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이는 중학생이 되었다
이곳에 아이들 이야기를 적지 않았던 지난 2년 동안 아이들은 놀랄만큼 자랐다.
특히 포근이는 이제 어린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엄마보다 손도 크고 키도 큰 청소년이 되었다. 포근이의 5학년 6학년은 쉽지 않았다. 5학년 말이 제일 힘들었다. 그제야 조금 늦게 친구들과의 관계에 눈을 뜬 포근이는 우울감이 심했고 불안도는 걱정되는 정도였다. 고학년이 되면서 한시름 놓은 줄 알았는데 다시 2라운드가 시작되는 거였고, 2라운드는 1라운드보다 복잡한 룰이 있었다. 우리는 룰을 다시 배워야 했다. 다시 지겹도록 여러 상담소를 전전해야만 했다. 소개 받고 소개 받고 찾아가고 가서 울고 싸우고(?) 받아들이고.... 지나고나니 그것이 터널이었음이 보이지만 당시에는 캄캄한 동굴에 처박힌 것만 같았다.
당시에 만났던 한 선생님이 있다. 아이의 우울은 혼자 빠져 나올 수 없는 거라며, 많은 조언을 해주었다.
그분은 이렇게 물었다.
정말, 진심으로 이해하고 있는 건가요?
괜찮아질거라고 진심으로 믿고 있나요?
아이에게 진심으로 말한 게 맞나요?
진심. 진심 그놈의 진심.....
그 조언이 너무 뼈를 때려서 아픈 나머지 나는...... 도망쳤다. 마구 항변도 했다. 왜 심리학자들은 항상 이렇게 부모에게 죄책감을 심어주죠? 라고 눈을 마주보며 따졌다. 아이에게 핑계를 대고 회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그만둬버렸다. 하지만 그분이 해준 말들은 머리에 박혀버려서 결국 나를 바꾸지 않을 수 없었다. 하라는 대로 하고나서 이것봐라 네가 틀렸다! 라고 말하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분의 말이 전부 맞았다. 그리고 그 조언들과 나의 바뀐 말과 행동이 아이를 살려냈다는 것도 인정하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한 편의 글로 다시 써보려 한다.
한 번의 고비를 넘기고 조금 살만할 때, 6학년때는 학폭 이슈가 있었다. 가슴이 철렁하는 일이었지만 아이를 13년 키운 짬은 있어서 위기는 확실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다 지나갔다. 이것도, 학폭 대처법과 함께 엄마가 꼭 챙겨야 할 것들로 정리해서 써 볼 것이다. (아마도....?)
그리고 중학생이 된 지금은...... 모든 것이 많이 좋아졌다. 지난 2년의 일들은 성장통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만큼 2라운드를 무사히 넘겼다. 앞으로 3라운드가 오겠지만 그건 그때 또 해내면 되겠지.
아이는 머리도 마음도 그릇도 커졌다. 무엇이 아이를 달라지게 했을까? 엄마의 진심? 이해와 공감? 그게 정말 중요한 건 맞는데, 그건 50%정도. 100%를 채우는 건.... 포근이의 경우에는 성취였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다 다르기 때문에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포근이에겐 성취였다.
고학년에 들어서면서 잘하는 것을 잘 해내는 경험이 아이가 잡을 동아줄이 되었다. 대학교 부설 영재원에 합격해서 그곳에서 인정받고 자기 생각을 이야기 할 수 있었던 경험. 그게 첫 계기가 되었다. 거기에서 얻은 자신감으로 아이는 몸에 딱 맞지 않는 학교생활을 견딜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중학생이 된 것. 중학교에 올라가서 아이는 학교가 너무 재미있다고 했다. 선생님이 매번 바뀌는 것도 좋고, 쉬는 시간이 10분인 것도 좋다고 했다.
어렸을 때, 아이의 성향에 맞게 일반학교 보다는 조금 더 자유로운 학교에 다니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이사까지 하면서 아이를 혁신학교에 입학시켰다. 90분 수업, 90분 쉬는 시간, 공부보다는 다양한 활동으로 가득한.... 우리가 찾은 학교는 확실히 좋은 학교였지만 그 안에서 아이가 적응하기는 쉽지 않았다. 예상과는 다른 전개였다.
어른들은 공부만 평가라고 생각하고 공부 많이 안하는 학교는 아이들에게 천국일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들 입장에선 친구관계, 운동, 모듬과제, 모든 게 평가로 느껴질 수 있다. 점수가 나오지 않을 뿐 아이들끼리는 다 아니까. 길고 긴 쉬는 시간동안 대부분의 아이들은 친구들과 뛰어놀며 우정을 다지고 많은 것을 배우지만 그 시간동안 뭘 해야할지 몰라 서성이며 지루해하는 아이도 있는 거다. 포근이는 그런 아이였다. 그리고 협동이 너무나 중요하고 모듬 활동이 기본인 곳에서 사회성이 떨어지는 아이는 좋은 평가를 받을리가 없었다.
심지어 아이가 영재원에 다니는 것도 그리 좋게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관련된 지원을 물었을 때 "우리 학교는 공부보다는 인성과 협동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라고 말한 선생님이 있었다. 영재원이 무슨 선행공부라도 하는 곳인 줄 아시는 듯 했다. 영재의 반댓말이 인성이었던가? 엄마가 너무 공부를 시켜서 아이가 사회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했다. 무슨 무슨 학원을 다니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안다닌다고 하면 눈을 가늘게 뜨고 보는 것이었다. 그런 선생님이......아이가 쉬는 시간에 문제집을 푸는 건 공부에 치여서가 아니라 안전하게 피해있을 곳이 필요해서고, 영재원에 2년이나 다닌 건 영재라고 잘난척 하고 싶은 게 아니라 그 곳에서는 3시간동안 수학 얘기만 해도 이상하다고 따돌리는 친구가 없기 때문임을 어떻게 알 수 있겠나. 구구절절 설명할 수 없어서 그냥 입을 다물었던 날들이었다.
반면에 중학교는 전형적인 학교였다. 내가 어렸을 때 다녔던 것과 다를 게 없어보이는. 그런데 그 안에서 포근이는 생기를 찾았다. 선생님들은 이제 학생을 볼 때 학습태도와 성적을 먼저 보고 포근이는 그 기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담임 선생님과의 상담을 갔는데, 지난 13년동안 선생님이 이렇게 아이를 좋게 봐주고 호의적으로 말해준 건 처음이라서 너무 당황하고 말았다. 심지어 담임은 수학 담당이었다. 포근이가 가진 수학에 대한 관심을 너무나 사랑스러운 눈으로 봐주시는. 아이의 서툼도 그럴 수 있다고 봐주는..... 생각할 때마다 정말 눈물나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포근이는 지금 좋다. 수행평가도 늘어난 학원도 무척 의욕적으로 해내려고 한다. 더 배우고 싶어하고, 좋아하는 코딩도 더 깊게 공부하고 싶어한다. 주말마다 편도 1시간 반 걸리는 학원을 혼자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 그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못견디게 사랑스럽고 자랑스럽다. 정말 다 키운건가 싶기도 하고.... 이제 정말 무엇을 내려놓고 들어야 하는지 조금 알게 된 듯하다. 아이도, 나도.
멈춰있던 이야기를 다시 쓰려고 지난 2년간 우리가 배운 것을 돌아봤다. 우리가 배운 것: 어디에도 정해진 정답은 없다. 스스로 부딪히고 깨지면서 답을 정하고, 그 답을 증명하기 위해 달려나갈 뿐!
다음 라운드에서도 지지 말고 잘 해보자 포근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