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혹은 피크닉
봄과 가을은 가볍게 나들이하기 좋은 날씨다.
여름에는 덥고 모기가 많아 불편하고 겨울에는 춥고 빨리 지치기 때문에 추천하지 않는다.
물론 어느 계절이든 캠핑을 할 수 있는 장비가 있다면 조금 더 수월해지긴 하겠지만 간단히 돗자리와 먹을 음식만 챙겨서 가볍게 다니기에는 역시나 봄과 가을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가까운 거리에 공원이나 광장 같은 곳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 된다.
숲 냄새를 좋아하고 나무와 풀, 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눈이 편해져서 나는 선을 선호한다.
바닷가 근처에 살았다면 아마 바다를 더 자주 갔을 수도 있겠지만 집에서 거리가 먼 곳은 여행을 떠나게 되고 나들이는 근거리를 선호하게 된다. 집으로 돌아와야 하고 그 이후의 시간도 생각해야 하니까.
집에 있는 과일을 잘라서 도시락 통에 넣고 텀블러에 물을 가득 채워 피크닉 바구니에 같이 넣는다.
아이가 좋아하는 과자와 출출한 배를 채울 컵라면, 초콜릿 등도 같이 챙겨준다.
돌아오는 시간에 따라 식사가 될만한 음식을 포장해 가기도 하고 가는 장소가 배달이 가능한 곳이라면 시켜먹기도 하는데 야외에서 먹는 음식은 왜 다 맛있는지 모르겠다. 먹고 돌아서면 또 먹고 있고 또 먹는다.
눈을 번쩍 뜨이게 해 줄 커피와 달달한 음료도 곁들이면 모든 것이 만족스러워진다.
돗자리에 누워, 캠핑의자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 보고 때에 따라 벚꽃나무, 단풍잎, 푸르기만 한 녹음이 우거진 숲 속 풍경을 넋 놓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감상하다 보면 충만한 기쁨이 차오른다.
누워서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사람,
배를 깔고 누워 흥미로운 표정으로 책을 넘겨보는 사람,
옆으로 누워 밀담을 나누거나 음식을 먹으며 보드게임을 하는 사람들.
타인의 평화로운 한 때를 나도 그 공간에 함께 여유로울 수 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한 번은 호수공원에서 밝은 표정으로 다인승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즐거워 보여서 호기롭게 남편과 아이와 같이 페달을 밟았는데 허벅지가 터져 나가는 줄 알았다.
원래 하던 대로 할 걸 남이 하는 게 좋아 보여 따라 했다가 나들이 가서 육체활동 심하게 하고 오는 거 아니다 라는 교훈만 얻었다. 자연이나 내가 편하게 느끼는 장소에 가서 먹고 쉬고 오는 것이 피크닉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주말에 화창한 날이면 어디로 가야 할지 결정하고 준비하며 설레는 그 시간이 행복하다.
아이는 매번 돌아올 때마다 지난 여행의 추억들을 떠올리며 집에 가는 거냐고, 오늘은 다른 집에 가서 안 자고 가냐 호텔에서 자면 수영할 수 있는데 안 갈 꺼냐 등등 무수한 불만과 아쉬움을 토로한다.
그 질문 공세가 시작되기 전까지가 내가 행복한 시간이지만 나들이의 맛을 알게 된 아들이 한편으론 반갑다.
앞으로도 같이 다니자. 안 따라가요 라고 하지 말고-
내일도 날이 좋다는데 연휴가 끼어있으니 바다를 한 번 보러 가보고 싶다. 파도소리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