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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Ji Apr 09. 2020

3.마흔  인생의  템포 루바토

가끔은 말입니다, 내 마음대로 템포를 바꾼 인생 연주도 필요하더라고요.

템포 루바토(임의의 템포)’라는 음악 용어가 있다.

쇼팽곡을 좋아하는 이유는 곡이 예쁘고 서정적이고 슬퍼서 마음에 들기도 하지만 특히 템포 루바토를 많이 사용할 수 있어서이다. Tempo Rubato(템포 루바토)는 연주자가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여 템포를 바꾸어 연주할 수 있다. 약간 빠르거나, 느리거나 연주자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퍽이나 마음에 들었다. 18세기 이후 특히 쇼팽이 널리 사용했다. 쇼팽곡을 칠 때면, 나는 어려운 화음이나 빠르고 까다로운 리듬 뒤에 긴장을 풀기 위해, 너무 '마음에 든다 '싶은 선율 뒤에 강조 차원에서 루바토를 넣기도 했다.

​셈여림 , 박자와 리듬이 작곡자의 의도대로 표현되어야 되지만, 자유로움을 좋아했던 나는 쇼팽곡을 만나고, 템포 루바토를 주면서 왠지 모를 자유를 느꼈다.

'내 마음대로 템포를 바꾸어'​

자유라는 것이 책임이 뒷받침되어야 하겠지만,  타인을 의식하고 형식적, 규칙적으로 얽매인 삶을 살아갈 때마다 ‘내 마음대로’ 인생의  템포 루바토 한 번 신나게 치고 싶다.

모두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간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도 열심히 살아갈까? 바쁘게 쳇바퀴를 돌며 아첼레란도 accel.(점점 빠르게)에서 매우 빠른 프레스토 presto를 향해 내달려 나갈 때, 보는 나도 그들과 같이 조바심이 붙어버린다. 무엇을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뒤쳐지는 느낌을 받는다. 마흔이 훌쩍 넘은 친구들은 하나, 둘 각자의 높은 위치에 있고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쉴 새 없이 매우 빠른 속도와 리듬으로 치닫고 있다.

​어느 위치에도  있지 않고 끊임없이 온쉼표로 쉬고 있던 나는 어느새  have to가 붙기 시작하고, 비교가 붙었다. 불만이 가득 차고  조바심이 붙었다. 게으른 인생에 형식을 부여하며 남에게 보여주기 식 삶을 살기 위한 연주를 시작한다. 손도 꼬이고 아름답지 못한 중년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Tempo Rubato(템포 루바토)”



지금이야말로 내 인생에 템포 루바토가 필요하다. 매우 빠른 프레스토에서 내 마음대로 템포 루바토를 주어 서서히 느리게 만들었다. 비록 짧은 순간이지만 내 마음대로의  삶의 속도를  연주하고서야 마음의 안정감을  찾았다.


'휴. 이제 조금 살 것 같네. 듣는 이들의 귀에 곡이 좀 이상하다고 느끼면 좀 어때? 지금은 인생 연주자 마음대로 하는  템포 루바토 주법을 쓰는 중인 걸.. '


숨통을 틔기 위한 약간의 자유로움. 내 마음대로~
​나이 들수록 , 가끔은 규칙적이고  빠른 비트에서 내 마음대로 속도조절을 할 수 있어야겠다.

모두의  인생에도 가끔씩 템포 루바토 주법의 연주를 즐기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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