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어른이 되니까 기분이 어때?"
며칠 전 칫솔을 입에 문 채로 보송이가 물었다.
거울 속에서 아이와 나의 시선이 마주쳤다.
어른이 된 게 기분이 어떠냐고? 갑자기?
아이가 이렇게 묻는 맥락을 빠르게 짚어봤다. 내가 화를 냈던가? 짜증 난 얼굴이었던가? 어른이 되는 게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 그런 엄마라면 어쩌지. 스쳐 지나가는 온갖 생각들을 잘라내면서 무심한 척.
"그냥, 좋아.
어른 돼서 이렇게 이쁜 딸도 낳았잖아."
보송이가 배시시 웃었다.
다음날 아침에는 보송이가 또 물었다.
"엄마는 아이가 있는 기분이 어때?"
그날은 질문의 맥락이 분명했다. 오빠와 엄마의 격한 말다툼에 찍 소리도 못 내고 시리얼을 먹고 등원 준비를 했던 보송이였다.
"... 어떨 것 같아?"
"힘들 것 같아. 아이 키우는 건."
"그래도..."라는 내 말을 자르면서
보송이는 이어서 말했다.
"그래도 기쁠 때도 많겠지만 그래도 힘들긴 할 것 같아."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뭐라고 할까 생각하다가 그냥
보송이를 꼭 안아주었다. 보송이가 폭 안겨서 내 등을 토닥토닥해주었다.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간신히 "고마워 위로해줘서"라고 말했다. 그러자 보송이가 "넹"이라고 했다. 위로는 이렇게 하는 거구나..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