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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Ji Apr 24. 2020

7.마흔, 나이듦과 아름다움이 공존할 수 있을까.

거스를  수  없다면  받아들여야지

아이 친구 엄마를 길에서 우연히 만났다. 서로 마스크를 끼고 입을 가린 상태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차리려면 귀를 쫑긋, 눈빛을 예리하게 교환해야 한다. 마스크를 가린 친구 엄마의  눈 다음으로  새하얀  머리카락들이 도드라져 보인다.


"코로나로 미용실도 못 가서 머리가 엉망이에요"


쉰을 넘긴 그녀는 흰머리가 수북한 머리를  풀어헤치고 있었다. 마흔을 넘기고 흰머리가 늘어난 것이 불만인 나는  그녀의 연륜 있는 머리 앞에 겸허해졌다.



요즘 나의 일상 중 하나가 거울 앞에 서서 눈알이 빠져라 흰 머리카락을 족집게로 뽑아내는 것이었다. 마흔이 넘어 몇 가닥이었던 흰 머리카락은  무관심 속에  무성하게도 잘 자라나

한 움큼은 더 늘어난 것처럼 보인다.

'하나만 뽑아야지.'

결심은 수북이 뽑은 흰머리 뒤로 보이는 휑한 머리숱을 보고  멈췄다.

더 이상 뽑다가는 대머리가 될 것 같아서...



며칠 골골 아팠다. 딱히 크게 아픈 것은 아니지만 여기저기 쑤시고 몸이 무거웠다.

거울을 무심코 쳐다보았다.

흰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보이는 사람을  '염색도 안 하고 관리가 안 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20대의 나를 크게 비웃기라도 하듯  흰머리가  잡초처럼 무성하게  자랐다. 눈 밑에  거뭇거뭇한 기미까지  도드라져 보인다.  눈가의 주름은  또 몇 개나 늘어난 건지...  아이가 장난처럼 찍어서 보여준 사진에는 볼살이 옴폭 파인 해골 하나가  있다.


이런....


친정엄마랑 똑같은 사람이 서있다.




일반인인 나도 이렇게  나이 든 것을 받아들이기 힘든데 연예인은 오죽할까? 나이 든 연예인의  아름다운 젊은 시절을 보면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래서 더욱더 젊음과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정성과 비용을 들여 노력한다. 젊음은  어떤 가치와 비용으로 바꿀 수 없는 재산임에는 틀림없다. 그렇지만 나이 듦 또한 거스를 수 있는 건 아니다.


나이 든다는 것은 아름다움과  공존할 수 없는 것일까?


거스를 수 없다면 받아들여야 한다.

밥이냐 화장이냐  선택하라면  화장을 선택하며 몇 시간 화장에 투자했던 20대와는 달리  흰머리  몇 가닥 드러나도, 기미 낀 얼굴로  나갈 수 있는 당당함이 생겼다.  한 치도 양보할 수 없을 것 같은 마음에서  '그럴 수도  있지'  하며  주름 자글한 눈웃음과  잇몸 드러나는 웃음을 지을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화장을 포기하고  밥을 넉넉히 먹으며 건강을 생각하는 마흔의 나는  이웃 어르신들의 건강을  물으며 농담도  던진다.  청소하는 아줌마, 택배 경비아저씨에게  수고한다며 박카스를 건네주는

마음의 젊음으로  주름을  펴낸다.


시들어가는  꽃에 싱싱한 꽃잎을 덧입힌다고  꽃이 아름다워지는 건 아니다.

시들어가는 꽃이 있기에  

다시 아름답게 태어날 희망을  꿈꿀 수 있다.

마흔..

우리는  시들어가고 있는 꽃 자체를  인정하고 마음의 넉넉함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래서  마흔의  나이 듦이  아름다움과 공존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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