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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Ji Apr 18. 2020

6. 마흔의  취미 , 삽질이면  어떻습니까.

과정이 즐거우면  되는 거죠.

그림 그리는 재미에 푹 빠졌다. 미술학원 한 번 다녀본 적이 없지만 그럴듯하게 그리는 흉내를 낼 줄 안다. 붓에 물감을 묻혀 종이 위에 그리는 순간 호흡도 붓과 함께 따라간다. 내 마음대로 그리는 수채화에 빠졌다. 배워보지는 않았지만 모지스 할머니가 70대에 그림을 그렸다는 것에 용기를 얻고 내 마음 가는 대로 끄적이며 그렸다. 혼자 보기 아까워 가족과 지인에게 감사 카드를 만들어 보냈다.  그림의 깊이는 모르지만 그릴 때만큼은 행복했다. 덕분에 나는 이웃과 지인, SNS상으로 만나는 사람들과의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냈고 그 인연의 연결로 책을 쓸 수 있는 기회의 연결이 되었다.  어떻게 보면 사소한 취미 하나를 즐겼을 뿐인데 희한하게 인연들이 뻗어나가고 있다.      

감사카드


많은 사람들이 쉽게 살릴 수 있는 전공(피아노)은 하지 않고  여기저기 다른 일에  몰두하고 있는 나를 신기해한다. 돈이 되는 것도 아닌데 뭘 그리 열심히 하냐고 핀잔 들을 때도 있다. '애 키우기도 바쁜데 늦은 나이에 취미를 가질 시간이 있냐' 눈치  때가 많았다. (아무 판단하지 않고 나를 받아 주는  것들이  마음의 위로를  받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취미가 제2의 일이 되는 경우도 많이 봤다. 즐기던 취미가  일로 확장되어도 좋겠다. 굳이 그렇게 되지 않는다 해도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나만삽질이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아이의 그림책 <샘과 데이브가 땅을 팠어요>를 보면 보석을 찾기 위해 두 아이가 땅굴을 판다. 하지만 보석은 항상 아슬아슬하게 찾지 못한다. 집으로 돌아온 두 아이는 그럼에도 아주 만족해한다. 보석보다 더 가치 있는 인생의 과정을 즐겼기 때문에...





나이를  먹었다고 못할 삽질은 없다. 나의 경우 오히려 마흔이 되고 나니 삶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 유한한 시간을 더 소중하게 쓸 줄 아는 마음가짐이 생겼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눈치 보지 않고 즐겁게  시작할 수 있다. 사람들이 보기에는 쓸데없어 보이고 어설프게 보여도,  여기저기 삽질하는 과정이 가치 있었다면 나 자신에게 적어도 '후회하지 않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라폴리오/내 삽질은 여전히  진행, 진화 중...




다른 시작도,

나와 전혀 관련 없을 것 같은 삽질도

언제나  감사하다.

내  마흔  삶의   소중한 과정이니까...





@삽질의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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