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친다는 것

참된 스승

by 엘리

어떤 모임에서 내가 안타깝게도 좋은 스승이나 선배를 못 만났던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진심으로 조언해주고 어려울 때 지지해주는 등대 같은 사람을 만났더라면 좋았을 거라는 말도 함께.


유치원 시절부터 "애가 영악스러워"라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영리하면 영리한 거지 영악하다는 건 "악" 이 들어갔으니 그리 듣기 좋은 표현은 아니었다.

아이들은 그 선생님보다 나의 이야기에 더 집중했고 그런 내가 예뻐 보였을 리 없었겠지.


무수히 많은 상상력을 주체할 수 없어서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그걸 들려주고 아이들이 즐거워하면 너무 신이 났었다. 그 모습을 칭찬해주거나 인정해 주는 어른은 내 주위에 없었다.


오직 초록 방 언니, 그 한 사람 만이 내 어릴 적 감수성을 이해해주려고 노력했고 나의 상처를 알아봐 주고 보듬어 주었다. 액세서리와 옷을 판매하는 곳이었는데 얼굴은 희미해졌지만 그 따스함은 아직도 기억난다.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를 같이 들으며 눈물 훔쳤던 그때도 언니는 따뜻한 어른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 만난 내 인생의 좋은 선배가 아녔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 초등학교 1학년 짜리 여자아이에게 이런저런 인생 이야기를 전하면서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늘 격려해 줬던 사람이니까.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오면서 내가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는 선한 이미지로 서가 아닌 나쁜 이미지 만이 자리 잡았다. 선생들은 과격했고 무지했고 무자비했으며 무성의했다.


집합시간에 늦으면 슬리퍼를 벗어서 뺨을 때리던 체육선생, 야한 농담으로 불쾌하게 만들더니 결국 불미스러운 일로 학교에서 쫓겨난 국어선생, 자신이 뭘 가르치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수업에 불성실했던 영어선생, 출석부로 아이들 머리치고 대걸레, 목검 등 자유자재로 휘두르는 수학선생, 인격적 모독을 일삼았던 또 다른 국어선생과 과학 선생, 차별을 심하게 하고 폭력을 눈감아주던 예체능계열 선생들..


야구방망이로도 맞아보고 배도 걷어차여 보고- 문제아라고 불릴 정도의 학창 시절은 아니었음에도 올바른 가르침이나 따뜻한 환대로 여린 감수성이 위로받아 본 적은 결단코 학교에서 선생을 통해 있었던 적은 없었다.


내가 아이를 낳고 아이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며 새로운 지식을 상대가 납득하도록 알려주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이구나 라는 걸을 깨달았다. 그래서 선생의 자질이라는 것은 내가 아는 것을 모르고 있는 상대에게 제대로 전할 수 있는 실력이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그 무지함을 견딜 수 있는 인내심과 여유라고 생각한다.


제각기 소유한 개성이 다르고 지능의 차이도 있고 여러 변수들이 있겠지만 그 평균점을 찾아갈 수 있는 능력과 배움을 통해 유익이 되고 즐거움에 이를 수 있는 값진 경험을 선물해 준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그들 각자의 삶을 소중하게 대하고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 있다면 그거야 말로 너무 훌륭한 스승이 아닐까?


내 인생의 모습이 누군가에게 좋은 가르침이 되고 말보다 행동으로 실천하는 삶을 통해 작은 변화라도 어떤 이의 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보람되겠다 라는 생각으로 살아가려고 다짐한다.


나는 아직 만나지 못한 참된 스승을 바라기보다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보길 원한다. 더 많이 배우고 깊고 넓게 품고 안으며 영글어서 앞으로 만날 그들을 응원하고 격려하며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