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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May 14. 2022

아픔은 현재 진행 중

하루

시 10편을 쓴다는 다짐도 지켰고

소설도 윤곽이 나오는 중이었는데,


생각지 못한 치통으로 신경치료를 2번이나 하게 되고

허리 염좌가 또 찾아와서 며칠을 누워있었다.


앞니와 그 옆 큰 송곳니 두 개를 치료하는 바람에,

평소처럼 음식을 제대로 끊어먹거나 베어 물지 못하고 불편하게 식사했다.

진통제를 먹어도 이가 앞으로 쏟아져 빠질 것 같은 통증이 있고,

한의원에 가서 허리에 침도 맞고 교정을 해도 이상하게 무거운 돌에 눌린 듯한 아픔이 계속되었다.



바람에 날리는 꽃가루와 먼지로 눈까지 말썽이다.

이런 몸으로 무슨 일을 하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나 싶으니 우울해졌다.



건강하기만 하면 될 것 같다. 간사하지 사람 마음이.

로또에 당첨되고 돈이 많아지면 뭘 하나.. 내 몸의 고통은 사라지지 않는데.

쮸쮸바도 시원하게 빨아먹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는데..(앞니에 압력이 가해져서 피해야 할 것 중 하나)



며칠 전 통증이 극심한 밤에는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유서를 미리 적어둘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정말 진심으로 죽여달라고 기도라는 걸 할 뻔했다.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환자들을 떠올리고 얼마나 어리석고 복에 겨운 칭얼거림이냐고 스스로를 달래 보았으나 좋아하는 음식도 앞으로 먹을 수 없고, (크라운으로 씌운 치아는 약해서 부러질 수 있기 때문에 음식을 가려 먹어야 한다는 조언을 받았다.) 허리가 아프니 앉아서 하는 활동들을 하기 부담스러워지고(책 읽기, 글쓰기, 영상 시청, 그림 그리기, 아이와 역할놀이 등등),



당연하게 누리던 것들이 나에게 얼마나 의미 있고 소중한 일이었는지 깨닫게 되고, 내가 좋아하고 즐겨하던 행위들을 이제 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형언할 수 없는 상실감이 느껴졌다. 쓸모없는 삶이 된 것 같은.

신중해야 하고 절제해야 하고 내어주고 덜어내는 걸 받아들여야 하는 때가 되었나 보다.


그런 상실 속에서도 감사하고 기뻐할 만한 것을 발견하며 살아가야 하는 걸 인정하기 어려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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