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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Ji Apr 07. 2020

2. 철없는 마흔 엄마,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흔들리는 마흔, 철없는 엄마의 교집합 삶


이따금씩 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나는 왜 끊임없이 책을 읽으며 글을 쓰며 수업을 들을까? 책을 2권 썼다고 인생이 달라지거나 내면이 깊어지는 것은 아니다. 마흔이 되면 통찰력과 지혜가 깊어질 줄 알았다. 마흔 엄마는  나이에 맞게  연륜에서  나오는  느긋함과 포근함을  갖추어질 줄 알았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떨어지는 체력과  참지 못하는  감정의 선들이  자주  지그재그로  오르내리며  난리를  치고  있었다. 책도  읽지 않고   드라마를 보며 웃고  있는 엄마가  오히려 나보다 현명해 보이기도  했다. 나이가 적은  주변의 엄마들은 아이를 위해 물질과 시간을  헌신을 해가며 자신의 삶을 균형 있게  맞추는 것 같았다. 그들과는 달리 , 나는  살림도 엉성해, 아이의 공부에 관심 가지며 닦달하지도 않는다. 아이의 재능을 찾아 어릴 적부터 여기저기 학원을 보낸 것도 아니요, 내향적인 아이를 위해 친구들과 어울려 놀게끔  자리를 마련해주지도 않았다. 목이 터져라 책을 읽어주지 않고 기껏해야 단 한 권 읽어주기가 전부다.

나의 전공인 피아노도 아이에게는 가르치지 못하며 음악을 즐기지만 나랑 달라 보이는 아이는 대체 무엇을 좋아하는지 의문만 가득하다. 내가 책을 읽으면 옆에서 책 읽어 달라고 하진 않을까 책상에 앉고 읽고 글을 써도 아이는 책은 고사하고 매일 마트 놀이 장사하는 것에만 팔려있다. 아이와 함께 성장하고 행복해야 한다는 나의 다짐과 다르게 아이 따로 나 따로 각자의 취미를 즐기고 있다. 때로는 그냥 다 집어치우고 여유롭게 커피 마시고 수다 떨다가 아이들 오면 학원 챙겨주는 것이 내가 공부하는 것보다 더 생산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이에게 써먹으려고...‘로 시작했던 홈스쿨, 엄마 표는 나에게 맞지 않았다. 엄마가 체력이 강한 사람이라면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엄마표가 정말 맞지 않는 것 같다. 규칙적으로 단호함도 있어야 하는데 나는 그럴 에너지조차 없다. 피아노도, 미술도 시작과 함께 열정과 끈기는 점점 사라져 갔다.

'아이에게 써먹으려고...'시작된 모든 배움은 사실 내가 배우고 싶어서 한 것임을 이제는 인정한다.

마흔이라는 껍데기만 입고  살아가는  철없는 나는

아직도  실수투성이, 철이 없는  엄마이자  나를 찾고  싶어 헤매는 사람이다.


작년 봄, 동네 근처에 글쓰기 무료 강좌가 있어서 들으러 갔다. 첫날이라 자기소개를 부탁한다며 하나, 둘씩 자신의 이름과 온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초등학교 2학년 아이를 둔 엄마 지수경입니다. 글쓰기 강좌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가까운 데서 열려서 들으러 왔습니다. 제가 글 쓰는 팁을 얻으면 아이에게도 글을 어떻게 쓰는지 잘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아 왔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소개가 끝나자마자 강의하는 교수님께서 지적했다.

“내가 글을 배운다고 아이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겁니다. 가르치는 것이랑 배우는 것은 틀리거든요.”

교수님 말씀이 옳았다. 아이를 핑계 삼지만 항상 나는 내 배움에 목말라 있다. 그런데 왜 자꾸 배움만 갈구하는 것일까? 왜 자꾸 책만 읽는 것일까? 글을 써서 무엇을 하려고? 돈을 많이 벌고 싶은 마음에? 아니면 유명해지고 싶은 명예?

마흔이라면  이  정도는   갖추어야 한다는 고정관념? 아니면 핑계 삼았던 내 아이에게 적용하기 위해?  가끔씩 끝이 없이 헤매는 나 자신과의 공부를 하고 있을 때면  지칠 때가 있다.

왜 책을 펼치고 글을 적고 책을 쓰고 배울까?

진짜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일까?

마흔의  나이,

늦깎이 엄마라는  위치

모든 것들이  나를 돌아보기도 전에 조바심을

부추긴다.


내 아이의 미래라는 핑계를 빼고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할 질문이다.


"마흔의 철없는 엄마여.

그대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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