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우울에 대해서
하루키는 매일 20매의 원고를 아주 담담하게 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커피를 내리고 네 시간이나 다섯 시간 책상을 마주하는 하루키의 모습에 내 하루를 겹쳐본다. 하루키와 나는 닮았고 또 다르다. 하루키가 하루에 20매씩 담담하게 원고를 쓰는 동안 나 역시 담담하게 아일랜드 식탁을 치우고 밥을 짓는다. 반년이 지난 하루키에게는 3600매의 원고 뭉치가 남고 내게는 여전히 커다란 아일랜드 식탁이 놓인 주방이 있다.
-라문숙, <전업주부입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