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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원 Aug 18. 2021

딸아, 옷장이란 참 이상해


아침에 옷장 앞에 선 여섯 살 막내딸이 말했다.

"... 하... 입을만한 게 없네."

'옷은 샀지만 입을 게 없다'는 기묘한 전 지구적 현상을 이렇게 어린 나이에 알아챈 영민함에.. 나는 대단히 놀라버렸다.  



딸은 매일 입을 옷을 스스로 고른다. 이것저것 매치해보고 매일 새로운 패션을 추구하는데 , 내가 생각 안 해본 신선한 매칭도 곧잘 했다.

신고갈 신발도 얼마나 신중히 고르는지 모른다.

"흠 이건 너무 공주 같아서 오늘 스타일에는 안 어울리는 것 같네. 이걸로 할까? 아니야 아무래도 좀 진한 색이 낫겠어." (딸은 '스타일'이라는 말이 좋은지 의식적으로 자주 사용한다)


색상과 재질 디자인까지 꼼꼼하게 따져보는 딸을 보면 아이 신발이 딱 세 켤레인 게 미안할 지경이다. 안 그래도 딸은 지난번에 엄마의 신발장을 열어보고 눈이 휘둥그레지긴 했다. 그리고는 나는 신발이 세 개인데 엄마는 왜 이렇게 많은 거냐고 근엄하게 따져 물었다.


엄마는 발이 다 커서 그래. 너는 발이 크는 중이라서 매년 새 신발을 사야 하잖아. 너도 나중에 크면 그땐 이렇게 신발이 모이게 되는 거야.

이게 먹히려나 두근두근한데 아이는 쿨하게 인정했다. "그건 그러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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