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다음 주 화장실 리모델링 공사가 있다.
안방 쪽에 딸려 있는 작은 평수의 화장실은 타일이 금 간 곳도 있고 세면대나 거울도 오래되어 보이지만 그 화장실을 쓰는 사람은 나 밖에 없기에 그곳은 내년까지 돈을 더 모아서 고치기로 했다.
거실 근처에 있고 욕조가 있는 욕실 겸 화장실, 그곳에는 외부인들의 출입이 잦다.
친정과 시댁 식구들, 아이의 이동수업 선생님, 나의 지인들과 아이의 친구들, 또 그들의 부모까지.
집을 처음 방문할 때 현관과 화장실에서 받는 첫인상이 중요하다 여기는데 우리 집은 내 기준에 차지 않았다.
선반장 모서리가 부서졌고, 욕조가 낡았으며 변기도 비데형이 아닌 우리 집 화장실은 사용하는 데 큰 문제는 없으나 열심히 청소해도 정돈되고 세련된 느낌을 가지기 어려운 화장실이 조금 부끄러워졌다.
실리콘이 떨어진 자국이나 실리콘 위에 곰팡이가 피어 락스로 닦아봐도 잘 지워지지 않는 것들이 나를 괴롭혔고 이번에 타일 업체와 상의해서 타일로 마감해버리는 졸리 시공을 부탁했다.
견적을 내고 비용 대비 인테리어 효과를 고려하여 계약서에 사인을 마치고 그동안 모아놓은 화장실 시공 비포/애프터 사진들을 폴더에 다 몰아넣고 잠시 눈을 감고 상상했다. 조명까지 예쁘게 설치되면 보기 좋게 사진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려야지. 변화된 욕실에 어울릴만한 향으로 디퓨저도 사야지- 하고 말이다.
이런 시간을 보내고 나니 집 바닥도 바꾸고 싶고 부엌에서부터 거실, 베란다까지 모조리 뜯어고치고 싶었다.
가구들도 새로 사고 조명과 소품까지 싹 바꿔서 새로운 분위기로 변화된 우리 집을 꿈꾸었다.
하지만 이내 포기했다. 집에 상주하면서 리모델링 공사를 한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고 그럴 만한 자금도 없었다. 무엇보다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꾸민다고 해도 6살 아이의 형형색색 장난감들이 내가 그려놓은 그림 같은 공간을 매번 망쳐놓을 것이 분명했기에 그 마음을 접었다.
지금도 쫓아다니며 여기저기 순서 없이, 장소 구분 없이 튀어나오는 놀잇감들을 치우는 게 내 골칫거리 중 하나인데 이상적인 공간을 위해 아이를 쥐 잡듯이 잡게 되진 않을까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들기도 했다.
내 보기에 좋고 혹은 안락한 나만의 공간을 위해, 실용성 있고 효율적인 공간을 위해 인테리어에 공들이는 이유는 제각기 다르겠지만 오로지 나 혼자만의 만족을 위해 신경 쓰는 사람은 드물지 않을까 싶다.
소셜미디어 속 인기 있는 주제 중 하나가 집 꾸미기 인 걸 보면 과한 추측은 아닌 것 같다.
모든 콘셉트를 다 우리 집에 담을 수 없고 유행에 맞춰 매번 바꿀 수도 없으니 나 같은 사람은 작은 소품 하나로도 만족할 수 있는 법을 터득해야 했고 또 그것이 꽤 효과적인 기분전환이 될 수 있다는 걸 경험했다.
집에서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코로나19 시대. 작은 스탠드 조명 하나만 마음에 드는 걸로 들여놓아도 일상이 안온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지금 조금 지쳐있다면 내가 지내는 공간에 변화를 주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