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의 지겨움

라이프스타일

by 엘리

요즘 인스타그램을 보면 취향도 전염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알고리즘이 나를 이끌고 간 곳의 사진들을 보면 이전에 내가 좋아요를 눌렀던 사람들과 흡사한 모양으로 삶을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블랙 윙 연필을 쓰고 문구에 관심이 많으며, 향에 민감하고 커피를 좋아한다.

비건 음식에 관심 있고 친환경주의로 플라스틱 줄이기나 분리수거 바로 하기 운동에 열심이다.


에코백과 장바구니를 생활화하고 건강한 신체를 위해 조깅을 하거나 새벽, 아침 운동을 한다.

대기오염을 유발하는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이용하려고 노력하고 천연 수제비누 만들기에 흥미를 느낀다.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전시회를 즐겨 보고 단화에 개성 있는 무늬의 양말을 신는 걸 좋아한다.

특이한 액세서리와 한 군데 정도는 포인트가 될 만한 의상을 고르는 일에 여념이 없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고 남들이 잘 모르는 노래를 찾아 들으며 그 발견에 기뻐하고 만족해한다.


캠핑을 좋아하는 사람.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자동차나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


떠올려보면 선호하는 브랜드, 신경 써야 하는 부분들과 그런 것들을 위한 노력들이 흡사하다.


한 두 사람만 겪어서는 알 수 없는 취향의 연결고리들이지만 SNS를 향해하다 보면 '저는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입니다'를 드러내 놓고 보이는 사람들의 취향이라는 것이 많이 닮아있음을 알 수 있다.


주위에 사람들을 떠올려 봐도 아 그 동호회 사람들은 대부분의 취향이 비슷했다라거나 나와 관심사가 같았던 사람을 만났을 때 통하는 점이 많고 닮은 부분을 발견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어느 순간부터 그런 동질감이 부담스럽기 시작하고 이제는 지겹다 느껴질 때가 있다.


같은 걸 좋아해도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을 만나고 싶다.

글쓰기를 좋아한다고 해서 정적이고 상처가 있고 감수성이 풍부하며 친환경주의 적이고 인본주의적인 사람들 말고 동적이고 주름진 것 하나 없이 밝거나, 무뚝뚝하고 단순해서 삶이 간결한 사람, 자본주의적이고 속물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개인주의적인 사람들도 만나 다른 관점으로 이야기해보고 싶다.


마치 도플갱어를 본 듯한, 또 다른 내가 나와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발견했을 때 느끼는 거부감을 나는 느끼고 있는 것이다.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응당 이런 아이템이 있어야 하고 저건 꼭 소유해야지 라는 생각으로 모두가 똑같아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조금 지쳐간다.


이건 내 안에 갇혀서 나만 느끼는 현상일지도 모르고 관심사가 같으면 취향도 비슷할 수 있음을 인정하지만

신선함을 체감하고 싶은 내 욕심일 테지. 저도 그거 좋아하는데, 저도 그거 있어요 알고 있어요 등의 반응이 반갑기보다 지루하고 김 빠지는 건 내가 좀 이상해 진건가 싶기도 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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