체면 때문에. 시간 때문에.... 온갖 이유들이 생겨났다. 할 이유를 떠올린다는 건, 떤 친구의 말처럼 '헝그리 정신이 부족해서'. 배가 덜 고파서 그런 지도 모른다.


이때 떠오르는 기가 막힌 도피처가 하나 있다. 바로 아이들 교육이다. 들 교육을 이유로 좀 더 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사실 아이들이 먹이고 재우며 밀착 케어할 시기는 지났지만 오후 내내 학원 라이딩하다 보면 하루가 훅 가버리긴 한다. 나의 24시간을 조각조각 찢어서 아이들과 살림에 착착 끼워 넣는다. 그러면 늘 비슷한 하루하루가 매끄럽게 흘러가고 아이들은 쑥쑥 자란다.


크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흐뭇해서 이건 내 시간 버리는 게 아니라 아이들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싶어진다. 이건 거의 모르핀을 맞는 것과 다름 없다.


런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대부분 중학생쯤 되면 그 투자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니 그 모르핀의 수명 또한 짧다고 한다.


일을 해야 한다

생은 왜 이렇게 긴 것일까.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이야기가 끝난다면 얼마나 깔끔했을까. 쥐 죽은 듯이 살면 그런 척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진짜 100살까지 살면 어떡하지?를 생각하면 당연히 성장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10대도 20대도 아닌데, 나는 얼마나 성장한 걸까, 무엇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건 정말 멋도 없고 재미도 없고 지치고 고단하고 슬픈 일이다.


그 고민을 지우기 위해 친구들과 어울리고 소확행을 찾고 드라마를 몰아보고 취미생활에 열중할 수도 있지만 그것조차 나에겐 해당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친구도 별로 없고 소확행보다 대확행을 좋아하고 드라마도 취미생활도 10년간 할 만큼 했더니 흥미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는 더이상 모르핀도 진통제도 소용이 없다.


그러니까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나란 인간을 쭉 보아하니 그게 40대이건 50대이건 60대이건 70대이건 나의 미래엔 언젠가 "아! 일을 했어야 하는데!" 하고 후회할 날이 나를 기다리고 있고 그래서 결국은

무슨 일을 하건 뭐라도 하는 게 안 하는 것보단 훨씬 낫다는 결론에 이르게 것이다. 가능하면 빨리..


나는 정신줄을 잡아야 했다. 결혼 전에 하던 일도 다시 못하고, 재취업도 못하겠고, 재테크도 못하는 나 같은 전업주부가 할 수 있는 일 찾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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