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눈에 비춰보는 나

집단 속 내 모습

by 엘리

조명 때문인지 거울의 왜곡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가끔 내 얼굴이 내가 알고 있던 모습과 다를 때가 있다.

서늘한 느낌을 가진 내가 모르는 내가 나를 쳐다보고 있는 느낌과 순진하고 어리숙한 전혀 본 적 없는 사람이 나를 쳐다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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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스로를 유쾌하고 대담한 성격이라고 생각하는데 막상 어떤 집단이나 모임에 가면 나서기보다 입을 다물고 조용히 살피는 쪽이다. 낯선 이가 그런 나를 본다면 몹시 수줍음을 타고 낯을 가린다고 생각할 것이다.

말도 많고 웃음도 많은데 이상하게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선뜻 말을 건네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남들 앞에 서는 일이 어려운가? 그렇지는 않다.

학창 시절에 노래 경연대회도 나가고 연극 공연에도 참가했으며 대학교 때 발표 잘한다고 칭찬도 받고 내 이야기를 말해야 할 때가 온다면 큰 무리 없이 순조롭게 생각한 바를 다 말할 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 학창 시절에도 나와 친한 아이들은 나더러 코미디언을 해보라고 권할 정도로 익살 맞고 엉뚱한 아이였는데 나를 잘 모르는 아이들은 나를 엄청 조용하고 깍쟁이 같이 보았다는 것을 뒤늦게 들어 알았다.


머리로는 어느 모임에 가던 주도하고 살갑게 먼저 다가가는 성격이라고 나 자신을 인지하고 있는데 막상 그런 자리에 가면 왜 굳어져서 팔짱을 끼고 남들이 웃을 때도 따라 웃지 않고 눈을 감아버리게 되는 것일까?

이번에 참석하게 된 독서모임에서 나를 만났던 사람들은 내 첫인상이 어땠을까?


사실 나는 식당이나 상점에 가면 스스럼없이 점원이나 손님들과 대화하기도 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길을 다닐 때도 오지랖이라 불리는 행동도 자주 해서 주고받는 미소의 순간을 만들기도 한다. 낯선 이에게 먼저 다가가는 것이 어떤 때는 자연스럽게 가능한데 어떤 때는 왜 부담이 되고 어색해지는지 알 수가 없다.


앞서 말한 독서모임에서는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내 경험담 이야기를 하다가 울어버렸다.

책을 읽어주고 예술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그 자리에서 꼿꼿한 자세로 눈을 감고 그들과 어떤 교류도 하지 않고 있던 여자가 자기 차례에 이야기하면서 눈물 흘리다니. 그들이 얼마나 당황했을까.


반대로 유치원, 학원을 통해 알게 된 엄마들 사이의 모임에서는 적극적으로 먼저 연락처를 물어보고 식사 약속을 잡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공유하는 나를 보면 '저 여자 왜 저렇게 설쳐.'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


내가 '나'라고 알고 있는 사람으로 타인에게 보이길 원하는지 아닌지는 글을 쓰는 지금도 답을 정하기 어려우나 적어도 상대의 눈 속에 비친 내 모습이 내가 알고 있는 나와 가까운 모습이면 좋겠다. 내가 나로서 인정받고 받아들여지는 환대를 받는다면 그 사람이 누구든 평생 친구로 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