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 유발물질 25종 #화장품알러젠 표기 의무
가을은 언제나 공기를 먼저 바꾼다.
아침 창문을 열면 서늘한 바람이 스쳐 지나가고,
손끝은 금세 차가워진다.
세면대에서 따뜻한 물로 손을 씻는다.
물줄기가 손바닥을 감싸는 순간, 달콤한 향이 공기 속에 퍼진다.
그런데 그 향기를 들이마시자마자 코끝이 간질거리고,
“에취!”
재채기가 터진다.
처음엔 계절 탓이라고 생각했다.
찬바람 때문인가, 낙엽 사이를 떠도는 먼지 때문인가.
하지만 이상하게도 손을 씻을 때마다 반복되었다.
며칠 뒤, 친구가 건네준 핸드크림을 바르는 순간에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
그제야 알았다.
내 몸을 흔드는 건 바람도 계절도 아닌
화장품 속 보이지 않는 성분이었다는걸.
화장품에는 고유의 향을 내기 위해 향료, 즉 착향제가 들어갑니다.
특히 핸드워시나 핸드크림처럼 ‘기분 좋은 향’을 내세우는 제품일수록 부향률이 높은 편이죠.
문제는 이 향료 가운데 일부가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를 ‘알레르기 유발물질’, '알러젠(allergen)'이라고 부릅니다.
유럽연합(EU)은 대표적인 25가지 성분을 지정해, 화장품에 반드시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¹ 우리나라의 법령 역시 이 규정을 반영하고 있어, 해당 성분이 포함된 제품은 성분 목록에 그 명칭을 정확히 표기해야 합니다.
아래의 25가지 성분이 바로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이 있는 향료들입니다.
「화장품 사용 시 주의사항 및 알레르기 유발성분 표시에 관한 규정」
[별표2] 착향제의 구성 성분 중 알레르기 유발성분
아밀신남알│벤질알코올│신나밀알코올│시트랄│유제놀│하이드록시시트로넬알│아이소유제놀│아밀신나밀알코올│벤질살리실레이트│신남알│쿠마린│제라니올│아니스알코올│벤질신나메이트│파네솔│부틸페닐메틸프로피오날│리날룰│벤질벤조에이트│시트로넬올│헥실신남알│리모넨│메틸 2-옥티노에이트│알파-아이소메틸아이오논│참나무이끼추출물│나무이끼추출물
제 가방 속 핸드크림을 꺼내 전성분을 읽어보니, 여기에는 ‘리모넨’이 들어 있네요.
그런데 이걸 쓸 땐 재채기가 나지 않았으니, 적어도 제 몸은 리모넨 정도는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즉, 이러한 성분 자체가 절대적으로 위험하다기보다는 내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핵심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복숭아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알레르기로 두드러기가 나는 사람도 있죠. 천연에서 얻은 성분이라 해도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 없고, 알레르기 유발성분이라도 알레르기가 일어나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거예요. 따라서 “이 성분이 문제일까?” 지나친 불안보다는, 내 피부와 호흡기가 어떤 신호를 보내는지를 관찰하는 편이 현명할 겁니다. 민감성 피부나 알레르기 체질이라면 무향 제품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EU는 2026년부터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이 있는 향료 성분 표시 대상을 25종에서 80종으로 확대한다고 합니다.² 소비자 안전을 더 강화하겠다는 취지에서죠. 우리나라 역시 EU 규정을 참조하기 때문에 향후 화장품법이나 고시에서 알러젠 표기 기준이 변경될 가능성이 큽니다. 화장품브랜드 입장에서는 번거로운 규제일 수 있지만, 국내외 시장 진출을 위해 반드시 체크해야 할 변화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보는 성분표에도 그저 '향료'로 기재되던 향기 성분들이 정확한 성분명으로 기재될 것이니 그 차이를 살펴보는 재미도 있겠네요.
여러분은 어떤 화장품 성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나요?
¹ 국내에서는 ‘향료’라고 표시된 성분이 실제로 어떤 성분인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식약처에서 지정한 알레르기 유발 성분이 들어 있는 경우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때는 '향료'라고 뭉뚱그릴 수 없고, 성분 이름을 따로 표시해야 한다.
² 유럽은 한발 나아가고 있다. 2026년 7월 31일부터는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향료 성분을 80개 이상으로 확대 적용되며 이를 화장품에 표시해야 한다. 또한 그 이전에 생산ㆍ판매되던 제품이라 해도 이 표기를 지키지 않는다면 2028년 7월 31일 이후에는 더 이상 유통이 허용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