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친구와 수다를 떨다가 배꼽이 빠지도록 웃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캐릭터와 콜라보한 화장품이 나왔다며 올리브영에서 냉큼 집어 들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날이었다.
같은 캐릭터가 다른 표정으로 새겨진 버전이 출시됐고, 결국 또 한 번 지갑을 열었다는 고백.
“근데 그거 잘 쓰지도 않는 헤어 오일이라며? 왜 또 산 거야?”
내가 묻자, 친구는 단호하게 말했다.
“이번 표정은 희소성이 있다고! 한정판이야, 한정판!”
고작 캐릭터의 표정만 바뀌었다고 같은 제품을 하루 만에 또 사버린 친구가 순간 도무지 이해가 안 돼서 박장대소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도 다르지 않았다. 항상 쓰던 로션이라도 한정판 패키지로 새 옷을 입고 나오면, 아직 집에 반 통이 남아 있어도 괜히 하나 더 사 두고 싶어진다. 예쁜 병은 왠지 더 소중히 쓰고 싶고, 덕분에 매일 아침 화장대 앞에서 기분까지 달라진다.
화장품은 결국 ‘효능’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다.
조금 더 반짝이는 뚜껑, 조금 더 아기자기한 그림이 붙은 용기.
그 사소한 차이가 소비자의 마음을 단숨에 흔듭니다. 그러니 브랜드들이 용기 디자인에 온갖 정성을 쏟는 것도 당연하죠. 화장품의 ‘용기’는 단순히 내용물을 담는 병이 아니라, 우리 지갑을 여는 마법 같은 힘을 가진 존재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예쁘다고 다 좋은 용기는 아니니까요.
용기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내용물을 지키는 것에 있습니다. 아무리 고급스러운 유리병이라도 알칼리 성분이 조금씩 용출되면 내용물의 pH에 영향을 줄 수 있고, 투명 플라스틱은 자외선을 그대로 통과시켜 향과 색을 변질시킬 수 있어요. 금속 용기는 말할 것도 없죠. 부식되기 쉽기에 도장이나 코팅이 필수입니다.
그래서 브랜드들은 용기를 고를 때 생각보다 복잡한 기준을 적용합니다.
내용물을 잘 지킬 수 있는지: 세균이나 먼지는 물론, 자외선 차단과 향 보존까지 고려.
성분과 맞는 소재인지: 플라스틱, 유리, 금속마다 화학적 안정성이 다름.
안전한 재질인지: 별도의 규정은 없지만, 식품위생법 수준의 안전성이 사실상 기본 원칙.
환경까지 생각했는지: 유럽을 중심으로 번지는 ‘탈(脫)플라스틱’ 흐름은 이제 필수 과제.
어린이 보호용 포장이 필요한지: 일부 제품은 화장품법 시행규칙에 따라 아이가 쉽게 열지 못하는 안전용기가 필요함.
게다가 화장품법에서도, 화장품 포장재가 내용물의 안전을 잘 보장해주는지를 평가하도록 구체적인 방법을 정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브랜드의 선택이 아니라, 법적으로도 안전성을 확보해야 하는 중요한 영역인 셈이죠.
화장품법 제8조제8항에 따라 식약처가 고시한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제6조제2항은 포장재로부터 이행되는 비의도적 유래 물질에 대한 안전기준을 정하고 있다. 또한 화장품이 제조 이후에도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지를 평가하는 화장품 안정성시험에서는 제품과 용기 사이의 상호작용(용기의 제품 흡수, 부식, 화학적 반응 등)에 대한 적합성 평가를 하도록 하고 있다.
흥미로운 건, 같은 ‘플라스틱’이라도 제조사나 성형 방식에 따라 안정성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글로벌 브랜드들은 수십 번의 테스트를 거쳐 용기를 결정하고, 한 번 정한 제조처도 쉽게 바꾸지 않는다고 해요. ‘용기’ 하나가 품질을 좌우하기 때문이죠.
다시 생각해 보면, 친구가 굳이 필요 없는 헤어 오일까지 사게 만든 것도 결국은 ‘용기’의 힘이었죠.
한정판이라는 희소성과, 귀여운 캐릭터 표정이 담긴 디자인.
그것이 안전성 기준을 충족하고 내용물을 잘 지켜주는 동시에 우리의 마음까지 흔든 것입니다.
그 작은 병 하나가 화장품의 품질은 물론, 우리의 지갑 사정과 아침의 기분까지 책임지고 있다니.
참 사소하면서도 생각해 볼 점이 많은 흥미로운 일이죠.
여러분의 일상 속에도 ‘작지만 마음을 흔든 것’이 있지 않나요?